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할머니가 아프시다, 조금 많이

Rutschmeans(121.178) 2021.11.17 12:46:27
조회 219 추천 6 댓글 1
														

어쩌다 허리를 다치셨는지 친척분에게 여쭤보니까


병원 다녀오시던 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셨단다.


그래도 엑스레이는 이상 없다고 나와서 친척집에서 보살펴드리고 있었고, 나도 한번 수발들었다.


그리고 바로 예정되었던 가족여행을 떠났다.




MRI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온 건 여행가는 길, 친적의 전화를 통해서였다.


병원에 한달가량은 입원해야 할 거란 얘기가 나왔고, 간병인으로 내가 채택되었다.


그날 저녁에 숙소에서 고속버스 티켓을 끊고, 바로 다음날, 여행짐을 들고 나는 먼저 서울로 올라왔다.


그게 벌써 2주전의 일이다.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부족한 짐이나 빨래감은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보충받거나 맡기고, 밥은 잘 나오고,


나름 글도 써보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있고.


재정비할 시간으로 생각하면서 보내는 중이다.




현재 정립한 일과는 대충 이렇다.


할머니가 대소변을 보실 수 있게 화장실을 데려다드리고, 또 뒤처리도 직접 해드리고,


밥 드시게 일으켜드리고, 샤워 시켜드리고, 걷는 운동 시켜드리고, 약 챙겨드리고.


수고 많으신 의사 간호사분들한테 친구들이 가져왔던 과자 돌리고.


그리고 짜투리 시간은 내 차지.




그렇게 바쁘다면 바쁘게 할머니를 보살펴드리던 어느날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c68f1284d9d

크데의 은퇴소식이 떴다.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 화장실 데려다드리고 밀린 카톡을 읽다가 그 소식을 봤을 때의 충격이.




사실 요새 꼴티 야구를 잘 못본다.


여자전용 병실에 4인실이라 시간대를 감안하면 야구를 트는 행위가 참 눈치보인다.


그래도 멀린스, 마운트캐슬 등의 성적은 챙겨보고 있었지만


20경기 연속 안타의 순간도, 20 20 달성의 순간도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뭔가 무미건조하게 스쳐지나가듯 축하하면서 넘어갔다.




그러나, 그 때 내가 봤던 그 문장은, 참으로 오랜만에 야구로 잠을 못 이루게 했다.


병실 복도를 서성거리면서 변할 게 없는 그 문장을 곱씹으면서


자꾸 감정이 형용할 수 없게 꿈틀거렸다.


캔버스에 뚝하고 기쁨이 떨어졌고, 차츰 분노와 슬픔, 허무 순으로 온 몸에 번져갔다.


비상구 유도등의 불빛이 그렇게 서늘해 보일수가 없었다.




크데, 그가 누구인가.


오타니보다 통산 방어율이 낮고, 오타니보다 시즌 홈런수가 많은


개야갤의 아이돌, 오리올스의 홈런타자. 비폭력 무저항 슬러거 아니겠는가.


13년, 조따리가 하위에 발을 디딘 그시즌.


그가 쏘아올린 수많은 폭죽들은 국내야구만을 즐기던 내게 신세계를 선사했다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c67f721499e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546acfc34

다시봐도 참 말도 안 나오는 파워다.


현재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타자는 탠튼신밖에 없을 것이다.


'멋지잖아? 간지 나잖아?' 그렇게 나는 볼티모어를 보게 되었다. 씨발.




12시즌, 13시즌, 15시즌.


그가 잘했던 시즌은 냉정하게 말해 딱 이 3시즌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mvp 3위에 홈런왕 2회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있었고, 먹씨의 천재이자 구단의 악마 보라스가 있었다.


덕분에 그는, 개차도에게 줄 돈까지 끌어모은 꼴티와 7년 161m이란 대형 계약을 먹씨한다. 이후로는,,.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c62f52c4e9fea

다들 알다시피, 희대의 광대로 재탄생한다.


개차도의 꼴티 손절은 언급하기도 싫다.




크데에게 먹씨를 안겨준 보라스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한 씨발놈일 뿐이다.


그냥 내 추억의 거포를 짓밟고 나락으로 보낸 크데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덕분에 16시즌을 마지막으로, 오리올스는 본격적으로 꼴티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엑윽보다는 최근에 포시를 간 게 참 다행이다.




그렇게 팀을 고통과 고독에 가둬버리고, 그는 떠났다.


매번 스프링캠프에서 이번엔 다르다고 외치던, 그는 떠났다.


올해야말로 야구를 즐길 수 있겠다던, 그는 떠났다.


남겨진 건, 추억과, 공허한 심장이었다.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546a2f53ff6

그가 떠나간 자리에, 새싹이 돋고 있다.


팀을 재건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돋고 있다.


만시니의 인간 승리 등의 감동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너를 대체할 순 없을 거 같다.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545acf53af1

너는 역사를 쌓아올렸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300홈런도 쳤을텐데,


먹씨하고 계속 일했다면 500홈런도 혹시 몰랐을텐데,


이런 가정이야 의미가 없지만 너는 그렇게 망가졌어도 팀의 역사에 남았다.




자꾸 말이 길어진다. 병상에서 써서 그런가.




할머니는 요새 나에게 자꾸 미안하다고 말을 꺼내신다.


아파서 미안하고, 잠을 깨워서 미안하고, 가지각색의 이유로 미안해하신다.


그걸 보면서, 난 너가 생각났다. 너도 아프고 싶어서 정신이 아픈 건 아닐텐데.




너가 덜 아팠으면 좋겠다.


아직 돈은 더 줘야 하지만, 야구판도 떠났으니 널 미워할 이유가 없다.


그냥 가족들하고 잘 살고, 기부도 열심히 해라.


그리고 마음껏 웃고 다녀라, 덕아웃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꼴티는, 너의 유산들로 새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망주들을 볼 때마다 너가 생각날 거 같다.


언젠가, 그들이 반지를 낄 때가 올까.


그땐 너도 한 때의 추억으로 미화될 수 있을까.




잘가라, 텍사스 산 촌놈, 나의 영원한 홈런왕.

추천 비추천

6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2448674 진짜 낭만 투표네 씨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211.228) 21.11.18 16 0
2448673 왕택신 왜 우는건가요ㅋㅋㅋㅋㅋ 타키우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18 10 0
2448672 북경수가 mvp타는 세상이 있다? ㅇㅇ(121.148) 21.11.18 7 0
2448671 갓데vs찍찍에서 갓데가 승리 ㅋㅋㅋㅋㅋ ㅇㅇ(223.38) 21.11.18 7 0
2448670 찍찍노의 염원대로 수원의 레전드가 되신 ㅋㅋ zz(175.194) 21.11.18 19 0
2448669 경수신 무릎 날리고 파엠ㅋㅋㅋㅋㅋㅋㅋ ㅇㅇ(211.228) 21.11.18 6 0
2448668 북경수 므브프ㄷㄷㄷ ㅇㅇ(223.38) 21.11.18 14 0
2448667 저런선수를 냅다버린팀은 대체 얼마나 뎁스가 두꺼운거임? ㅇㅇ(222.112) 21.11.18 8 0
2448666 상위 ETR이 여기서 나오네요 LDS로 MVP먹씨 ㅋㅋㅋ ㅇㅇ(180.230) 21.11.18 16 0
2448665 10호잉 ㅋㅋㅋㅋㅋㅋㅋ ㅇㅇ(183.100) 21.11.18 10 0
2448664 [속보] 노파엠 똥커리 자살 ㅇㅇ(121.130) 21.11.18 23 1
2448663 ???: 2루가 약점, 보강해서 한국시리즈 가겠다 [1] ㅇㅇ(118.235) 21.11.18 103 9
2448662 딱 상위수준 되도않는 감동무브ㅋㅋㅋ ㅇㅇ(61.76) 21.11.18 7 0
2448661 경수 레너드 파엠 ㅋㅋㅋ ㅇㅇ(117.111) 21.11.18 4 0
2448660 경수신 파엠먹씨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121.163) 21.11.18 9 0
2448659 4차전 나오지도 않고 꺼억 ㅋㅋㅋㅋ ㅇㅇ(218.39) 21.11.18 5 0
2448658 최훈 피꺼솟 ㅋㅋㅋㅋㅋ ㅇㅇ(110.9) 21.11.18 6 0
2448657 딸보쇠신 저거 보고 무슨생각할까요 ㅇㅇ(211.234) 21.11.18 8 0
2448656 감성도르로 재균신 파엠 뺏김 ㅋㅋㅋ [2] ㅇㅇ(219.249) 21.11.18 64 0
2448655 19재원신 같네요 ㅋㅋㅋㅋ 페넌 1할타자가 ㄷㄷ ㅇㅇ(112.145) 21.11.18 7 0
2448654 ㅇㅅㄱㅅㅅ ㅇㅇ(221.158) 21.11.18 4 0
2448653 왕택신 왜 즙짜는지ㅋㅋㅋㅋ 타키우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18 6 0
2448652 2.5경기 뛰고 MVP 먹씨 ㅋㅋㅋ ㅇㅇ(121.168) 21.11.18 8 0
2448651 꾀경수 ㅋㅋㅋㅋ ㅇㅇ(223.39) 21.11.18 6 0
2448650 경수 산체스 ㅋㅋㅋㅋ ㅇㅇ(58.232) 21.11.18 8 0
2448649 박경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118.216) 21.11.18 13 0
2448648 4차전 꾀부리고 씹강탈ㅋㅋㅋㅋㅋㅋ ㅇㅇ(14.6) 21.11.18 5 0
2448647 이러면 경수신이 커리는 넘었네요 후후 ㅇㅇ(125.139) 21.11.18 9 0
2448646 올해 토막우승은 사실상 조뱀신이만든거나다름없죠 ㅇㅇ(223.39) 21.11.18 13 0
2448645 흑호 커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223.39) 21.11.18 6 0
2448644 살다살다 북경수가 코시 mvp ㅋㅋㅋㅋㅋ ㅇㅇ(115.23) 21.11.18 5 0
2448643 북경수 파이널 엠비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티스주니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18 8 0
2448642 찍찍 멸망 ㅋㅋㅋㅋㅋㅋㅋ ㅇㅇ(223.38) 21.11.18 8 0
2448641 성적 거르고 스토리로 므브프 먹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ㅇㅇ(1.241) 21.11.18 42 0
2448639 경수신 파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112.145) 21.11.18 4 0
2448638 콱의우승도 씹솩이랑 비슷하네요 ㅇㅇ(223.39) 21.11.18 14 0
2448637 역시경수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220.86) 21.11.18 4 0
2448636 찍찍노 능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175.223) 21.11.18 13 1
2448635 북경수 코시 MVP 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59.16) 21.11.18 6 0
2448634 감성MV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218.148) 21.11.18 5 0
2448633 경수도지어 MVP ㄷㄷㄷㄷ ㅇㅇ(211.106) 21.11.18 5 0
2448632 북경수 ㅋㅋㅋㅋㅋㅋ ㅇㅇ(58.232) 21.11.18 3 0
2448631 북경수 ㅋㅋㅋㅋ ㅇㅇ(218.39) 21.11.18 4 0
2448630 경수신 파엠 당당하게 먹씨 ㅋㅋㅋㅋㅋ ㅇㅇ(183.100) 21.11.18 5 0
2448629 북경수 파엠ㅋㅋㅋ ㅇㅇ(122.42) 21.11.18 6 0
2448628 북경수 므브프먹씨ㅋㅋㅋ ㅇㅇ(59.24) 21.11.18 3 0
2448627 결국 북경수가 MVP먹씨 ㅋㅋㅋㅋㅋ ㅇㅇ(211.222) 21.11.18 5 0
2448626 경수신 파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ronenwort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18 8 0
2448625 대경수 mvp ㅋㅋㅋㅋㅋㅋㅋ ㅇㅇ(115.137) 21.11.18 7 0
2448624 줘도 안먹는 땅도 있네요 ㅇㅇ(118.235) 21.11.18 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