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비운동권 총학생회 연합체 ‘학생연대21’ 신진수 의장 2년 만에 21개대 총학생회 동참 2001년 한총련 사무실 재개소 문제로 ‘발칵’ 고시준비하다 학내안정 절감 참여 최근 비운동권의 약진으로 대학가는 과거 정치적 투쟁과 사회참여중심이었던 학생운동의 이미지를 벗고 ‘대학본연의 아카데미즘’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소리 없는 99%의 명예혁명’을 주도했던 한 가운데는 지난해 한양대 31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비운동권 연합체인 ‘학생연대21’을 이끌고 있는 신진수 의장(28·한양대 법대 4년)이 있었다. “2003년 10월 4일이 ‘학생연대21’의 정식출범일이지만 사실 2000년부터 그 뿌리는 조금씩 다져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1년 가을 저희 학교에서 벌어진 ‘한총련 사무실 개소 파문 사건’때문이었죠.” 당시 한양대 29대 총학생회가 1997년 이석 씨 치사사건으로 인해 폐쇄됐던 한총련 사무실을 비밀리에 재개소하려던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서 시작됐다. “학교가 그 일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게시판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반대, 비판글이 쏟아졌고 기독교 학생회도 반대 서명 운동을 펼쳤습니다. 심지어 사회당 등 다른 학생운동진영에서도 반대성명서를 냈지만 그때 한총련은 전혀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죠. 전 당시 평범한 고시준비생이었는데 그냥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대자보 2판을 붙여 ‘임시총학생회’라는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 계란으로 바위 치듯 정면승부한 이 시도는 그 후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렇게 1인조직으로 시작했던 ‘임시총학생회’는 후에 한양대 비운동권 총학생회인 ‘소명’의 전신이 됐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99%의 명예혁명이 시작된 것이었다. “임시총학생회에서 ‘모교 학생들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29대 총학생회의 사퇴를 요구하겠다’는 내용의 ‘명예혁명’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9대 총학생회의 ‘비민주성’에 대해 ‘명예혁명제안서’라는 글을 통해 문제제기 하며 ‘한총련 사무실 철회, 사과성명 발표, 새로운 학생회와 새로운 학생운동의 대안’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조직된 임시총학생회는 한총련과의 치열한 논쟁끝에 대자보 게시, 전단지 배포, 서명운동 전개 등으로 ‘한총련 사무실 개소의 무기한 유보’라는 성과를 이끌어낸다. 다음해, 30대 총학생회는 ‘한총련으로부터의 독립선언’을 선포한 ‘소리 없는 99%의 명예혁명’이란 말을 줄인 ‘소명’이란 이름의 최초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탄생하게 됐다. 당시 신진수 의장은 명예혁명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불출마 선언을 하고 30대 총·부학생회장인 ‘정해송·허진’을 내보냈다. 마침 고려대에서도 최초로 비운동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신진수 의장의 친구였던 손창일 후보자(고려대 35대 총학생회장)가 우연히 임시총학생회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고 연락이 되어 양 대학은 2002년 2월 16일에 ‘고려대한양대총학생회연합’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된다. 이 모임은 2년간의 기간을 통해 ‘학생연대21’이라는 전국 단위의 비운동권 모임으로 성장해 지금까지 21개 총학생회가 연합한 비운동권 조직이 된 것이다. 한편 작년 5월에는 18개의 총학생회가 모여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자전거국토순례’를 4박 5일에 걸쳐 다녀 온 뒤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됐다. “학생연대21은 새로운 학생운동의 대안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죠. 그동안 소외됐던 학술, 문화, 복지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무엇보다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이 아닌 공론의 장 개념으로 ‘대화’하는 학생회, 자기의 개성이 존중된 가운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학생회 기구가 될 것입니다. ” 오는 3월 1일이면 의장의 임기가 끝난다는 그에게 개인적인 계획을 물었다. “이제 본업이었던 고시생으로 돌아가야죠.”라며 소박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도전하는 젊음, 행동하는 지성’의 아름다운 향기가 묻어 났다. 이제 한양대는 다시 암흑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