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1단이랑 9단이 호선바둑을 두지만, 오청원 시대에는 그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만큼 단의 권위가 중요하고 높았으며, 이를 현실적으로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치수였다. 호선-선상선-정선-두점 오청원은 바로 이런 치수를 고치는 10번기를 거의 20년 가까이 두었다. 그리고 이 모든 10번기를 이겼다. 그 결과 일본의 내노라는 모든 고수들을 선상선 내지는 정선까지 치수를 고쳐버렸다. 즉, 일본에서 그 누구도 오청원과 호선바둑을 둘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다까가와 가꾸를 마지막으로 오청원 10번기가 막을 내릴때즘,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타이틀이 걸린 바둑대회가 개최되었는데, 문제는 오청원의 치수였다. 왜냐하면 대회에 참가하는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이 오청원에 선상선 내지는 정선의 하수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오청원이 끝까지 주장을 하면 대회자체가 성립이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오청원은 일본기원과 신문사의 양해를 받아들이고 모든 기사들이 호선으로 대회를 치룰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 그 누구보다도 오청원의 신봉자였던 이창호는 한때, 일본측에 10번기 치수고치기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일본측에서 꼬리를 내려 무산된 적이 있었다. 아무튼 오청원의 10번기는 정말 대단했고, 그 내용면에 있어서도 상대를 거의 압도했다. 그나마 좀 흥미진진한 승부가 후지사와 호사이와 사까다 에이오전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