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록페스티벌의 계절이 돌아온다. 공연기획사 옐로우나인에서 올 여름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규모의 대규모 록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공연계에서는 벌써부터 해외스타는 물론 국내 록 밴드의 섭외전쟁에 돌입했다.

가장 발빠르게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올해로 4번째를 맞는 펜타포트 록 페스타벌이다. 펜타포트 측은 현재 국내밴드 섭외를 대부분 마치고 해외 밴드 섭외에 들어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가장 유력한 섭외 대상군이다.

특히 올해 섭외전이 치열한 까닭은 지난해까지 아이예스컴과 함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공동 공연주관사였던 옐로우나인이 올해부터는 펜타포트에서 빠져나와 비슷한 시기에 펜타포트 규모의 대형 록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옐로우나인은 오랜 해외스타 내한공연 섭외 노하우와 후지 록페스티벌 측과 돈독한 관계로 올해 후지록 페스티벌의 참여하는 상당수 해외 아티스트들의 섭외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직 옐로우나인 측이 기획하는 록 페스티벌의 규모와 시기 등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두 대형 록페스티벌의 섭외전쟁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이어 8월 중순에는 서태지 만드는 ETP페스티벌이 열린다. ETP페스티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열리는 섬머소닉과 적극적인 연계를 진행 중이다. 결국 올 여름 국내 록페스티벌의 섭외전은 일본의 양대 록 페스티벌인 섬머소닉과 후지록페스티벌의 대리전 양상인 것.

ETP페스티벌의 경우 후지록 페스티벌을 놓고 섭외 경쟁을 펼치는 펜타포트-옐로우나인과 달리 섬머소닉에 라인업을 따르고 있어 섭외 경쟁이 비교적 덜 치열한 상황이지만 공연 흥행의 성패는 여전히 서태지 출연에 달렸다. 지난해 ETP페스트는 서태지 8집 컴백과 마릴린 맨슨 등의 초대형 록스타 초청으로 3만 관객을 모아 성공을 거뒀지만 올해는 서태지의 출연이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서태지의 8집 정규 앨범 발표를 5월로 예정하고 있어 올해 ETP페스티벌 무대에 서태지가 올라 굿바이 무대를 열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형 공연 소식에 록 팬들이 흥분하고만 있기에 국내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는 것. 특히 서태지가 5월 전국투어에 돌입하고, 넥스트 역시 5월께 6집 두 번째 연작을 발표하고 전국투어를 한다면 이미 록 팬들의 지갑이 텅 빌 수 있다는 것. 여기에 7월 펜타포트와 또 하나의 대형 록 페스티벌이 연달아 열리면 8월 ETP페스티벌까지 흥행몰이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가을께 열리는 쌈지록 페스티벌 등 토종 록페스티벌의 불안은 더한 상태다.

대형 록 페스티벌은 모든 록음악 팬들의 꿈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다소 부풀려진 공연 스케일과 비슷한 시기에 지나치게 많은 록 페스티벌의 개최는 장기적으로 국내 록페스티벌의 안정적인 개최를 위협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