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가들이 익히 알듯이 현 바둑계의 세계 최강 이창호는 전북 전주 출신이다. 어린 시절 우량아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슴도 많이 알려진 편이다. 2중허리 임해봉 이후로 지구전에 강한 기사로 정평이 나 있는 것도 어린 시절 유난히 발육이 좋았던 것과 연관지어 타고난 체력임을 지적하는 팬도 있다. 나는 이창호와 관련해서 아직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추억 하나를 갖고 있는데, 이는 평범으로 일관하여 비범한 결과는 만들어 낸다는 세인의 평가와는 좀 다르고 왕왕이 바둑 기사들이 갖고 있는 성장 과정에서의 신화(?)를 기억하자면 평범한 추억담이다. 이창호는 전주에서 꽤 알려진 이씨 금방의 아들이다. 금방이란 요즘의 용어로 말하자면 귀금속상이 되겠는데, 그 집의 너 댓살 난 아들이 유난히 총명하여 세칭 신동이란 소리가 20여년 전에 자자했더라. 당시 신동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음을 공인(?)해 주던 민간기구는 동네 곳곳에 자리잡고 있던 복덕방, 요즘에는 공인 중개사 사무실이라 불리는 시험장이라. 신산 이창호가 하늘이 내린 재주를 세인들에게 과시한 첫 리허설은 사실 바둑이 아니라 장기였다. 어린 아해가, 승천하여 용이 되지는 못했으나 어느 누구와 만나도 꼿꼿하게 허리펴고 에헴할만한 복덕방 노인네들의 관록이 무색하게 천의무봉의 장기 실력을 뽐냈음을 목격했던 그때의 흐믓함이라.... . 나는 너댓살 이창호의 용맹한 '장이요' 소리를 쟁쟁하게 기억하되 천재 이창호가 그 시절의 무용담을 자랑했단 소리는 듣지 못했다. 전신의 제자로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그가, 오청원 이후로 혹은 바둑 3천년사에 최고의 고수로 추앙받는 이창호가 너댓살 적의 기억을 지웠을 리는 없다만은, 에헤라 그의 머리 속에 영감님 들의 고초가 담기지 않았으면 또 어떠랴!. 염천의 하늘에서 훠이훠이 부채질하며 굽어볼 그 영감님들 " 오호, 조 놈이 장기 뿐아니라 바둑도 곧잘 두네그려." 하시며 표표히 웃지 않겠는가? 이씨 금방은 있는 지 없는 지 모르겠으나 이씨네 우량아 아들은 이제 그 휘황한 이름으로 세계를 뒤덥고 금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