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2년 1월 진주에는 눈이 왔다

앵간히 남쪽에 있는 곳이라 눈 보기가 힘든데 재수가 드럽게 없게도 눈이 올정도로 추웠다.

수통에 든 물이 얼고 영하 17도 밑으로 내려가서(17도 맞나? 이건 기억이 가물가물) 야외활동 자제하라는 방송도 나옴.

그러나 야외 활동 자제는 커녕 따뜻하라고 더 빡세게 굴렸다.

심지어 난 총검술 학과때 장갑을 3겹을 착용 했는데도 손이 너무 차서

아 진짜 이러다 동상 걸리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중간중간에 조교한테 나 손 얼어버릴거 같다고 말 하고싶은걸 참고 또 참음.

2. 동태 썰

1번에서 말했듯이 진주는 존나게 추웠다.

무슨 학과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차렷총 자세(이게 명칭이 맞나? 오른쪽 인지 왼쪽 다리 옆에 총 가지런히 세워 잡는거)한 상태로

줄 맞춰서 서 있었다.

근데 어떤 동기가 온 몸이 꽁꽁 얼어서, 얼린 동태마냥 몸이 1자로 굳은 상태로 뒤로 쓰러짐.

아쉽게도 이 장면을 실제로 목격하진 못했다. 구급차 와서 실어가는 것만 봤다.

이 밖에도, 매일매일 일과 끝나고 뛰는 구보 때 산소 과호흡에 걸려서 토하고 정신이 반쯤 나가는 새끼도 있는 둥 별 일이 다 있었다.

3. 생활관 화재 썰

그렇다. 진짜 생활관에 불이 났다.

1,3대대는 신 건물을 쓰고 2,4 대대는 노숙자들도 거르는 폐급 생활관을 썼다.

711기는 1,3대대에 해당했으므로 나름 쾌적한 생활관에서 지냈다.

그날은 3대대가 행군을 한 날이었는데, 가서 행군을 해보면 알겠지만

행군을 한 날은 잠을 좀 더 일찍 재운다. 내 기억에 9시에 재우는 걸로 기억한다.

행군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지 육신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샤워도 하고 신변정리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야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불 났으니 그대로 다 두고 쳐 나오라는 것이었다.

방금 까지만 해도 행군의 여파 때문에 다리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던 장병들은

불났단 소리에 언제 그랬냐는듯 그 병신된 팔다리로 전력 질주해서 생활관 다 빠져나옴.

그러고 나서 2시간인가 정도 밖에서 덜덜 떨면서 서있었음.

따뜻하게 입고 온 애들은 그나마 나았지만 나처럼 동체련복 상하의만 줏어입고 나간 경우

행군 하고 온것도 빡치는데 이딴 일까지 당해야 하나 속으로 존나 억울했다.

1,2번에서 말했듯이 진주는 존나게 추웠다. 그것도 한 밤중이었다.

화재 원인은 조교들이 몰래 핀 담뱃불이 쓰레기장에 옮겨 붙어서 그 근처 기름통 까지 번질 수 있는 위험 천만한 사고였다 '카더라'

참고로 교육사 전체는 이당시에도 전 지역 금연이었다.

조교들은 샤워실이나 쓰레기 장에서 지들끼리 종종 흡연 하는 것으로 보였음.

생활관에 불이 활활 난거는 아니고, 숙소 뒷편에 쓰레기장이 있었는데 거기에 불이 좀 났다.

숙소 안에는 연기 정도만 들어간 상황이었다.

조교 담뱃불 때문에 불이 났다 하면 조교 위신이 엉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 배선에 문제가 생겨 뭐 스파크가 튀었다나 어쨌다나. 그런 이유라고 공식 발표를 했다.

나도 일개 훈련병 짬찌였기 때문에 정확한 내막은 모른다. 진짜 전기 배선 문제일 수도 있고.

그러나 흉흉하게 들리는 소문으로는 조교들 담배가 많이 들렸다.

결국 이날 우리는 9시는 커녕 11시 넘어서 잠을 자게 되었고

화재 경위 조사를 위해 원래 있던 숙소에서는 자지도 못하고

3대대 전체 인원이 교육사에 남는 숙소로 다 뿔뿔이 흩어져서 잠을 자게 되었다.

이 때는 기지 내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함. 훈련병이 웬만해선 탈 기회 없는 기지버스를 타보게 되는 기수가 된 것이다.

본인은 통교에서 잤고, 군수학교, 기술학교, 장교 숙소 등 이곳 저곳으로 가서 잤다.

한 2~3일 정도 남의집에서 잔 것 같다.(기억이 부정확)

통교는 훈련병들에게 상당히 젠틀했으며 별로 아래것 취급을 하지 않았으나

하필이면 재수없게도 군수학교에서 잠을 잔 동기들은 그 와중에도 조교에게 멱살을 잡히고 털리는 등

개고생을 했다는 후문. 장교 숙소에서 잔 애들은 존나 추웠다고 함.

4. 통교 역사에 길이남을 PMP 반입 사건

기훈단 수료하고 본인은 통교로 가게 되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패기 넘치는 동기가 2.3초 첫 휴가 때 더플백에 과감히 pmp를 챙겨오는 위엄을 떨침.

1~2주 정도 안들키고 잘 버텼으나 우리가 학과 교육으로 방을 비운 사이

조교들의 불시 방 검사 중... 방독면 주머니 안에 꽁쳐놨던 pmp가 적발됨.

이로 인해 통교는 발칵 뒤집혔고, 교장 귀에까지 들어갔다.

이 pmp에는 음악, 뮤직비디오, 야동 1편 정도가 들어 있었는데, 딴 건 몰라도 이 야동 하나 때문에 더욱 더 난리가 났다.

특이한 점은, 이 pmp를 소지하고 있는 걸 같은 방 동기들(1~2명 제외)도 모를 정도로 아주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사용함.

이 간큰 용자는 유예를 하네 마네 영창을 가네 마네 말이 많았지만 벌점만 뒤지게 먹고 (조교들로 부터 갈굼과 욕도 뒤지게 먹으며)

그럭 저럭 통교를 잘 수료함.

반응 좋으면 2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