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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요약(1)
원래 계획 당초 여행의 목표는; 1. 가라쓰군치 보기 2. 가라쓰군치 보기 전까지 일주일 정도 시간 떼우기 3. 나가사키~가고시마 루트 도전하기 4. 기카이지마(산호)와 아마미오시마(맹그로브) 가보기 5. 도쿠노시마(제일 중요한 목표)가서 아마미검은토끼 보기 6. 야쓰시로 묘켄사이(가능하면) 보러가기 였는데 실제 여행 경로는 이렇게 되버림 아마미 군도에 가려는 계획은 진짜 이악물고 몸을 비틀었는데도 하늘의 억까 때문에 완전히 좌초당했음. 원래는 '아마미에 가고자 한다면 가고시마는 버려도 좋다'는 마인드였어서 가고시마를 좀 널널하게 봐놨는데, 예정에도 없던 '가고시마에서 7일 동안 적당히 돈 아끼며 힙한 곳 찾기'하느라 죽을 맛이었음... 한달 동안 총합 95만보 걸었고 이틀 동안 회복 중. 아마미 군도 제외해도 원래 가보려 했던 곳의 한 15% 정도는 못 간듯.타라초. 원래는 타케자키까지 가보려 했는데, 특급 기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타라초랑 카시마만 구경하는데 만족했음. 진짜 사가 현이 니시큐슈 신칸센 분탕 놓은 것 때문에 특급이 개지랄 나있는 걸 뼈저리게 체감한 날이었음... 어떤거는 어디까지 가고 어떤거는 저기까지 가고 어떤거는 안가고 안정적인 깡촌맛 덕분에 몸풀기로 딱 좋았던 곳. 아리아케해는 ㄹㅇ낭만의 바다라고 생각함... 카시마. 유토쿠 이나리 신사를 포함해서 뭔가 이것저것 보려고는 했는데 JR 나가사키선 배차가 너무 구데기라서 생각보다 빡셌음... 그냥 갯벌 있는 사가의 평범한 깡촌 도시였다. 이번 여행에서 사투리를 가장 많이 들어본 도시기도 했음. 히라도. 규슈의 시 단위 지자체 중에선 유일하게 조이풀이 없을 정도로 깡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마주하니 그 어마어마한 깡촌력에 한방 먹은 동네...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정말 재밌긴 했지만, 시내에는 편의점이 아예 없어서 시외에 가야 3개가 있고, 드럭스토어마저 시내에 하나 뿐이라던가 하는 그런 것들이 너무 어려웠음. 진짜 고토 열도 때보다 빡센 요소가 좀 많았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사이히 버스가 섬 구석구석까지 열심히 운행하고 있다는 점. 아무리 깡촌이라지만 후쿠오카~히라도 노선은 고속버스라면서 카운티로 사람 실어나르는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었음. 아무리 내가 찾아간게 마츠리 직후라지만 시내에 열린 식당이 단 하나였던 것도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음... 이키쓰키 섬. 한때는 규모에 비해 꽤 고립되어 있던 것 같은데, 이키쓰키 대교가 생기면서부턴 낚시의 성지로 꽤 각광받고 있는 듯함. 카쿠레키리시탄 중에서 지금까지도 바티칸에 '복귀'하지 않은 히나레키리시탄들이 지역 사회에 나름 융합된 덕분에 이들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지역이기도 함. 정말 최근(2021년 즈음부터) 들어서야 폐쇄적인 방침을 그만두고 일반 대중들에게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존재를 기록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함. 기록을 남기는 데에 급해진 공동체들을 방증하듯, 코로나 이후로는 계승자를 찾지 못해 해산을 선언하는 공동체들도 꽤 많다고 함. 고토 열도 만큼은 아니지만, 섬 구석구석에 성당들이 꽤 많은 섬이었음. 관광지로 유명하지는 않아서 히라도 시내에 있는 히라도 성당(자비에르 기념교회)을 제외하면 찾아가기 쉬운 곳은 없었음. 타비라. 히라도와 마주보고 있는 육지로 조금 많이 울퉁불퉁해서 걸어다니느라 뒤질 뻔했음... 타비라 성당까지 봄으로써 카쿠레키리시탄 관련해서는 진짜 개씹구석오지낙도의 뿡뿡따리 천주당 같은 곳들을 제외하면 유명한 곳이나 자료관들은 전부 보게 됐다. 카쿠레키리시탄에 관해서는 거의 학술 연구 수준에 도달했다는 거임... 추가로 타비라 곤충체험관 재밌음.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인데도 볼 거리가 많았어서 아마 여름에 가면 재밌는거 진짜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함. 체험 위주로 곤충을 보고 싶다면 강추. 아리타. 마츠우라 철도의 배차가 무진장 많은 점을 이용해서 시간을 쪼개서 억지로 보러 온 곳. 나쁘진 않은 동네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침보다는 저녁이 더 예쁠 것 같은 동네였으니까 참고하셈. 저녁에는 도자기 토리이 쪽으로 해가 딱 사진찍기 좋게끔 예쁘게 비칠 거임. 이마리로 내려가기 전에 일붕이픽으로 찾아온 곳. 여러가지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보고 왔는데 그냥 근처 육지에서도 대충은 보인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이마리. 사가의 전형적인 소도시지만 깡촌의 깡촌을 거듭해온 내게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곳. 무려 시내에 열린 식당들이 열려 있고 편의점과 다이소도 있었다고!! 아무래도 마츠우라 지역의 엉망진창인 철도망과 도로망이 이마리에서 모이기 때문에 여기를 거점으로 삼고 근방을 돌아다닐 땐 꽤 쓸만했음. 밀어붙일 컨텐츠가 부족한 동네지만, 도자기에 진심인 모습도 보기 좋고 이마리 신사도 꽤 예뻤다고 생각함. 가라쓰. 애초에 가라쓰군치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도시 자체에서 컨텐츠를 뽑지는 않았음(정확히는 날씨가 구려서 못 뽑았음). 가라쓰 성의 입지가 꽤 예술적이라는 점과 방풍림이 생각한 것 이상의 규모라는게 기억에 남는 도시. 요부코초. 역시나 날씨가 구려서 여러가지 일정이 짤려나간 곳. 그래도 꽤 소박하게 잘 꾸며져서 예쁜 동네였다. 후쿠오카에서 조용한 어촌이 보고 싶으면 가라쓰에 지내는 일정을 만들어서 한번 가보는 건 좋다고 생각함. 동네는 예쁘지만 아침시장 자체는 매력이 떨어지긴 함. 너무 비쌌다. 나고야 성터. 원래는 여기를 찍고 겐카이초의 이곳저곳을 걸어서 내려가본다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성터만 보고 후퇴했었음. 정말로 어마어마한 규모긴 했다. 하루 아침에 개깡촌에 30만명을 수용하는 성을 세운다는게 말이야 쉽나ㄹㅇ... 일붕이픽의 버려진 신사 입구. 올라가는 길은 이제 완전히 막혀 있어서 굳이 올라갈 시도는 하지 않았다. 콩레이 태풍의 찌꺼기 때문에 논밭이 가득찰 정도로 비가 왔다. 축제 당일 이러고 있던거라 취소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었음... 가라쓰군치는 3일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각 날짜마다 시간대와 관전 포인트가 다 달라서 3일 다 구경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함. 가라쓰군치가 인생 첫 마츠리였는데,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고, 너무 흥겹고 감동적인 축제였다. 동네 사람들이 돈이나 시간 같은 시시껄렁한 이유는 제쳐두고 다같이 힘을 합쳐 행사를 진행하고, 오래간만에 모여 떠들고 논다는 게 너무 부럽기도 했고, 이해가 안가기도 했다. 그리고 인구 감소를 겪는 다른 동네의 큰 마츠리들 마냥 마츠리 전문 무용수나 음악가들을 고용하지 않고 가라쓰 시민만으로 축제를 진행하는 데에 어마어마한 자부심이 있다고 함. 나였어도 뽕찼을 것 같음. 축제가 끝나고 가라쓰 구석의 오시마라는 곶의 섬골짜기를 해메다 발견한 이나리 신사. 무슨 절벽에 있던 곳이라 찾아가는데 1번, 돌아가는데 2번, 뒤질 뻔한 날이었음. 사세보. 나가사키로 내려가는 루트 때문에 일단 들렸던 도시. 생각보다 시내가 크고, 생각보다 나가사키랑 닮은 점이 많아서 신기했었음. 근데 나가사키보다는 군항의 성격이 훨씬 강한 곳이고, 미군 기지의 존재와 거기서 출몰하는 수많은 미국인들 때문에 다른 일본 도시들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를 띄는 동네였다. 터널 시장. 아마 사람들이 사세보에서 제일 실망 많이하는 관광지일 듯. 나도 터널에 지어져서 터널 시장인줄 알고 이상하게 여겼는데, 알고보니까 점포 자체가 암반에 송송 뚫려 있던 소형 방공호들을 그대로 활용한 거라 터널 시장이었던 거임;; 가게들이 암반에 붙어있다는 걸 깨달으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가와타나초. 카이진 신사를 보러간다고 1km 정도 썰물로 얕아진 바다를 걸어가야 했다는 것 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정말 재밌긴 했지만 줫되게 힘들었음. 날씨라도 좋아서 다행이었다. 요코세우라 어딘가의 일본군 시설. 박쥐가 내 머리 치고 갔음... 이케시마. 투어 신청하는데 웹사이트가 먹통이라서 전화로 예약하는게 생각보다 난항이었다는 점, 생각보다 사진각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 섬.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상점과 목욕탕은 남아있었다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 말 그대로 섬 순회버스와 투어 단체를 제외하면 인프라 0의 폐광 섬. 이케시마에서 근처 항구를 통해 현내버스로 나가사키로 가려다가 배 도착 10분 전에 결항이 뜨는 억까를 당하고 이악물고 고속선으로 사세보까지 돌아갔다가 나가사키로 내려와서 겨우 막차 시간에 맞춰 보게된 이나사야마에서의 야경. 개인적으로는 구불구불 울퉁불퉁한 골목길에 작은 가로등들로 은하수를 연출했다는 부분이 꽤 좋았다. 나가사키는 일본에서도 사람들이 유별나게 친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우연히 친절한 사람들만 골라서 만난 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그래서 나가사키가 너무 좋음... 그 놈의 접근성이 발목을 잡을 뿐. 예전에 념글로도 올라간 일본 첫 지인인 할아버지랑도 다시 만나서 재밌게 놀았다. 또다른 일붕이 픽인 '도로 위의 나무 여섯 그루'. 근처 스와신사의 부지에 도로를 깔려고 협의하다 보니 생긴 기묘한 광경이라고 함. 뭔가 이번 여행 동안 일본군 시설을 많이 방문했던 것 같긴 함... 일본군이 숨겨둔 금괴라도 찾으려 했나? 아마쿠사. 모기초 ~ 레이호쿠마치 페리는 1인 2000엔으로 일반적인 페리랑 비교하면 존나 비쌌던 것 같음... 근데 진짜 비주류 노선인데다가 건너는 내내 바다가 엄청 거칠었어서 돈값을 하는 것 같기는 했음. 일단 결항각이 엄청 잘 서는 노선인 건 타자마자 확신했다. 레이호쿠마치에서 시모다 온천촌까지 아마쿠사 선셋 라인이라고도 알려진 해안선을 따라 약 10km 정도를 걸어내려 갔는데, 수평선도 쫙 보이고 이곳 특유의 음울한 빛깔의 거친 바다가 정말 예뻐서 하나도 안 힘들었음. 시모다.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백악기 지층으로 구성된 아마쿠사라서 온천이래봐야 알칼리성이겠거니 하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나름 진또배기 유황 온천이었어서 꽤 놀랐음. 물이 의외로 좋았어서 오히려 일정 때문에 더 오래 못 있는게 아쉬운 온천이었다. 사키츠. 예전에도 와봤지만 이번엔 그때보단 여유도 많기도 하고 뭔가 사진각도 노리고 싶어서 다시 찾아옴. 2번째 방문에도 변함없이 친절한 분들이 참 많은 곳이었다... 뭔가 바람이 더 잔잔했거나 해가 지기 전에 조금만 더 일찍 위치로 갔으면 더 좋은 사진각도 나왔을 텐데, 그 환경까지 맞춰서 사진을 찍을 거였으면 핸드폰 카메라로는 충분하지 않았을 듯. 우시부카. 한때 아마쿠사의 2대 도시였던 만큼, 저번에 왔을 때 기억하던 것보다 시내가 컸던 것 같음. 식당도 많고, 활력도 조금은 있고, 특별히 망해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위치가 위치라서 시내를 둘러본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특별히 재미를 보지는 못했음. 참고로 우시부카는 전국에 40곳 정도 있는 하이야 민요와 마츠리의 발상지라고는 하는데 혼자 너무 유명해져서 그런지 다른 지역의 하이야 민요에 관해서는 정보를 못 찾겠다는 아이러니가 있음... 여기까지가 여행의 전반부였다. 이제 여기서 가고시마에 가기만 하면 나가사키~아마쿠사~가고시마라는 웃음벨 루트가 실현되는 거임ㅋㅋ
작성자 : 엉겅쿤고정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