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과학자를 연구할 때 그 과학자의 모든 논문을 집중적으로 공부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프로기사를 연구할 때 그 기사의 기보를 집중적으로 공부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지식과 정보와 기술이 습득되고 이 프로기사의 기풍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의 첫걸음이 기보 놓아보기입니다.

탁상용 신비자나 아가지스를 준비합니다.

봉황 특호를 준비합니다.

오타케 히데오 기보나 오청원 기보를 준비합니다.

오른손 잡이는 왼손으로 왼손잡이는 오른손으로 양손잡이는 발을 사용해서 돌을 놓아야 합니다.

일종의 모래주머니를 차고 훈련하는 개념입니다.

답답하고 속도가 느려도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합니다. (뇌과학 관련입니다.)

돌을 하나 하나 따라하면서 놓아봅니다.

한 수 놓고 상대는 어디 놓을지 예측을 합니다.

상대의 돌을 놓고 나는 어디에 놓을지 예측을 합니다.

이런식으로 한 수 한 수 생각을 하면서 기보를 두어 나갑니다.

한 수가 왜 두어졌는지를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도저히 모르겠는 수는 넘어갑니다.

반드시 다른 기보에서 다시 나옵니다.

반복하고 학습량이 쌓이다보면 깨우치는 날이 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세돌선국집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보집과 저의 소장용 바둑판과 알을 들고 인근 산속 공동묘지 가운데 앉아서 불을 밝히고 바둑을 두고 있으면 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 너무 몰입을 하니까 정신이 두 개로 나눠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 혼자 스스로 흑과 백으로 나눠져서 바둑이 두어 지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다중인격이 아닐까 하면서 평생 살아왔었는데 정신을 분열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기보 놓아보기를 통해서 정신을 분열시킬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정진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