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두 사람이 두는 것입니다.

두 정신이 만나 결합하고 조화를 이루어 바둑판에 투영되는 것이지요.

이 바둑판은 공허에서 시작하여 두 색의 조화, 두 다름의 조화 즉, 만물의 기본이 되는 음양조화의 결과로 끝이 납니다.

알파고가 두는 바둑은 이런 바둑이 아닙니다.

알파고는 스스로 큰게 아닙니다.

심지어 알파고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도,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생명정신들이 죽어 흙이 되고, 그 흙이 흐름을 타 규석이 되고, 규석들을 재련해서 반도체를 만들어 알파고를 작동시키죠.

이처럼 알파고의 바둑기보도 결국 수많은 프로기사들의 정신의 집약체입니다. 그 집약체의 산술적 평균을 통해 최적의 수를 놓는 것일 뿐이죠. 단순합니다.

어찌보면, 이세돌사범님의 패배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수 만 명의 정신적 집합물, 그 하나하나엔 나름의 신의 한 수가 녹아 있을진데, 

이들을 어찌 한 명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