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한국은 중국을 누르고 종합 1위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금메달 개수가 93개로 같았던 한국과 중국은 마지막 농구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농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국가가 종합 1위도 함께 달성하는 상황이었다. 경기종료 14초를 남기고 한국은 2점을 앞선 상황에서 김유택이 자유투를 얻었다. 승리를 확신한 농구대표팀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전화 연결도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김유택이 자유투 1구를 던졌는데, 림도 맞지 않는 ‘에어볼’이 된 것. 당시 자유투 규정상 ‘에어볼’일 경우 2구는 던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공격권은 그대로 중국에 넘어갔고 경기 종료 직전 3점 라인 밖에서 훅 슛으로 던진 공이 림에 빨려 들어가며 중국은 금메달과 함께 아시안게임 종합 1위를 달성하게 됐다.

그 후 김유택은 기아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방열 감독으로부터 당시 자유투 사건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체육관 옆을 지나던 방 감독은 체육관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던 것을 발견한다. 그때만 해도 전기가 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화가 난 방 감독은 누가 켜놓고 갔는지 확인하려고 체육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방 감독의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김유택이 팬티 바람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자유투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 겨울에 자유투를 던지는데 땀이 날 리가 없던 상황. 이상하게 여긴 방 감독은 그대로 지켜보기로 했고, 이후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됐다. 김유택이 행여 소리가 들릴까봐 자유투를 던진 뒤 곧장 달려가 공이 마루에 떨어지기도 전에 잡는 훈련을 반복하느라 온 몸이 땀 범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해 겨울, 공교롭게도 점보 농구대잔치 결승전에서 김유택은 다시 한 번 자유투의 기회를 얻는다. 1점차로 삼성에 뒤지고 있던 기아는 김유택이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성공시킨 덕분에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맞을 수 있었다.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는 김유택 스스로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이런 그의 일화를 들었기 때문일까. 지금은 국가대표 코치가 된 그의 “나는 조금 게으른 편이었다”라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린다. 오히려 자라는 장신 유망주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노력하려면 김유택처럼 하라”고. 필사적으로....



...<손대범 기자의 글 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