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펌글] 제 3편. 기원에 가기 시작한 창호

판타마린 2005.07.31 03:33:36
조회 788 추천 0 댓글 0


창호네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설기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원이 있었다.
할아버지를 통해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후부터 창호는 할아버지 이화춘씨를 따라 이 기원을 자주 가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창호는 1급 실력(오늘날의 아마 5단 정도의 기력)의 원장과 역시 1급의 기력의 이광필이라는 사범에게서 바둑을 배우게 된다.
사실상 이들은 창호의 첫 바둑 스승인 셈인데 이들은 한때나마 창호를 가르쳤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 하다. 뭐, 어찌보면 당연한 측면이지만.

사실 창호만큼 바둑 스승이 많은 사람도 드물다.
<야전사령관>, <고추장 바둑> 등으로 불리며 끊임없이 조훈현 독재 천하를 견제했던 서봉수 9단은 늦은 나이에(18세) "낭인처럼 저잣거리에서 혼자 바둑을 배웠다."라고 회고한다.
물론 서 9단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바둑을 배우긴 배웠을 테지만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수십년을 몸을 달구며 살다보니 그런 기억들이 서서히 사라진 것이다.

사실 창호의 진짜(!) 스승은 조훈현 9단이지만...
속깊은 창호는 그들의 바램을 들어주기라도 하듯 누군가 자신에게 바둑을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구냐 물어보면 스승 조훈현 9단과 함께 그들-자신에게 바둑을 가르쳐 준-의 이름을 잊지 않고 거론한다.

창호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기사로 이름이 높지만...그중에서도 당연할지는 몰라도 특히 바둑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했다.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이미 오른 후에도 만약 누군가가 그와 바둑 한판을 두기 위해서 찾아 온다면 기꺼이 한판을 두어주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한창 이 9단이 주가를 올리기 시작할 무렵 어떤 허름한 차림의 중년남자가 그를 찾아와 바둑 한판을 지도해 달라 부탁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때 이창호 9단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리만큼 바빴고 연간 100여국에 달하는 빡빡한 국내외 대국 일정을 마치 터미네이터같이 소화해 내던 시절이었다.
이창호 9단이 아무리 체력이 좋다하지만...그도 사람인지라 그 살인적인 스케줄에 심신이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물론..언제나 그랬듯 그는 -_-의 표정으로 엽기적인 승률을 쌓아나갔다.;;)

이 9단을 찾아온 그 남자와 이 9단은 이윽고 자리를 잡고 조용히 바둑을 두게 된다.
이를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다른 동료 프로기사들이나 주변인들은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구기에 그리도 바쁜 이창호 9단이 저리도 여유롭게 바둑을 두는 것일까 하고 궁금해했다.

그런데 그 정체불명의 중년남자는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무도 아니었다.
그냥 이창호라는 사람과 바둑을 두고 싶어 무작정 돈 한푼 없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창호는 분명 괴로웠을 것이다.
때로는 그 지독한 승부의 틀안에서 빠져나와 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No라고 하지 않았다.
그 허름한 차림의 중년남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분명 이 9단은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편안하게 싫은 내색없이 바둑을 두었다.


이 광경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나 후에 그 얘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이나 모두 이 9단의 따뜻한 인품에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한다. 네스 본인도 역시...





창호는 할아버지를 따라간 "기원"이라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대국했다.
누구하고나 두었다. 10급이든 15급이든 가리지 않고 두었다.
창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는 창호의 대국자들이었던 사람들에게 자장면같은 기원에서 손쉽게 들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하고는 했다.

기원에 가기 싫은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 9단은 말한다.

"그렇지 않았다. 바둑 두는 일이 행복했다는 느낌뿐이다. 언제나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다녔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기원에 가는 일이 좋아서 학교에 있을 때도 기다려지곤 했다."
                                                                                 -李昌鎬 9단






※아...죄송합니다. 이제 잠이 오는 군요...타이핑에 속도가 안붙네요...내일 마저 올리겠습니다.

※이 글은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 박치문 위원님의 글을 각색하여 올린 글임을 밝힙니다.
※역시 박치문 위원님의 칼럼 <빌게이츠와 이창호>를 참고, 부분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3014 중간고수가 되려면.. 8월18일 문제(행마) [9]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8 364 0
3013 22살 대학생입니다. 바둑 배워보려고 하는데.. [1] 촙오(220.85) 07.08.18 262 0
3011 동호회 가입 신청했는데 [2] 쇼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8 150 0
3010 화점 한칸 협공에서 초보자 정석 질문 [7] 허허(125.133) 07.08.18 371 0
3008 석불의 133번째 우승을 ㅊㅋ드림 [3] 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310 0
3006 8월17일 급소문제 [5]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68 0
3004 심심한데, 바둑두실분? [8]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85 0
3003 공지사항에 나와있어서 드리는 말씀인데 [2] 쇼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03 0
3002 오청원 십번기 9탄 (후지사와 3탄) [1]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316 0
3001 오청원 십번기 8탄 (후지사와 2탄) [1]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594 0
3000 8월 17일 끈내기 문제 해답입니다. [2]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164 0
2999 옥상님 화점 밑에 붙이기 이런정도죠.. [2]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48 0
2995 님들 한게임에서 유명기사들이 바둑두는거 진짜인가요. [1] Feni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307 0
2994 안녕하세요 입갤~~ 입니다. [3] 쇼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00 0
2993 저 모양에서의 정답이 여기맞나요? [6] 느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68 0
2991 바둑과 비교 체스의 장점 [10] 1111(218.153) 07.08.17 1405 1
2990 8월17일 끝내기 문제~ [4]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20 0
2989 8월16일 문제답 입니다. 만만치 않군요 [4]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154 0
2988 초보자의 질문, 화점밑에 붙이기 [4] 옥상호출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40 0
2987 옥상님ㅎㄷㄷ [6] 빅show를하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177 0
2986 오청원 십번기 7탄 (하시모토 2탄) [1]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7 234 0
2984 바둑을 두고싶습니다만 김스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6 123 0
2982 바둑한번 배워보려는데 말입니다 [2] 바둑초짜(220.230) 07.08.16 203 0
2981 8월16일 끝내기문제임. [10]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6 289 0
2979 최근에 산 바둑책 좋네요.추천합니다. [4] 불멸(61.199) 07.08.16 545 0
2978 어제 관전한 타이젬 7단 바둑인데 희한해서요. [8] 에라이(68.96) 07.08.16 430 0
2977 대마잡은거 한번~ [4] ..(222.235) 07.08.16 280 0
2976 오청원 십번기 6탄 (7,6단 선발진) [2]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6 245 0
2975 오청원 십번기 5탄 (이와모또 편) [1]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6 326 0
2974 인터넷 바둑사이트 [2] 히틀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6 413 0
2972 오청원 십번기 외전 [3]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5 479 1
2971 오청원 십번기 4탄 (하시모토 편) [4]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5 295 0
2970 오청원 십번기 3탄 (후지사와 편) [4]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5 471 0
2969 오청원 십번기 2탄 (가리가네 편) [4]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5 367 0
2968 오청원십번기 1탄 (기타니편) [1]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5 522 1
2967 십번기의 내력을 알려줄께욤~ 천천히 연재 연재 [2] 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5 267 0
2965 중환배에 중국기사들은 왜 안나와? [3] 바람돌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5 268 0
2964 조언 좀 해주세요. [2] Scry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5 150 0
2961 이럴때 백이 들어가야 할곳은? [13] 느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4 372 0
2960 반집승 하앜 [7] 빅show를하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4 298 0
2958 지는게 두려워서 바둑을 잘 안두게 된다면.... [9] ㄹㅇㄴ(221.163) 07.08.14 439 0
2957 요새 타이젬이 약해졌나요? [6] ㄹㅇㄴ(221.163) 07.08.14 514 0
2956 바둑을 누구한테 배우셨나요? [7] ㄹㅇㄴ(221.163) 07.08.14 341 0
2955 아악 남에 집이 커보여서 큰일이네요 ................ [1] 느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4 153 0
2954 계가하는법을 잘 모르겠어요 [3] 스크림(218.37) 07.08.14 330 0
2953 1/3집, 1/4집??-_- [2] 빅show를하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4 238 0
2952 4단에서 첫승~ [14]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4 319 0
2951 오청원vs우타로?? [6]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4 318 0
2950 저기 바둑 배우고싶은데 어떻게할까요 [2] 김스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4 203 0
2946 8월12일 문제 답입니다 [5] 큰곰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3 22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