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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악마 같은 놈

사다리(219.251) 2009.05.13 12:35:16
조회 130 추천 0 댓글 1

◈ 그를 당할자는 나타나지 않았다-허재 ◈

 

    <경향신문 매거진 X 96년 3월 5일>

    

     『허재, 악마같은 놈』

 

      그렇다. 기아가 아닌 다른팀 선수들에게 그는 악마와 같은
      존재다. 힘과 스피드 그리고 무서운 탄력. 그림같은 레이업,
      아무때나 터지는 3점슛, 현란한 드리볼, 장신들 위로 솟아올라
      볼을 낚아채는 리바운드, 물러서지 않는 몸싸움, 상대 의표를
      찌르는 속임동작.

 

      노래의 엇박자처럼 그의 플레이는 상대보다 반발짝 빠르다.
      그는 또 왼손잡이.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만능이다. 덩크슛만 빼고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
      국내 선수중에 허재만한 테크닉을 가진 선수가 두세명만
      있었다면 그의 기량은 훨씬 더 늘었을 것이다.
      국내엔 적수가 없다.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그를
      맥빠지게 한다.』 (최인선 기아감독)

 

      허재농구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돌파력이다. 상대 수비수가 키가 작으면
      골밑을 파고 장신이 앞을 막으면 필드에서 야투를 날린다.
      어디서나 슛 공간을 창출한다.

 

      허재.
      홀연 나타나 한국농구의 흐름을 바꿔놓은 사내.
      그는 연·고대라는 두산맥을 뚫고 우뚝 솟아 올랐다.
      연·고대가 한국농구계에 쳐놓은 그물은 얼마나 섬세하며
      튼튼한가. 그 그물을 찢고 그들의 자존심을 구겨버렸다.
      처음엔 그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아니 인정하기 싫었다.
      그러나 그는 점점 공룡으로 자랐다.

 

      용산고, 중앙대, 기아로 이어지는 그의 소속팀은 늘 정상에 섰다.
      『허재가 땀나면 아무도 못말린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의 출현으로 한국농구는 조직력에서 스타중심,
      즉 힘과 기(技)의 농구로 급속히 옮아갔다.

      신동파 이충희 같은 슛장이들이 인기를 모았던
     「포워드 전성시대」가 막을 내렸다. 센터·가드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충희가 조기은퇴를 발표하고 대만으로 건너간 것은
      농구계 흐름의 한 상징이다. 사람들은 화려한 플레이를 원했다.

      허재의 포지션은 슈팅 가드 또는 파워 포드.
      그는 코트를 휘저었다. 좋은선수들은 많았지만
      스타는 허재 하나였다.

 

      농구가 겨울스포츠로 인기를 끌자 그는 그 열기 한가운데 서 있었다.
      오빠부대가 생기고 매스컴의 플래쉬는 그에게만 터졌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숱한 구설수에 휘말렸다.
      감독과의 불화설에서 음주운전까지. 급기야 최고의 기량을
      가졌음에도 국가대표에서 제외되는 수모도 겪었다.
      한국은 아직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무대. 그가 설 땅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황제로 군림했다.

 

      인간 허재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찬사와 악담이 동시에 쏟아진다.
      분명한 것은 힘과 머리로는 그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를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은 「가슴」뿐이다.
      가슴을 열어보이지 않으면 그를 붙잡지 못한다.

 

      그를 얘기할때면 사람들은 승부욕, 보스기질, 술을 떠올린다.
      농구코트에서는 승부사, 숙소에선 두목이며 밖에 나오면 술꾼이다.
      우승후엔 한달간 폭음을 한다. 농구를 완전히 잊는 것.
      7번의 우승. 잦은 우승은 허탈이다. 성취뒤의 상실감, 강자의 고독.
      농구외엔 그어떤 것도 그를 사로잡지 못하기에 탈출은 그에게
      스릴이다. 요즘 그는 술에 젖어 있다.

 

      95-96농구대잔치에서는 달라진 허재를 보여줬다.
      개막전 언론은 기아보다 고려대를 주목했다.
      한결같이 기아의 「노쇠」를 지적했다.
      사실 한기범은 머리칼이 더 빠졌고, 김유택은 하체힘이 빠져
      장기인 필드골이 들어가지 않았다. 강동희의 「재간」은
      녹슨듯 했다. 모두 젊은 고려대 우승을 점쳤다.

 

      더구나 예선전에서 충격의 5패를 당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기아는 우승했다. 아직도 「기아가 뭉치면 무적」임을
      입증했다. 플레이 오프전은 건재를 과시하려는 노장들의 투혼도
      돋보였지만 허재의 겸허가 빛났던 경기였다. 자신을 앞세우려면
      자신이 먼저 추락한다는 것을 알았다. 농구 전체의 판세를 읽는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

 

      그도 이제 나이를 먹었다. 이제 오빠부대들도 대학선수
      주변만을 맴돈다. 이제 힘이 아닌 기술로, 가슴이 아닌 머리로
      코트 안팎의 인생을 살아야한다.

 

      타고난 체력이 있기에 자신을 돌보면 40세 선수로 남을 수 있다.
      동료이면서도 사생활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NBA 시카고불스의
      마이클 조단과 로드맨. 두사람중 어떤 길을 갈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농구 천재-코트의 난폭자-농구 황제(현재)
      -기술의 달인-훌륭한 아버지의 길을 권하고 싶다.

 

      멀잖아 우리 농구계도 프로시대가 열린다.
      이르면 연말께 수입선수들이 등장한다.
      그만그만한 선수들의 몸값이 턱없이 오르고 있다.
      거품인기만을 믿고 젊은선수들은 헛배만 불러있다.
      그러나 프로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는 역시 허재다.

      박인규 코치는 『당분간 나오기 힘든 선수』라고 단언한다.

      그가 농구에 대해 새롭게 눈뜨면 그것은 곧바로 농구한국의
      열림이다. 분명한 것은 그는 아직도 최고이며 그를 헐뜯을 수는
      있어도 무시할 수는 없다
. 이제 그는 자신을 가꾸어야 한다.
      이제 세상을 볼 나이고 패자의 눈물을 살필줄 알아야 한다.
      강자의 관용을 베풀고 아래를 굽어보라, 허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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