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다시봐도 개야갤 역대 태명문 고트앱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1.09.18 15:19:35
조회 375 추천 26 댓글 9

어쩌다 허리를 다치셨는지 친척분에게 여쭤보니까

병원 다녀오시던 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셨단다.

그래도 엑스레이는 이상 없다고 나와서 친척집에서 보살펴드리고 있었고, 나도 한번 수발들었다.

그리고 바로 예정되었던 가족여행을 떠났다.


MRI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온 건 여행가는 길, 친적의 전화를 통해서였다.

병원에 한달가량은 입원해야 할 거란 얘기가 나왔고, 간병인으로 내가 채택되었다.

그날 저녁에 숙소에서 고속버스 티켓을 끊고, 바로 다음날, 여행짐을 들고 나는 먼저 서울로 올라왔다.

그게 벌써 2주전의 일이다.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부족한 짐이나 빨래감은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보충받거나 맡기고, 밥은 잘 나오고,

나름 글도 써보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있고.

재정비할 시간으로 생각하면서 보내는 중이다.


현재 정립한 일과는 대충 이렇다.

할머니가 대소변을 보실 수 있게 화장실을 데려다드리고, 또 뒤처리도 직접 해드리고,

밥 드시게 일으켜드리고, 샤워 시켜드리고, 걷는 운동 시켜드리고, 약 챙겨드리고.

수고 많으신 의사 간호사분들한테 친구들이 가져왔던 과자 돌리고.

그리고 짜투리 시간은 내 차지.


그렇게 바쁘다면 바쁘게 할머니를 보살펴드리던 어느날


크데의 은퇴소식이 떴다.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 화장실 데려다드리고 밀린 카톡을 읽다가 그 소식을 봤을 때의 충격이.


사실 요새 꼴티 야구를 잘 못본다.

여자전용 병실에 4인실이라 시간대를 감안하면 야구를 트는 행위가 참 눈치보인다.

그래도 멀린스, 마운트캐슬 등의 성적은 챙겨보고 있었지만

20경기 연속 안타의 순간도, 20 20 달성의 순간도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뭔가 무미건조하게 스쳐지나가듯 축하하면서 넘어갔다.


그러나, 그 때 내가 봤던 그 문장은, 참으로 오랜만에 야구로 잠을 못 이루게 했다.

병실 복도를 서성거리면서 변할 게 없는 그 문장을 곱씹으면서

자꾸 감정이 형용할 수 없게 꿈틀거렸다.

캔버스에 뚝하고 기쁨이 떨어졌고, 차츰 분노와 슬픔, 허무 순으로 온 몸에 번져갔다.

비상구 유도등의 불빛이 그렇게 서늘해 보일수가 없었다.


크데, 그가 누구인가.

오타니보다 통산 방어율이 낮고, 오타니보다 시즌 홈런수가 많은

개야갤의 아이돌, 오리올스의 홈런타자. 비폭력 무저항 슬러거 아니겠는가.

13년, 조따리가 하위에 발을 디딘 그시즌.

그가 쏘아올린 수많은 폭죽들은 국내야구만을 즐기던 내게 신세계를 선사했다.



다시봐도 참 말도 안 나오는 파워다.

현재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타자는 탠튼신밖에 없을 것이다.

'멋지잖아? 간지 나잖아?' 그렇게 나는 볼티모어를 보게 되었다. 씨발.


12시즌, 13시즌, 15시즌.

그가 잘했던 시즌은 냉정하게 말해 딱 이 3시즌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mvp 3위에 홈런왕 2회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있었고, 먹씨의 천재이자 구단의 악마 보라스가 있었다.

덕분에 그는, 개차도에게 줄 돈까지 끌어모은 꼴티와 7년 161m이란 대형 계약을 먹씨한다. 이후로는,,.



다들 알다시피, 희대의 광대로 재탄생한다.

개차도의 꼴티 손절은 언급하기도 싫다.


크데에게 먹씨를 안겨준 보라스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한 씨발놈일 뿐이다.

그냥 내 추억의 거포를 짓밟고 나락으로 보낸 크데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덕분에 16시즌을 마지막으로, 오리올스는 본격적으로 꼴티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엑윽보다는 최근에 포시를 간 게 참 다행이다.


그렇게 팀을 고통과 고독에 가둬버리고, 그는 떠났다.

매번 스프링캠프에서 이번엔 다르다고 외치던, 그는 떠났다.

올해야말로 야구를 즐길 수 있겠다던, 그는 떠났다.

남겨진 건, 추억과, 공허한 심장이었다.

그가 떠나간 자리에, 새싹이 돋고 있다.

팀을 재건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돋고 있다.

만시니의 인간 승리 등의 감동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너를 대체할 순 없을 거 같다.


너는 역사를 쌓아올렸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300홈런도 쳤을텐데,

먹씨하고 계속 일했다면 500홈런도 혹시 몰랐을텐데,

이런 가정이야 의미가 없지만 너는 그렇게 망가졌어도 팀의 역사에 남았다.


자꾸 말이 길어진다. 병상에서 써서 그런가.


할머니는 요새 나에게 자꾸 미안하다고 말을 꺼내신다.

아파서 미안하고, 잠을 깨워서 미안하고, 가지각색의 이유로 미안해하신다.

그걸 보면서, 난 너가 생각났다. 너도 아프고 싶어서 정신이 아픈 건 아닐텐데.


너가 덜 아팠으면 좋겠다.

아직 돈은 더 줘야 하지만, 야구판도 떠났으니 널 미워할 이유가 없다.

그냥 가족들하고 잘 살고, 기부도 열심히 해라.

그리고 마음껏 웃고 다녀라, 덕아웃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꼴티는, 너의 유산들로 새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망주들을 볼 때마다 너가 생각날 거 같다.

언젠가, 그들이 반지를 낄 때가 올까.

그땐 너도 한 때의 추억으로 미화될 수 있을까.


​잘가라, 텍사스 산 촌놈, 나의 영원한 홈런왕.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26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이혼하고 나서 더 잘 사는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7/08 - -
1960100 형이 1조재벌이지만 디시를 못끊는 이유가 그지덜의 삶을 관음하고 싶어가 [2] 문프이재명내사랑주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44 0
1960099 오타니는 맘 비워야 v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110 1
1960098 근데 시발택게임은 카이지 표절한거 아님? [3] ㅇㅇ(118.235) 21.09.22 333 0
1960097 형 재산이 부동산 주식 현금 합쳐서 1조2천억 정도 되는디 오징어게임 문프이재명내사랑주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66 0
1960096 오론토 지난 거지전에 너무 잘한 [2] ㅇㅇ(223.33) 21.09.22 84 0
1960095 갓데노들 이런 외야수를 음해하네요 [2] 크데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73 0
1960094 코구 얘기조뮤하게 코갤러들 잠좀 자고 오시죠 후후 ㅇㅇ(125.181) 21.09.22 37 0
1960093 반도특) 백신 접종 90% 넘긴 집단 마스크 벗자고 하니까 지랄함 [7] ㅇㅇ(223.38) 21.09.22 202 3
1960092 개론토 홍어전 다 질거같은 예감 ㅇㅇ(211.204) 21.09.22 36 0
1960091 스탠튼게임 감독 인터뷰도 많이 추한 ㅇㅇ(116.124) 21.09.22 59 0
1960090 리조 꾀지랑 뭐보는건지 ㅇㅇ(113.131) 21.09.22 41 0
1960089 치킨 역대 2루수 너드 순위 [2] ㅇㅇ(180.182) 21.09.22 108 0
1960087 솔직히 졸징어게임 결말은 애미뒤진게 맞죠 [1] 돌아온노두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73 0
1960086 디아3 지금도 스위치버전은 갓겜맞는 ㅇㅇ [2] ㅇㅇ(115.136) 21.09.22 109 1
1960085 내일 경기 시작되면 배싯 ERA 순위에서 사라짐 [1] ㅇㅇ(221.140) 21.09.22 92 0
1960084 애초에 마스크 벗고 일상생활하려고 백신 맞는 거 아닌지요? [2] ㅇㅇ(175.196) 21.09.22 139 0
1960083 졸징어게임은 뒤로 갈수록 걍 애미가 뒤지신 [3] 돌아온노두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155 0
1960082 가짜리그 와카는 사실상 국저스 관조 확정 아닌지 ㅇㅇ(220.76) 21.09.22 21 0
1960081 이 정부에서 권고는 정부책임 없게 하려는 말장난인데 ㅇㅇ(175.204) 21.09.22 46 0
1960080 오늘도 홍어판 시작 ㅋㅋㅋㅋㅋㅋ [3] ㅇㅇ(61.253) 21.09.22 127 0
1960079 벨린저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1] ㅇㅇ(39.7) 21.09.22 58 0
1960078 근데 하나 궁금한게 틀극기 분들은 졸로나 그냥 감기라고 하던데 [5] ㅇㅇ(223.38) 21.09.22 84 0
1960077 백신 거부하는 인간들 다 소아마비 수두 홍역 간염백신 기타 등등 [1] ㅇㅇ(175.196) 21.09.22 70 0
1960076 박병호게임 탈북녀 친구를 벗겼어야 설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90 0
1960075 요즘 게쥬 MVP운운하는 애들 없어 보기좋은 [3] 응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145 0
1960074 재택근무 코로나 끝나도 하고 싶은 ㅇㅇ(211.36) 21.09.22 17 0
1960073 센징이들 그렇게 빠는 졸징어게임 현재 미국 6위요 ㅋㅋㅋㅋ [1] ㅇㅇ(61.253) 21.09.22 72 0
1960072 미국,유럽도 마스크 권고사항이지 무조건 벗고다니라는건 아니에요 ㅇㅇ(221.140) 21.09.22 41 0
1960071 우리나라 코로나 퍼지는거 보면 쟈앙싱장역은 ㄹㅇ잘함 ㅇㅇ(221.141) 21.09.22 57 0
1960070 팩타워즈 볼거면 456123이순서로 보는게 가장 좋은 크데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49 0
1960069 지금 mRNA 안 맞겠다고 버티는 인간들이 제일 멍청한 [2] ㅇㅇ(175.196) 21.09.22 148 1
1960068 디아3 음해 뭔지 [2] 설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81 0
1960067 진중궈 꼴에 미학자라고 문준용은 쉴드치네요 [1] ㅇㅇ(223.39) 21.09.22 86 0
1960066 여긴 급식없음? ㅇㅇ(211.36) 21.09.22 42 0
1960065 조선식 위드코로나=마스크는 쓰고 백신접종 중단 [1] ㅇㅇ(223.39) 21.09.22 69 0
1960064 위드 코로나 해도 마스크는 권고사항으로 남겨야죠 [5] ㅇㅇ(221.140) 21.09.22 114 0
1960063 문재앙 정부는 위드코로나 뜻도 모르는 병신들이죠 [2] ㅇㅇ(175.204) 21.09.22 159 1
1960062 졸로나 사라져도 스탠튼 먼지 봄에 시작되면 마스크 필수죠 [2] ㅇㅇ(218.157) 21.09.22 52 0
1960061 새우신 수비는 진짜ㅋㅋㅋㅋㅋ ㅇㅇ(106.101) 21.09.22 34 0
1960060 뽈락신 내일모레 복귀네요 [2] 이상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54 0
1960059 재앙이는 왜자꾸 종전에 집착할까 [1] 우리부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2 160 1
1960058 반도는 익숙해져서 졸로나 아니라도 마스크 많이 쓸거 같은 [1] ㅇㅇ(124.53) 21.09.22 72 0
1960057 오피셜) 위드 코로나 해도 실내마스크 착용은 끝까지 감 [4] ㅇㅇ(211.219) 21.09.22 138 1
1960056 졸징어게임 망한게 여주들 와꾸가 너무 팩팩한 [2] ㅇㅇ(61.253) 21.09.22 82 0
1960055 조센은 왜 그리 통제받는걸 좋아하는지 ㅇㅇ(175.204) 21.09.22 15 0
1960053 위드 졸로나 선언하면 그래도 2명이상 제한 이딴건 사라짐? [3] ㅇㅇ(218.157) 21.09.22 59 0
1960052 꼴티 쓰로워 타자가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네요 ㅇㅇ(223.39) 21.09.22 25 0
1960051 백신 정책은 미국 따라가면 틀극기 분들 말곤 지랄 못하죠 [1] ㅇㅇ(124.53) 21.09.22 52 0
1960050 21약린저 최종성적 [2] ㅇㅇ(175.204) 21.09.22 64 0
1960049 이의리도 볼질때문에 투구수가 많아져서 이닝을 못먹는... [2] ㅇㅇ(221.140) 21.09.22 9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