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신인 가드 최고봉(25·울산 모비스)은 요즘 몹시 심란하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 입대를 지원했지만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9명을 뽑을 예정인 상무에는 26명이 지원했지만 19명만 1차 관문인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최고봉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부리그 대학(조선대) 출신으로 프로에 입단한 첫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2006년 드래프트에도 신청을 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재수 끝에 어렵사리 입성한 프로무대였다.

대학 시절엔 임달식 감독(현 안산 신한은행)의 지도 아래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 맹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올 시즌 단 12경기에 출전하며 평균 3.25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프로 입단 당시 팀과 1년짜리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계약 만료인 5월까지 재계약을 맺거나 다른팀에서 불러주지 않는다면 대책없이 군대에 가야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계약은 불투명하다. 남들은 잘만 들어가는 공익근무도 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신체검사 결과 2급 현역 입영 대상으로 판정 받았다.

다른 종목도 비슷하지만 농구 선수의 경우 현역 입대는 선수 생활 종료나 다름없다고 한다. 복무중 체계적인 훈련과 몸관리가 불가능하고 복무를 마친 이후 회복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나이가 되는 탓이다.

최고봉은 26일 시즌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용인 모비스 훈련장에서 전화를 받았다. 어쩌면 농구인생을 마무리하는 훈련이 될지도 모른다. 그는 착잡하고 갈피를 잡기 힘든 마음이지만 어쩌겠냐고 반문했다. 군대에 가야되는 심정을 묻는 질문에는 마지막만 붙잡고 살아와서 익숙하다는 약간 한숨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농구만 바라보고 농구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최고봉. 군대에 가면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계획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인생 1막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에 최고봉은 자신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운동하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2부리그 대학 선수들에게 최고봉은 \'신화 창조\'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프로무대에선 매년 탈락하는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운동을 더 할 수 없게 됐을 때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본적 소양을 갖추게 해야 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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