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2국 공식중계 47분 개발자 인터뷰에 답이 나오네요.

"알파고는 20집으로 이길 확률이 80%가 되는 수와, 1집이나 반집으로 이길 확률이 90%가 되는 수가 있다고 할 때 주저없이 후자를 택합니다."

인간은 보통 "집 차이를 벌릴수록 내가 이길 확률도 올라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대에게 집을 던져주며 내가 승리할 확률을 올려간다"는 발상은 너무 위험하게 생각되어 꺼리게 되죠. 살얼음판을 일부러 만든다? 하지만 이길 "확률"은 확실히 올라가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안전한 길인 겁니다.

상대방에게 줄 건 줘가며 선수만 챙겨가고 반집 리드를 계가까지 이어간다... 그야말로 꿈의 바둑이죠. 알파고는 실제로 이걸 하고 있습니다.

알파고의 기풍을 굳이 정의내리자면 실리 추구도 세력 추구도 아닌 "확률 추구" 바둑이 되겠습니다.

(바둑이라는 게임이 집 차이로 돈을 먹는 게임이었다면 아마 알파고의 행마도 달라졌겠죠. 집 차이와 확률을 곱해서 기대값을 가져갔을 겁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정리가 되어가는 분위기이고... 쟁점은 알파고의 2국 초반 포석에 대한 평가입니다. 크게 세 가지로 갈리고 있죠.

1. 이것이야말로 바둑의 신이 강림한 최적화 착점이다. 기존 바둑의 패러다임은 깨졌으며 프로들은 알파고에게 다시 배워야 한다.

2. 인공지능이 대충 뱉은 떡수다. 중후반 수습이 좋았을 뿐이고 이세돌이 초반에 응징을 못하고 소극적으로 맞춰가다가 결국 "확률 추구 바둑"에 말렸을 뿐이다.

3. 사람이 뒀던 또는 둘 만한 수이며, 알파고가 학습한 16만기보에 있었던 수일 것이다. 떡수는 아니지만 묘수도 아니며, 알파고가 더 높은 수준의 기보를 학습한다면 현대 유행에 가까운 착점이 나올 것이다.

이런 부분은 5국까지 양상을 본 다음에 생각해 봐도 늦지 않겠습니다만... 우선 3번에 한표 던집니다. 알파고의 정책망은 기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이 둘 법한" 수를 패턴인식으로 추려낸 후에 확률 계산에 들어간다는 개발진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알파고의 포석 실력은 아직 최적화된 것이 아니며 고급 기보를 넣거나 자가학습을 더 돌림으로써 아직도 향상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