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H3>서울지역 고교 졸업생 31%가 사실상 재수
재수(再修)비율 1·2위 강남·서초 SKY 합격률도 1·2위</H3>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중동고는 올해 대학 입시에서 <U>서울대</U>에 13명을 합격시킨 \'8학군 명문고\'다. 하지만 올해 졸업생 422명 중 절반만 대학(전문대·해외 대학 포함)에 진학했고, 나머지 211명(50.0%)이 진학도 취업도 하지 못했다. 입시 명문고의 대학 진학률이 50%에 그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조헌 중동고 진학부장교사는 이들 학생들이 "대부분 재수생"이라고 했다. 조 교사는 "강남지역 학생들은 웬만하면 지방대에 가지 않으려고 해 상위권 재수생이 많다"며 "올해 졸업하고 재수하는 200여명 중에는 수능 1등급 수준의 학생도 10~20명이나 된다"고 했다.

중동고만의 현상이 아니다. 본지가 교과부의 학교정보공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25개 구(區)의 올 2월 고교 졸업생 중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은 \'무적(無籍·사실상 재수) 졸업생\'은 3만4783명으로 전체 졸업생의 31.4%에 달했다.

이 비율은 특히 강남구(41.3%)·서초구(41.2%)가 가장 높았는데 이는 이른바 \'SKY\'(서울대·<U>고려대</U>·<U>연세대</U>) 합격률과 일치하고 있다. 지난 4월 <U>민주노동당</U> <U>권영길</U> 의원이 공개한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강남·서초구는 전국 시·군·구 중 \'SKY\' 합격률 1, 2위를 기록했었다.

사실상의 재수생인 \'무적 졸업생\' 비율은 강남구·서초구 다음으로 서대문구(35.8%), 광진구(34.5%), 양천구(33.8%) 순이었다. SKY 진학률은 서대문구가 5위, 광진구가 3위, 양천구가 7위였다. 명문대 합격생이 많은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역시 올해 졸업생의 35%(2173명 중 757명)가 \'무적\' 상태였다. 반면 은평구(23.6%), 구로구(24.1%), 금천구(24.9%)는 \'무소속 졸업생\' 비율이 낮았다. 이들 지역은 지난 4월 공개된 SKY 합격률 상위지역 리스트(전국 30개·서울 14개)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무적 졸업생\' 비율과 SKY대학 합격률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얘기다.

오종운 강남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은 "강남지역 학생들이나 특목고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학생들이 많아 대학 눈높이도 높고 재수할 여건도 된다"며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것은 재수해서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에 밀집한 강남대성·강남청솔·강남메가스터디·강남종로·서초메가스터디학원 등의 대입 학원에는 재수생이 넘쳐난다. 한 학원 관계자는 "우리 학원의 재수생 중 약 40%가 강남·서초구 고교 졸업생이고, 10%는 특목고 졸업생"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강남구의 한 고교를 졸업한 A군은 매일 대치동 강남대성학원으로 통학하고 있다. A군의 수능 언어·외국어·수리탐구 영역의 성적은 모두 1등급. 서울대나 연·고대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실력이지만 명문대 의대에 가기 위해 재수의 길을 택했다. A군은 "1년 더 고생해 원하는 곳에 가는 게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U>가톨릭대</U> 교육학과 성기선 교수는 "경제력이 있는 가정의 학생들은 한 템포 늦춰 재수 학원에 다니며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더 많다"며 "좀더 연구해봐야겠지만 사교육이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10/20090610000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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