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어떻게 되나… 대학들 2000억 투자 앞날 불투명에 초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표류하고 있다. 대학들이 학교의 명운을 결고 로스쿨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쏟아부은 돈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조차 구성되지 않고 있다. 개교 시점을 2008년에서 2009년으로 1년 늦췄지만 언제 로스쿨이 설립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내년 대선을 거치면 로스쿨 개교가 ‘없었던 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법조계,로스쿨 표류 “아쉽다”=로스쿨 도입으로 법학교육 정상화와 법률서비스개념 도입을 기대했던 법조계와 시민단체는 아쉽다는 분위기다. 건국대 한상희 법대 교수는 “로스쿨은 다양한 분야에서 변호인이 배출돼 누구나 손쉽게 맞춤형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논의됐다”며 “로스쿨이 도입되지 않으면 법조관료가 전관예우,관선변론 등과 같은 폐습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우수 인재들이 사법시험에 사로 잡혀 고시낭인으로 전락하는 사회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로스쿨 도입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많다. 또 법학교육이 사법시험 위주로 흘러 제대로 된 법학교육을 위해서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사법시험으로 인해 법학교육은 물론 대학 교육 전체가 황폐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로스쿨 제도가 법률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경원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올해 자격시험에 3000명이 응시했는데 1100명 정도를 뽑아 사시와 유사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변호사가 많아지면 경쟁이 심해지면서 소송을 부추기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신중한 로스쿨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적 액수 쏟아부은 대학들 “허탈하다”=로스쿨과 관련해 국공립 12개 대학,사립 25∼30개 대학 등 40여개 대학이 로스쿨 시설비로 쏟아부은 돈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법학관 등 로스쿨 전용 건물 신축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건물이 완공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돈이 더 들어갈지 계산하기조차 힘들다. 무리한 투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대학들은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해 법학교수 스카우트에 열을 올렸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도 대학으로 자리를 많이 옮겼다. 국공립대학이 법학교수로 85명을 충원했고 사립대학이 190명을 늘렸다. 이들의 연봉도 대학들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교수들이 학교를 옮기면서 학사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로스쿨을 준비했던 모 대학 법대 학장은 “정부만 믿고 로스쿨을 추진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될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어떻게든 로스쿨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법학교육 정상화와 다양한 법률서비스 제공 등 많은 장점을 지닌 로스쿨 도입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일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과 대학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조속히 로스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강주화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