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10시 30분
관악구에 살고 있는 LG 트윈스 골수팬 설라도씨는 27년동안 기다렸던 LG 트윈스의 정규시즌 우승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잠이 오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맛봤던 달콤한 경험은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13살의 설라도씨는 '내년 또 우승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행복한 망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 시즌부터 무언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KBO 내 최강전력이라고 자부했던 1995 LG는 추락하였고
그 이후로도 몇 년간 전력에 맞지 않는 성적을 냈지만 여전히 설라도씨는 LG 트윈스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고, LG 트윈스의 전성기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걸 전혀 느끼지 아니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김용수와 이상훈은 팀에 없었고 팀의 주축선수였던 김동수,박종호,심재학,김재현은 각기 살 길을 찾아 떠나고 류지현은 선수협의 대역적으로 낙인 찍힘과 동시에 믿었던 구단에게 토사구팽되면서 은퇴하게 되었다.
설라도씨는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2006년 설라도씨가 보고 있던 LG 트윈스는 라뱅메트로박 트윈스였다. 나름 화려했던 투수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로 무너져 있었고, 강력했던 타선의 유일한 구멍이었던 이종열은 어느 순간 내야에 유일한 상수가 되었다. 이순철이 감독하면서 권용관과 박경수가 키스톤을 같이 보는 경기를 보고 설라도씨는 처음으로 야구팬을 그만둘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1선발이 들어온 그 해 설라도씨는 가슴이 약간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감독은 구단 레전드 출신에 왕조 출신 감독이었고, 새로운 1선발은 같은 구장을 쓰는 팀의 에이스였다.
그 둘은 나름 첫 시즌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 둘은 그 첫 시즌이 처음이자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 이후 이어졌던 구단의 과감한 투자에도 LG 트윈스의 전력은 산소호흡기만 끼고 있는 산 송장이었고, 그걸 6년째 보고 있는 설라도씨도 어느 순간 야구와 LG 트윈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설라도씨의 LG 트윈스팬 인생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던 2012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2012시즌, 새로운 감독과 함께 상쾌하게 시작해야 했지만 그 트레이드의 결과와 그 승부조작이 터졌고, 그로 인해 설라도씨에게 LG트윈스라는 존재는 확실히 애증의 존재를 넘어서 증오의 존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4번쨰 유광점퍼를 태우면서 다짐했다. "LG 트윈스를 절대 믿지 않겠다"
설라도씨는 그 때부터 이번 시즌 중반까지 LG트윈스를 자조의 시선으로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LG 트윈스가 잘해도 "안될거야 결국 떨어질거야", 못하면 "그럼 그렇지"
2021시즌도 설라도씨에게는 전과 다를게 없는 시즌이었다. 1위 팀인 KT 위즈가 승률 6할을 찍던 9월까지는 말이다.
KT 위즈가 10월에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설라도씨의 얼어있던 심장이 점점 타오르기 시작했다.
타오르던 심장을 멎게 만들었던 무한 무승부와 1점차 패배 지옥을 지나 어느 순간 한화-롯데-롯데 마지막 3경기까지 왔다.
직장에서도 잘 안 돌아가던 그의 머리가 오랜만에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한화 킬러 이민호가 한화전 이겨주면 이거 모른다" "이민호가 이겨주고 삼성, KT가 2패하면 정규리그 우승 가능하다"
이민호는 설라도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해줬다. 다만, 또 무승부였다.
설라도씨는 긍정회로를 CPU가 터질 때까지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른다. 삼성, KT가 전패하면 우리 우승할 수 있다"
현재 설라도씨는 내일 LG 트윈스의 정규리그 우승을 볼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13살의 설라도와 40살의 설라도에게 Fall이라는 단어는 같은 의미일까?
내일 LG 트윈스와 설라도씨는 27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될 지, 가장 높은 곳에서 극적으로 떨어지게 될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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