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신비로운 세계로 통했던 이유는, 인간이 하나의 대국에서 다뤄지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없으므로 직관력에 크게 의존하여 돌을 놓았기 때문이다.
직관이란 신비한 영역으로 여겨지긴 하지만 우선 그런 관념은 잠시 내려놓고 단면만 보자면, 인간에게 있어 직관은 사실 편리한 인지적 도구 정도일 것이다.
분석이 어려운 혹은 전혀 불가능한 문제들에 대하여도 어느 정도 길을 찾고 답을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직관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탐색방식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생각해낼 때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여 대안을 떠올려내지 않는다.
대신, 이때 발상된 것은 논리적 사유과정을 거치지 않고 통찰로써 얻어진 어떤 해결방법이다.
이 해결법이 타당하느냐가 바로 논리적•합리적 분석으로 따져보아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수없이 펼쳐진 갈래길 중 어느 길을 선택해야할 지 알려주는 것이 바로 직관이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는 직관과 논리(연역사고)가 상호보완하는 관계에 있는데,
(예컨대, 우리가 수학문제를 풀 때, 수많은 수학적 지식들 속에서 순간적으로 해결방안을 떠올려내는 것은 직관적 사고이고, 그 해결법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순차적으로 논증해나가는 것은 연역적사고라는 것)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인간의 직관을 구현해냈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측면 때문이다.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선택지의 폭을 좁힌 후 효율적인 계산을 한다는 면에서 인간의 직관을 흉내냈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라 하여도 인간의 바둑은 결국 직관이 크게 좌우한다.

알파고가 등장하였다고 하여 기존의 직관이니 하는 허무맹랑한 개념에 의존하던 바둑은 끝났다는 견해는 잘못된 접근이다.
인간에게는 컴퓨터와 같은 탁월한 계산능력과 정보력이 없기에,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에도 알파고처럼 철저한 계산바둑을 둘 수는 없다.
또한 인공지능 역시 완벽한 바둑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완벽한 바둑공식은 만들어질 수 없기에 인간 사이의 바둑은 여전히 직관이 크게 개입하여 작용할 것이다.
체스처럼 한정된 선택지의 게임이 아니기에 인간 사이의 승부에선 결국 기보와 수학적 계산싸움이 전부가 되는 일은 결코 없다.

몇몇 이들이 바둑에 신비감이 사라진 듯이 느끼는 이유는, 계산불가능하기에 인간은 직관에 의존해왔던 바둑의 영역들에 대하여, 인공지능은 내다보고 계산된 수를 놓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변수가 많았기에 지금껏 바둑의 수에 대하여 ‘엄밀한 수학적계산’은 불가능하였고 시도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전의 인간이 수많은 경험과 통계를 통해 어느정도 게임에 대한 기술과 공식을 쌓아올린 것이 바로 바둑의 정석, 포석 등이다.
애초에 인간의 능력으론 수학적 계산이 불가능했던 영역들에 대한 경험적이고 직관적으로 만들어진 공식인 것이다.
알파고가 무엇보다 1차적으로 박살낸 것은, 바로 몇 천 년동안 틀에 박혀 큰 변화 없이 고착되어 내려온 이 기존의 바둑공식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수준으로 돌을 놓지는 못하더라도 바둑의 기존정석체계의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상황이다.
인공지능의 기보를 바탕으로 기존의 공식을 개편한다면 오히려 인간바둑의 시야가 넓어지고 이해도가 깊어질 것이다.
또한 바둑세계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그 개선 후에야 진정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어떻게 되든 인간 사이의 바둑에서 정석 이후의 판도는 결국 다시 인간의 한정된 계산능력과 그 한계를 보완해주는 직관력 싸움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여도 바둑에서 완벽하고 또 인간에게 효율적인 공식은 만들어질 수 없다.



결론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어 바둑이란 오락은 그러한 직관력을 기르고 겨루어 볼 수 있는 좋은 두뇌게임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미지의 영역인 바둑세계에 대하여 직관적 통찰로 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바둑은 아직도 신비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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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기반지식이 결핍되고 갈고닦아지지 않은 인간의 직관력이라는 것은 허점투성이에다 오류 역시 많은 사고임.
그렇기에 바둑에 있어 일반인의 직관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프로바둑기사들은 여전히 신선놀음하는 인간들로 남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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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직관을 흉내낸 인공지능이 선택지싸움에서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었음에 경탄할 수는 있겠으나, 기존의 동양적가치들이 싸잡혀서 근본적으로 부정되는 현재의 풍조는 근거없는 비약이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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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금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점을 두서없이 쭈욱 써봤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