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딥 블루가 체스를 정복하였고, 2011년 왓슨이 퀴즈를 정복하였다. 

그리고 2016년, 바둑은 체스,장기와 다르다던 사람들은, 알파고에게 이세돌 9단이 완패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AI의 개발자가 다음 상대는 스타크래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AI는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정도로 빠른 연산능력, 기억력을 갖추고 있다. 

인간이 직관력, 변수, 통찰력이라고 부르는 많은 '인간다움' 혹은 '인간만의 능력'은, 그저 인간이 계산하지 못했던 영역을 미화시킨 명칭일 뿐이었다. 

제한된 합리성에 갇힌 사람에 비하여, AI는 완벽한 합리성을 갖추었고, 그 합리성 안에서 변수나 직관, 통찰력 따위는 그저 계산된 하나의 수에 불과했다. 

이러한 능력은 일정한 규칙과 한정된 판, 그리고 양방에 완벽히 공개되는 체스와 바둑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프로기사들이 얼마나 연구를 거듭하다고 한들, 이제 AI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턴제 게임이라면 이제 AI를 이길 수 있는 것은 그 AI보다 빠른 연산력과 많은 정보를 갖춘 AI일 뿐이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는 어떠한가? 스타크래프트는 RTS, 즉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바둑과 체스 등에 비하여 훨씬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정찰 없이는 상대방의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같은 유닛이라도 컨트롤에 따라 전투의 결과가 달라진다. 

진득히 생각할 시간도 없다. 모든 결정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에 의하여, 즉각적인 판단을 내려야한다.

AI가 초월적인 피지컬능력(APM 등)이 아닌, 인간과 비슷한 APM으로 RTS장르에서 인간을 이긴다는 것은 AI가 순간적인 판단력까지 갖추었다는 말이 된다.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에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제 AI가 단순히 의사결정의 보조자 역할(계산을 빠르게 하고, 확률을 제시 하는 것)이 아닌,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AI의 발전방향은 더 이상 통제되고 폐쇄적인 상황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AI는 궁극적으로 불확실한 현실 환경에서조차 최적의 수를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RTS를 정복하면 AI의 다음 목표는 (군이 협조를 해준다면) 아마 워게임일 것이다.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병사들과 시시각각 변하는 거대한 전장에서 인간이 지휘하는 군대를 이길 수 있는 AI. 그런 AI의 탄생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온다면(알파고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전쟁수행에 기꺼이 AI를 동원할 것이다. 

AI에 의해 수행되는 전쟁에서, 군인은 AI가 판단한 결과에 따라 명령을 수행할 것이다. 

요즘 화제가 되는 '무인드론(자동차)의 책임' 따위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AI 지휘관의 명령 책임' 문제가 도래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AI에 대해 지배받는 디스토피아에 대해 상상한다.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어느새 자각을 통해 자아를 깨닫고, 그 우월성으로 인간을 지배하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하지만 AI가 발전할수록, 그것들이 자아를 깨닫지 못하더라도 인간은 스스로 AI에 예속될 것이다. 

인간 윤리, 존엄성, 도덕 따위를 따지기에는 AI는 너무나 능률적이고, 효과적이며,  매력적이며, 심지어 도덕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