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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궁수진(山窮水盡) (1)

육갤러(31.145) 2024.05.15 17:41:54
조회 49 추천 0 댓글 0

산궁수진 : 산이 막히고 물줄기가 끊어져 더 갈 길이 없다는 뜻으로, 막다른 경우에 이름을 이르는 말




【강제 된 슬픈 각인, 그리고 망각을 위한 몸부림】



<XX년도 9월>

군 제대 후 복학 후의 학사 일정을 고려해, 적기에 군대로 입대 하고자 온라인 신청을 마친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식사를 하던 중에 부모님에게 통보하듯 무심히 [12월에 군대 가려고요] 라고 말을 흘렸다. 

[그러니?] 라고 하는 엄마의 얼굴을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고단했던 학업의 중압감의 반동으로, 

대학 신입생 시절을 낮에는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소설을 읽고,

밤에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매진한 결과 학사경고를 연달아 두번 받게 되었고,

제적만큼은 피하기 위해 1년간 휴학을 했던 상태였다.

지금껏 가지고 있는 나의 악취미인, [끊고 다시 시작하기]를 곧 시작 할 참이었다.

군대에 갔다 온 뒤엔, 맛이 잘 든 여름 수박 같이 시원달콤했던 2년간의 일탈을 접고,

다시 공부에 정진 하리라.



<XX년도 12월>

하루 전날에는 입대를 앞 둔 장병들이 으레 그러듯이, 집 근처 이발소에서 머리를 짧게 밀고나서야

나도 정말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입대 장병들 앞으로 나오십시오] 했을 때도, 무심한 척 [갔다 올게요] 한마디 하고 나아갔다.

집으로 보내는 박스에 옷을 넣을 때는 울음은 나지 않았다.

다만, 그다지 밝지 않았던 내무실 실내 조명이 조금 음울하게 거슬릴 뿐이었다.


한겨울의 신교대는 환경이 좋지 않았다. 

수도가 얼어 물이 없어 며칠씩 씻지 못할 때도 있었고, 난방도 되지 않아 입김이 나는 실내에서 자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침상위에서 베개와 침낭도 있으니, 타이타닉 침몰 씬의 로즈의 비극 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하며 가래 섞인 기침을 뱉어냈다. 

그렇게 처음 대면했던 불편한 환경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들은,

당연히 이겨내야 한다고 하는 가스등 효과로 마음에 새겨 진 허영스러운 군인정신으로 버텨냈다.



<XX+1년도 1월>

주특기번호와 자대 배치를 받았다.

간부가 무작위 발탁이라고 설명은 했지만 믿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결정되어있을까 하며 스크린만 주시했다.


교육대 동기들과 헤어짐은 그닥 슬프지 않았다. 

자대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면서 중학교 입학식이 떠올랐다. 

이제부터 만나게 되는 모르는 사람들, 선임들, 간부들. 

어떠한 새로운 생활이 시작 될 지 조금은 기대로 심장이 울렁대는 한 편,

살짝 겁에 물든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수 밖에 내 동요를 숨길 방법이 없었다.

회색 빛의 눈이 내렸었다.


그리고 시작 된 나의 지옥같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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