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두달 전만해도 뭣도 모르고 군대가기 싫어서 조금 마른거 가지고 공익이고 상근이고 면제고 뭐든 해볼라고 했는데
어짜피 가야될꺼고 언젠가는 가야될껀데 이왕 갈꺼 빨리 갔다 얼릉 끝내고 돌아와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생각에 매일매일 하루라도 빨리 입대하고싶다

대학간다고 중학교고 고등학교고 6년 동안 대학을 왜가야하는지도 모르고 하고싶은게 뭔지도 모르고 앉아서 기계처럼 공부만했을 사람도 있고
친구들에 쌓여서 웃고 떠들면서 여자도 열라 만나고 꽤 재밌게 10대 추억있는 사람도 있을텐데 
지금 뭐가 불만이고 뭐가 문제고 온통 쓸데없는 생각들에 갇혀 가지고 뭐라도 해볼생각 안하고 한숨만쉬고 주저리만 많은 너희들을 보면 참 답답하다

말 섞을 친구 하나 없이 몇년 동안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것들 준비한다고 미친듯이 잠도 못자면서 일과 경험만해오던 나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이었을 텐데 그치 (물론 친구 하나 없이 나홀로 열심히 계획적으로 하고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들을 준비해오면서 잃은 것도 많지만 배운 게 더 많다)  
뭐가 그리 불만이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준비를 한다는 10대에 몸건강히 친구들도 만나고 학교도 다니고 초스피드로 10대 마무리 지어놓고
힘들다고 무섭다고 군대가기 싫다고 온통 잔머리 굴리는 찔밥들이 요즘 따라 자주보이고 많아보인다

솔직히 이 나라는 몸을 받쳐 충성 할 필요가 없는 나라라고 나도 자주 느끼는데 (정치도 그렇고 정성을 다해 충성해봤자 국민을 위한 나라는 아닌것같음)
내가 불필요하다고 느낀다고 피해갈 수는 없는 사회의 큰 규칙이고 피해갈 수 없는 공간들인데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개인에게 다가오는 가치가
달라질 거 라고 생각해 어짜피 가야되는거 좋게 생각하고 쿨하게 다녀오면 안되는건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세상이고 뭐가 옳다 뭐가 아니다
이런 기준은 없지만 하나라도 배운다는 생각과 마음으로 군생활 하면 물론 좀 힘들고 지쳐도 군대다녀와서도 군생활 추억 말고도 남는게 있을 것 같은데

뭐 입대해서도 이런 말 나올까 라고 비웃는 형들도 있을 텐데 물론 우리는 사람이니까 선임들이 갈구면 짜증도 날테고 몸도 많이 힘들 거 아는데
나는 좋게 생각하고 멋있게 다녀올려고 최대한 마음 열어두고 있어
솔직히 지금 까지 학교다니느라 너무나 규칙적인 생활들 한 형들도 있을 테고 야간활동하느라 바빳을 형들도 있을텐데
군대에서 수학하고 국어 영어 같은 거 교과서 안가르치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배운다는 마음만 조금 가지고 있으면
선임이 뭐라도 고치면 옆에서라도 지켜보면서 조그만거 하나라도 배워올 수 있는데 무조건 짜증난다 도움안된다 생각하면 괜히 스트레스받고
21개월 동안 온통 지치기만 할거같은데? 어짜피 없는 것 보다는 넘치는 게 낫다고 군 생활 2년 1개월 싫어만 하지말자

그 누가 자유라는게 일정수준을 넘을 수 없는 군대라는 곳을 좋아하겠어 그치만 어짜피 가야될꺼 좋게 생각하고 보람차게 좋은 경험한다고 생각하면
규칙적인 생활에 체력도 많이 좋아질꺼고 나중에 어디서라도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나 노하우라도 하나 배워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사람은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데잖아 군대에서도 제대로 적응 못하고 어떻게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겠어 
나도 남 밑에서 온갖 잡소리에 짜증 한 번 못내고 눈칫밥먹으면서 열심히 하고싶은 것들 준비해오면서 좋게 생각하는 버릇들이면서
인내심도 좀 많이있고 혼자 여행도 즐기면서 조금 여유롭게 사는 법을 어느정도 알겠더라
고생 좀 해보고 어렵게 살아본 형들은 마마보이들보다는 훨씬 군대에 적응이 빠를 것 같다고 생각해
 
이제 군대다녀와서 내가 지금 까지 많은 거 포기하면서 당연할 걸 포기하면서 준비했던 계획들 실행에 옮길 생각 하니 벌써 부터 설레인다

어짜피 가야될꺼 좋은 경험하고 많은 거 배워온다고 그냥 기분 좋게 다녀오자

물론 현역이지만 조금이라도 편하게 군생활 하려고 머리쓰는 건 사지멀쩡하면서 잔머리 굴리는 애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기술행정병으로 주특기도 미리 정해놓고 입대할 수 있고 얼마나 좋아

요번에 신검받으러 갔는데 장난아니더라 스레빠 질질 끌고 신검받으러 오는건 둘째치고 인원이 조금 많아서 검사 받는 내내 좀 기다린다고
혼자 씨팔 씨팔 하면서 사람들 다 있는데서 욕하는 건 물론이고 온갖 센척에 허세 가득찬 친구들 많더라 참 보기좋았어
군대다녀와서 기본 예의란 걸 갖춘 남자가 되어돌아왔으면 좋겠다

하여튼 입대기다리고 멋지게 현역준비하는 형들 멋지다
몸 건강히 잘 다녀오고 좋은 경험과 순조로운 군생활 되기 바래

온통 반말에 완전 세상 다 산 것 처럼 말해서 미안하고 이해 좀 부탁할께 군필자인척 말해서 또 미안해
형들의 군대가는 마음가짐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로 내 주저리 써봤는데 좋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저는 93년 생이고 기행병으로 4월 입대합니다

날씨도 좋은데 포근한 일요일 되길바래 힘내자 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