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로빈슨 없습니까? 5분만 더 기다리겠습니다.”

2007KBL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KCC 허재 감독은 2라운드 8번째(전체 18순위)로 2004~2007년 포르투갈 리그에서 뛴제이슨 로빈슨(27·193.5㎝)을 소리높여 불렀다. 그러나 선수의 대답이 없었다. 허 감독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행사장은웅성거렸다. 로빈슨은 참석자 확인이 됐고 정작 어렵게 지명을 받았는데 자리에서 사라지고만 것이다. 1997년 KBL 출범 이후처음있는 일이었다.

◇“비행기 시간이 없었어요”

겨우 연락이 닿은 로빈슨은 5분만 기다려달라고애원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못해 2라운드 바깥 번외로 밀려 겨우겨우 KCC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생큐. 생큐”를 연발하며 마침내 KCC와 계약에 성공했고 날릴뻔한 1억6000만원(월 2만5000달러·총 7만5000달러)을받게 됐다. 그는 “2시간이면 행사가 끝난다고 해서 이에 맞춰 항공기편을 예약했다. 그런데 드래프트가 너무 길어졌고 나는 안뽑히는줄 알고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해명했다.

◇원인제공은 KBL이 했다

이날 행사는2시간(현지시간 오후4~6시) 예정으로 공지됐지만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로빈슨 건’이 터질 때가 3시간30분을 지날때였다. 선수들은 계속 웅성거렸고 정회 때는 야유를 보냈다. 지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낀 선수들은 일찍 자리를 떴고 KBL은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로빈슨도 7시30분 휴스턴행 마지막 비행편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선수 지명 뒤 곧바로계약을 마치는 새 시스템을 도입한 때문이지만 지나치게 행사 진행이 늦어졌고 KBL은 이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리허설 부족탓으로 밖에 볼수 없다.

트라이아웃 동안 각 구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미카 브랜드(27·207.3㎝)같은장신선수가 지명받지 못한 것도 검토해야할 문제이다. 그는 큰 키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본 경우다. 그를 지명할 경우 두 명의신장합계가 4m를 넘지 못하는 규정에 묶여 다른 1명의 선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참가인원을 다양하게 늘리든지 신장제한을풀든지 해야 해결될 문제이다.

◇전자랜드 1순위는 테이블 보와 뱀꿈 덕분

전자랜드가 1순위 지명권을얻은 것은 테이블보와 뱀꿈의 합작품(?)이었다. 김성헌 과장은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행사장에 일찍 와서 가장 먼저 우리자리에 테이블보를 깔았는데 그것이 적중했다”고 기뻐했다. 이같은 ‘테이블보’의 신통력은 2007신인 드래프트에서 SK가 1순위로김태술을 지명할 때도 증명됐듯이 KBL주변에서 내려오는 전설이다. 꿈은 사령탑 최희암 감독의 것이었다. 최 감독은 “어제 밤에자다가 침대 바닥에 뱀이 쫙 깔려 꿈틀거리는 꿈을 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굉장히 안좋은 꿈인 줄 알고 단장에게 얘기하려고하다가 꿈얘기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신을 믿지 않는다면 ‘믿거나 말거나’이다.

라스베이거스(미 네바다주) | 박정욱기자 jwp94@



로빈슨 ㅋㅋㅋ


드래프트때부터 재밌는 캐릭터였네...플레이오프에서 정말 아쉬웠는데 어디서든 잘 뛰어라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