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727기 훈련소에서 직접 작성했던 일기 - 2 - (화생방)

727기훈련병(121.172) 2016.04.13 15:43:01
조회 4050 추천 22 댓글 17

음.. 생각보다 반응이 좋네 일주일치만 올리고 끝낼려고 했는데;


뭐 이렇게 됐으니 훈련소 이후껏도 일주일 단위로 조금씩 올려줄게


평일에는 일땜에 힘들고 주말 쯤?


1편 못본사람들은 개념글 가면 있으니 참고하시고~



진짜 훈련병 되고 1주동안은 특내 기간이라고 빡세게 잡는 기간이 있는데


이때가 가장 힘들었던것 같아


처음만 버티면 나중에 할만해지니 너무 걱정하진 마 ㅋㅋ...





2013 4/29 (월) 공군 8일차


어느덧 공군에 들어온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전과 달라진점이라면 전에는 무한 대기로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지금은 너무나 많은 훈련과 얼차려로 온몸이 부셔질것만 같다.

훈련병으로써의 평일 첫날이기 때문에 아침 점호를 배웠는데

일어나자마자 5분안에 씻을꺼 다 씻고 전투복 완전 복장을 하고 집합하란다

이게 말이되나? 당연히 그 시간 안에 집합하는건 불가능해서 얼차려를 받았다.


훈련병이 되고 일주일간은 특내 기간이라고 해서 군기를 상당히 빡세게 잡는다는데 이제 실감이 나는구나

아침을 먹고는 본격적으로 훈련병으로써의 훈련이 시작되었는데, 일단 총기를 지급받고 집총제식 훈련을 했다.

총을 어떤 자세로 들어야 하는지, 총을 든 상태로 이동이나 경례 등 다양한 행동을 배웠는데

총이 너무나도 무거워서 손이 빠지는줄 알았다

중간에 총이 녹슬어서 장전하는 동작이 잘 되지 않아서 손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도대체 이렇게 무거운 총은 왜 계속 들고다녀야 하는지.. 아직까지도 팔이 아프다.


집총제식 훈련이 끝난 뒤에는 좌향좌 우향우 등등 자세 변경 방법을 배우는 도수제식 훈련을 했는데

진짜 장난 아니게 어렵더라. 스탭이 너무 많고 했갈려서 결국 따로 불려나가면서 얼차려를 받고 연습을 2배로 하게 됐다.


안그래도 못하겠는데 이제부터는 이동할때마다 배운걸 반드시 쓰라고 한다. 정말 힘들어 죽을거같다.

점심을 먹을때도 왜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단체로 얼차려를 받았고, 밥을 먹고난 뒤 집합을 제시간에 못했다고 또 얼차려를 받았다.

이놈들은 순간이동급으로 빠르게 집합하는걸 원하는것 같다.


이쯤되니 온몸에 땀범벅이 됐고 점심을 먹고나니 이제부터는 오후 구보란걸 한다고 한다.

훈련소 주변을 한바퀴 뛰어서 도는것인데 한바퀴가 부려 운동장 4바퀴거리다 ( 1.5 Km )

얼차려때문에 토나와 죽겠는데 연병장 한바퀴라니..

뛰어도 뛰어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힘들어 죽을것같다 진짜

구역질에 침도 질질나오고 조교들은 일일히 따라다니면서 절대 걷지말라고 견제까지 한다


오르막길 구간에서 정말 미치는줄알았고 결국 뒤에서 50등 안에 들지 못해 감점을 받고말았다. 차라리 날 죽여라 그냥.

땀범벅에 온몸이 녹초인데 또 도수제식 훈련을 했고, 저녘에는 매우 다행스럽게 강당에 편히앉아서 훈련병에 대한것을 간단히 배웠다.

그 뒤엔 생활관으로 돌아가서 관물함 검사를 했는데, 이보다 더 제대로 되어있을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군기를 잡아야한다는 목적으로 얼차려를 받았다.


소대장이 직접 나서서 얼차려를 주는거라 강도가 정말 세더라

앉아있는 바닥은 훈련병들의 땀으로 다 젖은지 오래고 창문에는 김까지 서릴 정도...


훈련병이 되고 겨우 하루째인데 온몸이 부셔질거같이 힘들다 대체 하루에 몇번을 얼차려 받은거야?

아... 집에 가고싶다




2013 4/30 (화) 공군 9일차

 

지옥같은 훈련병 2일차가 시작되었다.

기상음악이 나온순간 초스피드 기상 후, 광속으로 이불정리를 하고 바로바로 전투복으로 환복해서 뛰어나갔다.

내가 이렇게 빨리 움직인적이 있었나?

어쨌든 이런 노력이 인정받았는지 아침 점호를 무사히 마치고 아침을 먹은뒤

바로 화생방에 대한 이론 수업을 받으러 강당에 갔다.


화생방이나 방사능 물질의 위력을 동영상으로 보여줬으며 핵폭탄이 터지는 영상까지 보여줬다

폭발에 휘말리자마자 사람들이 그야말로 사라지는 영상이였는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

어쨌든 몸으로 훈련하는게 아니고 가만히 앉아서 영상만 보는것이였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영상을 모두 보고난 뒤에는 다시 죽음의 도수제식 연습을 했다.

남는 시간에 소대끼리 연습을 하라는데 이거때문에 운동장 몇바퀴를 돌았는지 기억도 안난다.

다 끝날쯤엔 다시 강당으로 가서 심폐소생술을 배웠는데

그럭저럭 무난했고 힘든 다리를 녹이는데 아주 좋은 수업이였다.


그뒤엔 점심을 먹고 체력검사를 했는데 이게 정말 최악이였다. 최악이 도대체 몇갠지... 에휴

일단 1.5Km 달리기를 5분안에 들어와야 특급인데 난 7분 40초가 걸려서 불합격이 되고 녹초 상태가 됐다.

이어서 실시한 팔굽혀펴기는 49개로 3급, 윗몸일으키기는 50개로 불합격이 되고 말았다.

나름 체력은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 불합격이라니... 평범하지도 않고 허접한 수준이였구나

불합격자에겐 체력 단련을 이유로 끝없는 얼차려가 주어졌다


하.. 뭐만하면 얼차려에 훈련은 하나같이 토나오고. 도대체 대한민국 남자들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버텼지?

밤에는 그냥 대놓고 얼차려를 시켰다. 바로 5분전에 물샤워를 했는데! 또 땀범벅이 되서 말도 안나올정도로 파김치가 되었다.

혹독한 체력검사에 죽을거같은 얼차려, 이걸 일주일 내내 시킨다니 욕밖에 안나온다



2013 5/1 (수) 공군 10일차


드디어 5월이다. 드디어 10일차다. 드디어 수료까지 남은 날짜를 셀 수 있게 됐다. 흑흑..

훈련은 점점 빡세지는데 내 몸은 점점 부셔져가는 느낌.

아침 점호에선 수료가 얼마 안남았느니 뭐니 하는데 30일 남은게 뭐가 얼마 안남은건지..

뭐 어쨌든 아침을 먹고 바로 집총제식 훈련을 했는데, 훈련 1일차때 했던것보다 10배는 더 어려웠다.

하필 맨 앞줄에 서게 되서 틀리고 걸리고 나와서 얼차려받고 또 틀리고 해대고 걸리고... 아주 미치는줄 알았다


난 정말 총이 싫다 쏘지도 않는거 왜 자꾸 들고다니면서 자세 연습을 해야 하냐고 그냥 어깨에 매고 다니면 되잖아? 

집총제식 연습이 끝나고는 훈련병으로써 처음인 자습시간을 가졌는데 이번주 토요일?에 시험을 본다고 하니 기본 숙지사항을 외웠다


그뒤엔 방독면,총기,탄창,철모 완전군장을 하고 방독면 꺼내는 방법, 방독면 쓰는 방법을 실습으로 배웠다.

물론 특내 기간이기 때문에 평범하게 받지 않고 얼차려만 쭉쭉 받고 좀 하다가 얼차려 받고

수업받은것보다 얼차려 받은 시간이 더 많았던것 같다


이때 방독면을 생전 처음 써봤는데 숨이 확 막히고 이보다 더 답답할수가 없더라

이걸 착용했다가 뺐다가 여러번 했는데 안경도 빼고 하는거라

앞도 하나도 안보이고 숨쉬기도 힘들고 답답하고 쪼이고 토할뻔했다.


방독면 수업 2시간 내내 서서 진행했기 때문에 다리도 후들후들거리고 방독면때문에 숨도 헐떡헐떡하고

어째 하루라도 괜찮은 날이 없다. 방독면 쓴상태로 얼차려는 주지말자 인간적으로..


마치 영원과도 같았던 지옥의 방독면 수업이 끝나고 일반전형으로 들어온 애들은 따로 시험을 보러 갔다.

나는 전산지정특기로 신청했기 때문에 특별히 할건 없었고

시험을 보는 동안 정말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을 가졌다


그렇게 밤이 되고 또 무한의 얼차려를 받았는데 너무 똑같은 레퍼토리여서 생략한다

사실 쓸 힘도 없다




2013 5/2 (목) 공군 11일차


일어나보니 목소리가 안나온다. 어제 너무 소리를 꽥꽥 질러대서 목소리가 쉬어버린 모양이다.

지옥과도 같았던 방독면 착용훈련으로 모래먼지를 너무 많이 마셔서 헛기침도 계속 나오고 정말 몸상태가 좋지 않다.

아침 점호할때도 쉰목소리로 제식을 했으며 아침식사를 먹고 도수제식 연습을 할때 목이 장난아니게 아프더라


오전 훈련은 훈련소에서 가장 행복한 강당에서 이론수업이여서 시간 때우기는 정말 좋았다.

국군의 이념이나 사념 이런걸 배우고 안전에 대하여 수업을 받았는데

중간중간 내가 입대하고 나서 새로 생긴 소식이나 동영상 이런걸 보여줘서 나름 유익한 시간이였다.

가장 궁금한거 물어보라는 시간에 '롤 업데이트 내역좀 알려주세요' 라는애가 있었는데 모든 훈련병들이 빵 터졌다.

아니 군대온놈이 그딴걸 알아서 뭐하게...


점심은 저번에 배운 심폐소생술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로 심폐소생술을 해보는 기회를 가졌는데, 역시나 쉽게 시켜주진 않았다.

엎드려뻗쳐, PT체조 등 별 짜증나는걸 다 하고나서야 겨우 할 수 있었다.

마네킹을 대상으로 인공호흡 방법이나 가슴부분을 자극해서 심장을 소생시키는 법을 배우고 바로 시험을 봤다

일단 알고는 있으면 언제간 쓸일이 있겠지?


그 뒤엔 지옥같은 오후구보로 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서 뛰었는데 이번엔 겨우 안정권 안에 들어갔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고 머리도 어지럽다. 다음주엔 2바퀴라는데 대체 어떻게 뛰지?

죽을힘을 다해서 뛰었더니 더이상 체력이 남아있질 않다. 단순히 다른 훈련을 위해 이동하는것만 해도 정말이지 힘들었다.


저녘엔 병영생활의 기본을 배웠으며 특내기간의 거의 마지막날이기 때문에 진짜 역대급으로 빡센 얼차려를 받았다.

악마같은 조교들은 30분이 넘도록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우릴 괴롭혔고 주변에 토하고 실려가고 난리도 아니였다

나도 진짜 기절할거같은데 왜 기절을 안하는지 모르겠다. 쓰러지면 좀 편해질거 같은데 쓸때없이 체력이 좋아진건가


악몽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니 팔이 안움직인다. 이거 쓰는데만 해도 팔이 부들부들거려서 너무 힘들었다

평소엔 밤에 조용히 조교 뒷담을 하던지 훈련소 욕을 하면서 떠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다들 너무 힘든지

취침시간이 되자마자 모두 칼같이 잠에 빠졌다




2013 5/3 (금) 공군 12일차


어제 얼차려를 너무 심하게 받았는지 일어나보니 머리도 어지럽고 열이 좀 나더라

훈련을 빠지고싶지만 그렇게되면 감점이 되어비리니 힘들어도 참기로 했다.

뭐 어쨌든 오늘은 상당히 중요한 날인데 특내 기간의 마지막 날, 훈련소의 3대 지옥인 화상방 훈련을 하는 날, 726기의 수료날이다.

세상에 수료식이라니.. 다죽어가는 727기의 표정과는 다르게 726기들은 웃고 떠들고 굉장히 좋아보였다.

수료식 축하하니까 이제 '멋있는 수료자'좀 그만 불러 이놈들아 지겨워죽겠으니까

마지막 726기의 약올림?을 듣고난 뒤에는 강당으로 가서 군사 보안에 대한 이론 수업을 들었다

그 뒤엔 좀 쉬었다가 군인 복무규율에 대한 것을 배운 뒤에 수료식이 진행되는 것을 구경했다.


726기들이 부모님들 품에 돌아가는걸 보고 정말 이보다 더 부러울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는데 내가 수료할 때도 눈물이 쏟아질것 같다.

726기가 빠져나가면서 이젠 공군 교육 사령부에 726기 2대대, 4대대가 빠져서 사람이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빨리 728기 신병들이 들어와서 나의 고통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점심을 먹고는 죽음의 화생방 실습을 하러 갔다. 역시 훈련소 3대 지옥 아니랄까봐 가는길부터가 장난아니더라

왜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화생방 실습장이 매우 매우 멀리 떨어져있는데 이 거리를 이동하는것조차 쉽지 않았다.

안그래도 짜증나는데 완전군장 소총장비를 하고 이동했으며, 가다가 뛰다가 오리걸음하다가

체력이 탈진되기 전까지 빡세게 굴렸다. 얼마나 힘들면 가다가 2명이 낙오했다


나도 토할거같은거 겨우 참고 이동했는데 마지막 오르막길 오리걸음으로 올라가라고 할때는

실제로 욕이 튀어나와서 나 자신에게도 놀랐다. 세상에 짜증나는일이 겹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욕이 튀어나오는구나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이정도라니 벌써부터 미쳐버릴것 같다.


화생방 실습장에 도착해선 저번에 배운 방독면 착용법을 복습하고 그에따른 안전수칙을 들었는데

긴장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유난히 분위기가 숙연했고 나도 곧 화생방을 할 생각에 온몸이 떨렸다.

이왕 하는거 제일 처음에 했으면 좋겠는데 하필 우리소대는 그놈에 오리걸음때문에 제일 늦게와서 맨 마지막 순서가 됐다


화생방을 끝나고 나온 사람들을 지켜볼수밖에 없는 고통.. 볼때마다 다들 죽다 살아난 표정을 짓더라. 대체 얼마나 고통스럽길래?

끝없는 긴장 속에서 안경을 벗고 방독면을 쓰고 들어갈 준비를 했다.

일단 방독면 자체가 매우 답답하고 안경을 벗고 쓰기 때문에 앞도 안보이고 정말 무섭다.

이윽고 우리 소대의 차례가 돌아오고 단체로 어깨동무를 한 채 화생방실에 입장했다.


분명 방독면을 끼고 있었으나 화생방실에 입장했을 때 뭔가 분위기가 달라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방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왠 라면스프같은 매운 분위기가 온 얼굴에 퍼졌다.

뭐 여기까진 답답해도 참을만 했는데 정화통을 빼라고 할때는 진짜 깜짝놀랐다


지금까지 방독면이 가스를 잘 막아주고 있었던 거였구나...

정화통을 뺀 순간 지옥이 펼쳐졌다. 너무 따갑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아 너무 당황해서 정화통을 떨어트렸다

아마 다른 훈련병이라면 온갖 욕이 튀어나왔을 상황.

그래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동기가 그걸 빠르게 잡아줘서 그나마 해매지 않고 다시 정화통을 낄 수 있었다.

별로 마시진 않았는데 눈물이 벌써부터 줄줄 흐른다. 이 공간에서 나가고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독면을 아예 벗으란다.... 한번 고통을 맛본 후였기 때문에 동기들이 대부분 주춤거렸고

시간을 2배로 늘리겠다는 협박에 벗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보다 더 괴로울 수가 없다. 온 얼굴에 날카로운 가시로 찌르는듯한 느낌과 숨이 탁 막히고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렸으며 엄청난양의 콧물과 침으로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마치 1초가 1년처럼 느껴졌고 사람이 죽을때나 본다는 주마등이까지 봤다.


분명 앞에 조교가 있는데 옆에선 막 욕하고 난리더라

나도 이성을 잃고 무릎꿇고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빌고 싶었다

아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상태로 사망 문턱 코앞까지 갔다

진짜 죽을거같이 괴로운데 어꺠동무를 한 후에 군가를 부르라고 한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군가를 부르란 말인가 숨이안쉬어지는데...


결국 같은 조에서 군가를 부를 수 있는 동기는 아무도 없었고

모두 켁켁거리며 울기만 하다가 조교가 불쌍했는지 그냥 나가라고 해서 그제서야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정말 내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순간이였다. 화생방실을 나오고 나서도 온 얼굴이 따갑고 고통스러웠는데

일단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단것 만으로 표정이 정말 좋아지더라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것 자체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란것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였다.

나오고 닦으면 아픈곳이 번지기 때문에 온 얼굴에 눈물콧물 침범벅이 된상태로

훌쩍훌쩍거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정말 최악중 최악의 훈련이였고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한계를 느끼고 죽음이라는거에 대해서 생각해본 시간이였다.


화생방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하는것도 쉽지않다. 속이 매스껍고 토나오는데

그 엄청나게 먼 거리를 총을 든 채로 다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숨이 정말 껄떡껄떡 넘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생활관으로 도착했는데 진짜 바로 누워서 퍼졌다

근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근무자 훈장 수여식을 했는데 이걸 할때 태도가 좋지 않다고 또 미칠듯한 단체 얼차려를 받았다.

아니 생각을 해봐라 화생방하고나서 파김치인데 훈장 수여식이고 뭐고 이딴거 하고 싶겠냐고 ...

체력이나 정신력 모두 한계를 돌파한 상황. 다 끝나고 쉬는시간따윈 주지 않더라


그래도 나름 화생방을 끝냈다고 저녘에는 특별 음식으로 컵라면이 나왔다.

대체 얼마만에 먹는 컵라면인지..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억에 남는 맛이였다

그리고 오후에 너무 빡세게 굴린걸 자기들도 아는지 밤에 맨날 했던 특내기간 특별 얼차려는 생략해줬다. 조금이나마 자비는 있구나...


특내기간도 이렇게 다 끝나고 훈련의 거대한 산을 하나 넘었으니 이제 남은 지옥훈련은 유격, 행군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아까워서라도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겠다




2013 5/4 (토) 공군 13일차


군기를 빡세게 잡는 특내기간이 모두 종료되고 조금은 여유를 되찾았다.

아직도 화생방의 악몽이 잊혀지지 않아서 조금은 뒤숭숭하지만 훈련을 드디어 3분의 1 했다는걸 생각하면 참을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아직 3분의 2나 남았지만... 에휴 수료가 오기는 할까?


뭐 어쨌든 기상 후 아침을 먹고 전투복 완전복장 집합을 했는데 특내기간이 끝나서 그런지

5분안에 모여야 하는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전같으면 늦은애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죽음이였는데, 몇명 늦어도 '야! 빨리와!' 수준으로 넘어갔다


이후엔 전투복과 소총무장을 하고 강당에 가서 총기, 화기에 대한 이론 수업을 받았다.

총쏘는 자세나, 총기부품 이름 등 대충 이런걸 배우고 나중에 있을 사격훈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그 뒤에는 주말이랍시고 생활관에 있는 침구류같은 것들을 전부 들어서 햇빛에 말리려고 단체이동을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이불이나 매트리스를 들고 움직이는 것을 보고 민족대이동이 이런거구나 하고 생각이 나더라


정말 더럽게 무거워서 왔다갔다하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고생이며 이불 떨어트리고 부딫히고

이불이 깨끗해지긴 커녕 더 더러워진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불을 널어놓은 후엔 이제 곧 어버이날이라고 부모님에 대한 영화인 '마마'를 봤다.

엄마를 향한 아들의 마음이 담긴 내용이였는데,

어떤 내용이던지 훈련소에서 이렇게 앉아서 뭔가를 본다는건 크나큰 행복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는 순간 다시 현실로 돌아와버렸다. 군대라는 현실에...


슬픈 현실을 받아들인 후에 다시 이불을 걷어서 생활관으로 복귀했고

어버이날 이벤트로 한명당 집에 3분까지 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진짜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회가 아닐 수 없으나 내가 전화를 했을 때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더라

다른 사람들은 울고불고 난리치던데 나는 통화대기에만 3분을 다 쓰고

결국 끝까지 통화를 하지 못했다. 대체 왜 안받는거야! 나도 울고싶다고....





2013 5/5 (일) 공군 14일차


훈련병이 되고난 후 처음으로 훈련이 없는 날이다.

보통 훈련병들은 일요일에 종교 참석을 하게 되는데 나도 참석을 하러 집합 장소에 갔다.

천주교, 불교, 기독교 3개 종교 중 나는 딱히 갈곳이 없어서

어렸을때 여름성경학교의 기억이 있는 기독교를 선택했다.


교회가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지라 한참을 걸어가야 도착했는데

일반인들도 많고 사회에서나 볼수있는 자판기같은것도 있고 해서 한순간이나마 자유로워진 느낌이였다.

교회에 입장하면서 보리차를 받았는데 역시 들은대로 초코파이는 없는것 같다.

그래도 뭐 따듯한물이 어디야 이런거 먹어본지도 오래됐는데

이윽고 교회의 행사가 시작되었고, 간단한 영화를 보여주고 기독교에 대한 찬송가, 기도 등 종교에 충실한 진행을 했다.


훈련병들을 즐겁게 해주려는게 목적인지 딱딱하지 않게 노래도 재밌었고

뭔가 우리를 이해해주는 듯한 연셜과 기도의 시간 이런 것을이 나의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더라


재밌었던 시간이 지나가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도수체조의 동작을 하나씩 배워나갔고,

그 후엔 화요일에 있을 병영생활평가를 위해 자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습 시간이 끝나고는 총기 정비로 이어졌으며, 그 외에는 특별히 한게 없다.

평소에 쉬는시간 없이 힘든 훈련만 하다가 갑자기 훈련을 안하니까 오히려 시간이 안가는듯한 느낌?

옆자리 동기와 같이 메모지에 오목이나 숫자야구같은걸 하며 시간을 때웠다.


저녘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726기가 수료외박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걸 봤는데 표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 지옥같은 훈련소를 끝내고 특기학교로 이동하게 되니까 뭐가 됐든 부럽기만 하다.

나도 괜히 핑계대지 말고 빨리 입대를 했다면 저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는데....


아무튼 생활관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불침번 당번이라 특별교육을 받았고 자다가 새벽 1시에 일어나서 불침번을 섰다.

건물의 시설이 핵 쓰레기 수준인 3대대라 그런지 밤의 분위기는 정말 으스스함 그 자체다

심지어 뒤에 화장실에선 자동으로 물내려가는것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고

복도 끝에 거울이 있어서 내모습보고도 놀랐다.

뭐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추천 비추천

22

고정닉 0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242216 무선20등대인데 원주가기힘드냐? 1234(59.13) 16.05.29 117 0
242215 헌병인데 어디 자대가 꿀인지 감이 안잡힌다 [3] 763흔병(221.139) 16.05.29 674 0
242214 내일 서울 강남 단체버스 오후 2시 맞죠? ㅇㅇ(175.223) 16.05.29 138 0
242213 정통교는 자물쇠, 야광밴드 다 필요없름? ㅇㅇ(175.223) 16.05.29 214 0
242212 해당 병무청에 전화하면 자기 점수하고 등수 알려줌???? [1] ddddd(182.215) 16.05.29 220 0
242211 G7사서 소설넣으면 볼수있냐 [1] ㅇㅇㄱ(116.123) 16.05.29 211 0
242210 중거리 추적인데 좆된거냐? ㅇㅇ(110.70) 16.05.28 253 0
242209 아 시바 복귀 ㅇㄴㄱㄱ(175.223) 16.05.28 113 0
242208 군수 2학교 아침구보 혹시 점수 반영됨? [2] ㅇㅇ(119.69) 16.05.28 617 0
242207 흑흑 복귀하고싶지않아.... ㅇㅇ(211.246) 16.05.28 77 0
242206 항공부속정비 할만함? 뿌속이(116.123) 16.05.28 162 0
242205 헌병특기도 자기학습 시간 충분함? [2] ㅇㅇ(125.129) 16.05.28 421 0
242204 솔직히 어떻게 버티냐 [1] ㅇㅇ(223.62) 16.05.28 305 2
242202 자대가면 편하다는데 편하다는 기준이 데체 뭔지 모르겠네. [4] 763기(119.71) 16.05.28 358 0
242201 이번 765기가 쓰는 3대대는 신축? [2] ㅇㅇ(175.116) 16.05.28 499 0
242200 통전 59점이면 좀 위험하나 ㅇㅇ(125.149) 16.05.28 82 0
242199 왜 회계자격증이 통전에 해당되는지 아심? 234(221.149) 16.05.28 135 0
242197 군수1 어떱니까 [1] ㅇㅇㅇㅇ(110.70) 16.05.28 439 0
242196 일반차량 자대 추천 좀;; [3] ㅇㅇ(211.38) 16.05.28 557 0
242195 특기학교에 가지고 갈 짐 이거 어디서 알아봐야함? [2] ㅇㅇ(121.177) 16.05.28 209 0
242193 1대대 3대 미남조교 [14] 123(121.139) 16.05.28 1349 0
242191 특기학교때 같은특기끼리 방 씀? [2] ㅇㅇ(118.45) 16.05.28 807 0
242189 공군 기군단은 몇시기상? [1] ㅇㅇ(211.176) 16.05.28 319 0
242188 항공무기정비가 헬인 이유 ㅇㅇ(211.220) 16.05.28 453 0
242187 765인데 훈련소 들어갈때 내청코 전권 갖고 들어가도 되냐? [4] ㅇㅇ(125.142) 16.05.28 244 0
242186 763 갓 수료한 짬찌인데 급양걸렸다 자대추천좀... [7] ㅇㄴㅇ(112.173) 16.05.28 822 0
242185 특기학교 잘 가라 조짬찌들아ㅋㅋㅋㅋㅋㅋㅋㅋ [3] ㅇㅇㅇ(61.41) 16.05.28 536 0
242183 63기ㅋㅋㅋㅋ 탄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5.28 75 0
242182 야 방포교가서도 기훈단에서처럼 구르고 함? [4] ㅇㅇ(203.90) 16.05.28 740 0
242181 방공포 군기쌔요? ㅇㅇ(211.58) 16.05.28 86 0
242179 방공포병학교 생활관 침대인가여? [3] 방공포(203.90) 16.05.28 746 0
242177 빵차 페트리어트 어떰? [2] 하토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5.28 450 0
242176 나 737기 출신인데 [1] (1.246) 16.05.28 216 0
242175 전자계산은 기술이지? 일반이 아니구? [2] ㅇㅇ(1.243) 16.05.28 310 0
242174 형님들 헌병 특기학교에서 머함니까? ㅠㅠ [3] 나를맛봐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5.28 601 0
242173 방유정특기받앗는데 세부특기도 성적순으로 정합니까? [3] 방유정 최유정 졸귀탱(121.129) 16.05.28 683 1
242172 방포 신궁 전역하면 예비군 어디로감요? [1] ㄴㄹㅇㄹㄴㅁㅇㄹ(210.178) 16.05.28 268 0
242171 4대충 ㅇㅇ(175.223) 16.05.28 95 0
242170 왼발~앜 오우와열 오와열 [1] ㅇㅇ(175.223) 16.05.28 202 0
242168 잇씨발 특기마크 잃어버림 [6] ㅇㅇ(1.229) 16.05.28 585 0
242167 통신/무선 질문있습니다. [4] eminen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5.28 498 0
242165 군가 들을때는 개 멋진데 ㅇㅇ(175.223) 16.05.28 107 0
242164 전자계산 67점 최종합격 가능성 있을까? 전계(39.113) 16.05.28 141 0
242163 방유정 전투/비전투 [2] 이등병입니다(175.223) 16.05.28 380 0
242162 외출 넘나 꿀인것.. [2] 757(39.7) 16.05.28 417 0
242161 3대대 화랑이 94오따꾸라는게 참트루냐? ㄷㄷ(182.211) 16.05.28 208 1
242160 전형적인 얼차려 ㅇㅇ(175.223) 16.05.28 160 0
242158 장교 자대 배치 ㅇㅇ(183.101) 16.05.28 393 0
242157 컴공과인데 공군 지원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할까? [2] ㅇㅇ(1.243) 16.05.28 257 0
242154 1대대에 군가 존나 잘부른다는사람이 있었다는데 ㄹㅇ이냐 [4] ㅇㅇ(1.245) 16.05.28 56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