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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외로움, 자기 혐오

헌병(118.39) 2015.10.09 14:51:25
조회 1506 추천 11 댓글 3

<열등감>

나에겐 열등감이란 감정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너무나도 뜨겁다. 항상 내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어쩌면 TV 속의 너무나도 잘 나가는, 수려한 외모에 명석한 두뇌까지 겸비한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이를 앙다물었던 것은 

끓어오르는 열등감의 증기를 참아내느라 어쩔 수 없이 해야했던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열등감을 쉬쉬하고 덮어두려는 짓은 하지 않는다. 무엇으로 덮어두던 간에, 열등감은 결국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열등감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너무 뜨거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뜨겁게 타오르는 데도 정작 게으름과 나태함을 뜨겁게 달궈놓는 데에는 써먹을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뜨거운 원동력이 날 움직였다면, 과연 내가 지금 방에 몇 시간째 붙여놓고 있는 이 궁둥이를 오늘 하루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

책장에 고이 잠든 저 두툼한 책들이 여전히 해가 중천인 줄도 모르고 잠잘 수 있었을까? 


 열등감은 문제가 아니다. 아무 것도 태우지 못하고 열등감이 사라지는 것이 진짜 문제다. 

 



<외로움>

- 고작 눈물 한 번 시원하게 흘려버리는 것 가지고는 외로움에서 해방될 수 없다. 외로움은 눈물에 섞일만큼 옅고 묽지 않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끈적끈적하고, 그러면서도 메말라서 쩍쩍 갈라진다. 

그 쩍쩍 갈라진 빈 틈의 공허함에서 다시 외로움은 피어나고, 피어난 외로움은 자신을 녹이려던 눈물까지 빨아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외로운 사람들은 눈물조차 흘릴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눈물 흘릴 수있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만 봐야할 뿐이다. 

그 누구도 그들을 눈물 흘리게 할만큼 촉촉하게 적셔줄 수가 없으니까. 


정말이지, 오늘도 외롭다. 



<자기 혐오>

-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늘 나를 괴롭히는 자기혐오에 시달려야 했다. 

도대체 거울 속에 저 인간은 누굴까. 누구길래 저렇게 볼품없는 꼬락서리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걸까. 

그러다가 내 모습이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도 저렇게 비춰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가슴 한 켠에서 소용돌이가 일면서 나 자신을 몽땅 삼켜버리는 듯했다. 

정마롤 나 같은 인간을 누가 사랑해줄 수 있다는 걸까. 어떻게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걸까. 


 [용기 있는 자만이 사랑을 쟁취한다.] 맞는 말이다. 용기가 있어야 사랑을 얻는다. 그런데 용기는 어떻게 얻는 건데? 

사랑을 쟁취한 자들은 이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나에게 그저 이 악물고 용기를 내보라는 식의 말들만 있을 뿐이었다. 

내가 자기혐오의 늪에 빠져서 숨을 헐떡거리며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이미 용기가 있는 자들은 늪 밖의 땅을 밟고서, 

사랑하는 연인을 제 팔에 두른 채 용기를 내보라며 씨익 미소를 보이고는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를 맡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들을 경멸의 눈으로 노려보다가, 이내 깊이 깊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내가 그들에게 품는 적의와 내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내 안에 내재된 자기 사랑을 확인할 수 있지는 않을까?

모든 좌절과 실패를 나의 비루함과 모자람의 탓으로 돌리는 세상에다가 그렇게도 증오를 느꼈던 것은,

사실 내 상처를 덮어주고 막아주려는, 내가 가진 나르시즘의 일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저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 우리가 가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습관화돠다시피한 맥빠지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어쩌면 내가 가진 나의 도려내고픈 결점들을, 누군가가 채워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희망에서부터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사랑에 빠졌을 때마다 겪는 상사병은, 자기 혐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내 자아의 성장통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내가 볼품없는 찌질이든 땅딸보에 성격파탄자이든, 

결국 그런 내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내 자신에게 살아갈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기회를 잡는 순간 '꽝! 다음 기회에' 라는 메시지를 받게 될 지도 모르지만, 다음 기회조차 기대하지 않는다면 

나는 머지않아 자기혐오의 늪에서 등가죽을 하늘로 향한 채 수면 위로 떠올라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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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군 복무 중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세 가지 감정들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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