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못한 차량 절도범 정체가 밝혀졌다. 지난 9일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는 차량을 훔쳐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혐의로 A군(11)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 5일 오후 2시쯤 청주 소재의 한 주차장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승합차를 훔쳐 약 10km가량 운전했다.
그는 훔친 차량을 운전하면서 차선 변경을 도와주지 않는 차량에 경적을 울리고 욕설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훔친 차량에 기름이 떨어지자 “기름 없으면 또 다른 차를 찾아봐야지”하고 주변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다른 차량을 훔쳐 수백여m를 주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후 도주했다.
사이드미러 보고 훔쳐 운전게임에서 배웠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CCTV로 범인의 인상착의를 파악한 뒤 잡고 보니 A군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A군은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량은 대부분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았고, 일부 차량은 열쇠까지 두고 내려 쉽게 훔쳐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측에서 운전은 어떻게 했는지 조사한 결과 자동차를 운전하는 게임을 통해 운전하는 법을 배웠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군은 만 11세로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부모님 차 훔쳐 운전
초등학생이 운전대를 잡은 사건은 결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2월 초등학교 6학년 B군이 대구에서 경기도 성남을 거쳐 서울 성동구까지 엄마 차를 운전해 300km가 넘는 거리를 혼자 운전했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차가 상가를 들이받으며 건물 일부가 망가졌다. 그러나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 대신 보호 처분에 그쳤다.
지난 1월에는 인천 송도에서 초등학생 C군과 중학생 D군이 무면허로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한 명이 아버지의 차량 열쇠를 몰래 가지고 나와 번갈아 가며 운전을 했고 자신들의 운전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까지 했다. 이를 시청한 시청자와 차주인 아버지가 신고해 붙잡혔다. 만 12세인 A군 또한 촉법소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촉법소년 연령유지 과연 올바른 길인가
이같이 촉법소년의 범죄가 계속되자, 법무부는 형사처벌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소년법상 보호처분만을 받게 된다.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수는 2020년 9,609명에서 2023년 1만 9,654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촉법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성인 못지않게 흉포화되고 상습화되는데도 여전히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이 면제되고 있다.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는 것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권고와 맞지 않고, 범죄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촉법소년 제도가 유지되는 게 과연 올바른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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