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자서전중에서-------------------------
우승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전창진 감독과 김주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TG의 우승을 위해 애썼지만 특히 이들이 올시즌 나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오랜 시간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창진이 형은 상명초등학교와 용산중·고를 2년 차이로 같이 다닌 친형 같은 사람이다. 학교에서나 대표팀에서 내가 사고를 치면 형은 허구한 날 혼나는 내가 불쌍해서 나를 대신해 감독에게 매를 맞았다.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해 아쉽게도 술친구는 되지 못하지만 형에게는 가슴을 터놓고 뭐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창진이 형이 감독 제의를 받은 후 지도자로서의 경험 부족 때문에 고민할 때 “나를 믿어,나를!” 하며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그래서인지 감독 첫 시즌 우승 헹가래를 받는 형을 보니 마치 내가 하늘 높이 띄워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별다른 도움을 주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내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갈비뼈 부상을 당했을 때 형이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코끝이 찡했다. 싸나이가 울기는….

창진이 형이 친형 같다면 주성이는 내 친동생이다. 사실 주위에서는 “주성이는 허재 아들”이라고까지 한다. 내가 주성이를 어디든 데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챙겨준 게 그렇게 비쳐졌나 보다. 하긴 아내가 나 먹으라고 몰래 챙겨준 보약까지 다 주성이에게 퍼다줬으니…. 결국 이를 눈치챈 아내가 숙소 주방아줌마를 캐물어 사건의 전모(?)를 전해 듣고는 한동안 보약 공급을 끊어버렸다. 아내는 “당신이 제대로 먹는 게 ‘참이슬’밖에 더 있느냐” “40대랑 20대 중에서 보약 먹을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며 잔소리를 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우리 팀의 희망인 주성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게 내 바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성이가 좋은 음식 먹고 힘을 내면 내가 먹은 것처럼 신이 났다. 우승을 하고 나니 주성이를 드래프트에서 뽑았을 때 내가 만세 부른 이유를 이제 사람들이 알 것이다.

창진이 형,그리고 주성아. 우리 내년에도 한 번 더 만세 불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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