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가기 전 항상 하는 연습
볼펜을 입에 물어 발음을 교정하고는 미용사의 그 여자에게 할 말들을 연습한다
‘깔끔하게 잘라주세요’ 는 진작에 연습한지 오래고 그 여자의 질문의 답들을 머리 속으로 되새긴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한달에 한 번씩만 열리는 거사를 치르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오래간만에 태양볕을 마주치는 것이기에 태양과 구름과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길거리에 놓인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부자연스러우면서도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거사를 치르기 위해 걸어가고 있으면 또 혼자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드는데, 역시 그 중 가장 큰 것은 지금 행하는 장소에 관한 것이다

미용사들이 험담을 하진 않을지, 못생긴 남자 커트를 싫어하진 않을지 하며 쓸데없는 생각 나부랭이들로 머리를 가득 채운다.

이 녀석들이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울 때면 나도 모르게 식은 땀을 흘리며 내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진다. 당당하게 펴고자했던 어깨도 맹수를 만난 것 마냥 축 처지며 발걸음도 느려진다

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가지말까..’

‘니미 지금까지 고민한 시간들은 뭐가 된더냐’ 하며 다시 마음 잡아보려는데

‘내가 민폐 끼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또 든다. 나에게 2만원짜리 커트는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나는 다시 블루클럽으로 향한다. 도착했을 즈음엔 무언가 편안함을 느낀다. 다들 뻘쭘해보이는 표정을 짓고서는 몸 둘 바 모른 채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고하고 있다. 프론트의 중년은 불구가 분명하다
살림에 보탬하고자 주말에까지 일하는 아줌마들, 문신한 스무살 청년은 분주하게 바리깡을 밀어낸다

나는 어느새 다시 마음이 평온해지고 어깨를 피며 흘렀던 땀들을 닦아내며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