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 전 서울 모 대형학원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학원 업종만 15년의 경력이 있습니다. 학원 강사는 아시다시피 매우 이직이 심한 업종입니다.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 이 학원 강사에 도전합니다. 또한 강사의 학벌이 최우선시 됩니다. 강의 내용은 그 다음 문제죠. 얼마전에 30대 중반의 연세대출신자의 이력서가 넘어왔습니다. 이정도 레벨이 중등부 학원에 이력서를 넣는 경우가 매우 드문경우이므로 유심히 봤습니다. (중등부 학원에서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나온 강사는 거의 상위권 대우를 받습니다.최근 십년내에 생긴 하위권 대학 빼고요.) 소재지를 원주라고 썼더군요.대학의 소재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 흠..역시.."(약간 실망) 그런데 자기소개서 첫머리 부터 이 이상한 이력서는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뭐지?" (이력서 내용 중) .... 아래는 저의 입학당시 성적입니다. (학력고사 246점- 내신 2등급-장학금 받고 입학) 입학당시 연대원주 학력고사 점수 동일레벨: 국민대xx과, 경희대 본교xx과, 강원대xx과 중앙대 본교 xx과.... 신촌 본교 동일과와 학력고사 점수 50점차이 서강대와는 동일 과에서 40점 차이 연대 원주 입학당시 위에 열거한 서울소재 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레벨이었다고 생각하며, 학력고사 점수 증명서 낼 수 있으며 고교생활기록부 제출가능. 결코 연대 학벌을 따기 위해 입학한 것은 아니며 원하던 과를 인서울 학교로는 입학이 불가하다 판단하여 연대 원주에 입학함. 출신학교 판단시 입학당시 위 동일레벨 학교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생 처음보는 이 이력서에 저는 당황하였습니다. 이사람이 뭘 얘기하려고 하는 거지? 지금 그 사람은 저희 학원에서 열심히 영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 봤구요. 생각보다 분교 출신자들의 고통이 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친했던 동네 자동차 수리점 주인이 어떻게 연대 원주 나온걸 소문으로 듣고는 원세대 출신이라며 놀리더랍니다. 그래서 그 주인과 대판 싸웠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슬프더군요. 결코 사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연세대인... 전문대 출신자 심지어는 고졸 출신자 조차도 분교출신자라고 놀리는 사회의 분위기 연대 고대 분교 출신자들... 그들이 과연 그렇게 사회적으로 놀림을 받을 정도로, 그리고 그 사람이 이력서에 그런 내용을 쓸 정도로 그렇게 저열한 사람들인가... 그들이 단순히 조금 낮은 점수의 비인기 학과라도 서울의 경희대나 국민대 같은 학교를 갔다면, 그래도 그 자동차 정비소 사장이 그렇게 얘기를 했을까... 아마 그 정비소 사장은 그랬다면 찍소리도 안했을 것이다. 적어도 연대 분교보다는 좋게 생각했을것 같다고 그는 얘기 했으며, 대학을 나와 그런 대접을 받는 것 자체가 매우 억울하다고 말했습니다.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이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그사람을 통해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분교정책이 실시된지 25년이 흘렀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교육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더욱 강해졌고, 그나마 20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의 명문대학들 이른바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이 쇠퇴하고 무조건 인서울 대학의 학생들이 우수하다는 잘못된 생각들이 이 사회에 만연되어가고 있는것이 큰 문제라고 깨달았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이런 문제들에 그런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쉬쉬하지 말고 서로 공유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매우 친해졌으며, 허물없어진 친구 같은 그사람을 대신해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