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훌리건, 그들이 돌아왔다 [오마이뉴스 2006-11-20 16:35]     [오마이뉴스 이상욱 기자]   ▲ 한양대의 경우 '화냥', 성균관대의 경우 '병균관', 연세대는 '열세대', 고려대는 '구려대', 건국대는 '젖소대' 등과 같이 학교 이름을 비하시켜서 부른다.   "구려대 진짜 뭐같이 노네.", "경희니네는 홍대애들한테도 밀리지 않게 열심히 노력해라 알겠냐 ㅋㅋ.", "개와 성대생 출입금지.", "한양공대 열등인자는 언제쯤 멸종하냐?" 요즘 인터넷 상에서 대학교와 관련된 게시판에는 타 대학을 비난하는 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 각 학교 게시판뿐만이 아니라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의 대학교 갤러리에서도 이런 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수능이 끝나고 난 후 정시 모집이 곧 시작하는 이때, 예년과 다름없이 대학 훌리건의 활동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 대학 훌리건, 그들은 누구인가 훌리건(Hooligan)이란 영국에서 나온 말로 거리에서 싸움을 일삼는 불량배나 부랑아 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훌리건들은 단순히 난동을 부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상대 팬들을 공격하거나 경기장 근처의 거리를 활보하고 기물들을 파괴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 말이 광적인 영국축구팬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각 나라의 문제를 일으키는 축구팬들을 가리킨다. 훌리건들처럼 자신과 자칭 경쟁 관계에 있는 대학에 대하여 인터넷 상에서 비난하고 폄하하는 글들을 쓰는 사람들을 '대학 훌리건'들이라 부른다. 이들이 훌리건들처럼 타 대학에 대하여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 훌리건들의 이러한 행동을 보통 '훌리'라고 부른다. 특히 수능이 끝난 이맘때쯤이면 대학 훌리건들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각 대학의 정보를 인터넷 상에서 많이 찾는 최근 고3 수능생들의 성향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3 수능생들의 학교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삼거나 자신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타 대학을 비난하는 글들을 남기거나 자신의 학교가 좋은 점들을 부각시키면서 모교를 선전한다. "화냥, 병균과, 열세대, 구려대"으로 타 학교 비하시키기도 ▲ 훌리건이 임의대로 평가한 대학 분석에 관한 글, 타대학과의 비교를 통해 특정대학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2006 디시인사이드 화면 캡쳐 훌리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신의 학교와 다른 학교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학교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들은 각 학교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다른 학교를 폄하한다. 학교 재단에 대한 평가, 각 언론상에서 나오는 학교 순위, 나름의 사회적 인지도 등과 같이 다른 이들이 봤을 때 객관적인 자료들을 활용한다. 특히 언론에서 보도되는 대기업 임직원수, 삼성전자 임원수, 검사와 판사 그리고 변호사 수 등을 바탕으로 학교를 자주 비교한다. 이러한 경우 학교들을 단순히 비교하여 자신의 학교의 우월함을 말할 뿐 아니라 타 학교의 학생들 전체를 비난하는 글을 쓰기도 한다. 마치 자신의 학교보다 못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2류 인간'으로 취급한다. 또 하나는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수치나 자료를 근거로 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타 학교를 깎아내린다. 이들은 욕설뿐만이 아니라 학교 이름도 비하시켜서 부르기도 한다. 한양대의 경우 '화냥', 성균관대의 경우 '병균관', 연세대는 '열세대', 고려대는 '구려대', 건국대는 '젖소대' 등과 같이 학교 이름을 비하시켜서 부른다. 훌리, 애교심이 아닌 학교에 먹칠하는 것 이와 같이 다른 학교를 깎아내리는 대학 훌리건들에 대하여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학 훌리건들은 대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순위 등을 매기면서 학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 대학훌리건들이 하는 행동은 자신들이 비난하는 기성세대들이 하는 행동과 별반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다. ㅎ대학의 김아무개(27)씨는 "대학 훌리건들이 하는 짓을 보면 한심하다. 사회의 잘못된 점을 바르게 고쳐야될 대학생들이 오히려 학벌을 조성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인 채아무개(22)씨는 "대학훌리건들이 하는 행동은 애교심이 아니다.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다"면서 "진정으로 학교의 명예를 높이고 싶다면 다른 학교의 장점은 칭찬해주고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수능을 끝낸 고3학생인 황보(19)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면서 "각 학교에 대한 자세한 정보보다는 타학교에 대한 비방의 글들 뿐이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인터넷에서는 더이상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학생들은 다른 줄 알았는데, 인터넷에서 심한 욕을 하면서 타 학교를 비난하는 글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대학생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 덧붙이는 글 이상욱 기자는 <오마이뉴스>인턴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