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영 장정들은 모두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1시 30분까지인 입영시간이 거의 다 되가자 방송이 들렸다. 부모님과 같이 논산에 온 나는 슬슬 마음이 조급해졌다

주위를 둘러봐도 다 빡빡머리 아저씨들 뿐. 착잡했다

선배들이나 친구들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쉼없이 온다. 벌써 20통은 넘게 받은 것 같다. 하나같이 다 잘 버티고 오라는 말뿐

내가 제대하고 나면 날 반겨줄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우습게도 벌써 이런 생각을 한다

어머니는 아직까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신다 다행스럽게도.  원래 입영행사가 있다는데 신종플루 때문에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어

길목에 설치해놓은 임시 바리케이트? 같은것을 지나면 이제 영영 나올 수 없다.

1시 20분, 바리케이트 쪽으로 이동하였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 바리케이트 앞에서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부둥켜않고 있다

"들어갈게요" 아버지는 말없이 계시고 어머니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셨다 "아들아 잘 다녀와라"

계속 보고 있으면 못 들어갈 것 같아서 일부러 씩씩한 척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당당하게 걸어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뒤를 흘끗보니 손을 흔드는 아버지와 울고 계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더 보고 싶은데 더 보고 싶은데

시야게 뿌옇게 흐려져 두분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수년 전 어느 늦은 가을날, 논산에서의 나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