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재 농구대표팀 감독은 독특하다. 호불호가 분명하다. 원칙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사소한 일은 개의치 않고 넘긴다. 때문에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독불장군이라는 말도 듣는다. 일본농구협회 주관으로 나고야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는 너무나 많은 원칙들이 있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섞여 있다. 때론 갑갑하기도 하다. 허 재 감독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허 감독 특유의 선 굵은 카리스마가 심심찮게 노출되고 있어 화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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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회 리셉션이 있었다. 참가한 6개국 선수들과 임원, 그리고 대회를 주관하는 일본농구협회와 나고야시의 고위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자리.
재정이 초과할 것을 염려한 일본농구협회는 리셉션 참가인원을 국가별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리고 초과인원에 대해서는 1인당 3500엔(약4만4000원)을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한국선수단은 인원이 초과됐다. 그러자 허 감독은 "아니 음식 많이 먹을까봐 인원을 제한해. 3500엔이 뭐야. 그럼 우린 참석하지 마"라고 불참을 선언해 버렸다.
그러자 일본농구협회가 백기를 들었다. 리셉션장에 도착해서도 지루한 축사가 길어지자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피곤할텐데 방에 들어가서 쉬어. 무슨 연설을 그렇게 길게 해"라고 일갈해 버렸다.
▶버스까지 왜 간섭해
대회가 열리는 코마키 파크 아레나는 나고야시의 외곽에 위치해 있다. 버스로 35~40분 정도 걸린다. 주최측은 하루 네차례 정도 셔틀버스를 왕복운행한다. 배차간격이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 택시 이용은 엄두를 못낸다. 8000엔(약 1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선수단에는 전용버스 1대씩을 배차했다. 그런데 주최측에서 선수와 코치진 외에는 버스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자 허 감독은 "버스를 내줬으면 그냥 놔두면 되지 왜 그런걸 간섭해"라며 혀를 끌끌 찼다. "협회 회장님이나 KBL 총재님, 그리고 대선배들이 대표팀을 도와주기 위해 왔는데 어떻게 셔틀버스를 타라고 하나. 선수단 버스는 자리도 텅텅 비는데"라며 협회에 항의하고 나섰다.
▶못 말리는 허 재다
남자대표팀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나고야를 홈으로 쓰고 있는 일본여자농구 도요타 모터스의 정해일 감독이다. 정 감독은 국민은행, 금호생명 감독을 거친 뒤 8년 전부터 도요다를 맡았다.
정 감독은 도요다 체육관을 남자농구대표팀의 연습장소로 알선하고, 일본남자농구의 전력을 조언하는 등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체육관은 매우 엄격하게 관리한다. 밖에서 신은 신발을 신고 체육관에 들어오지 못한다. 슬리퍼를 신고 들어와서 다시 농구화로 갈아신어야 한다. 일본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10일 도요다체육관을 빌려주며 정 감독은 이같은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선수들 대부분은 슬리퍼로 갈아신은 뒤 다시 농구화로 갈아신었다. 그러나 허 감독 만큼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에이, 형님 그런 게 어디있어"라며 운동화를 신은 채 체육관에 들어섰다. 그리고 끝까지 연습을 진두지휘했다. 그러자 정 감독은 "그래, 허 재는 정말 허 재다"라며 허허 웃고 말았다.
< 나고야(일본)=류동혁 기자 <U>sfryu@sportshcosun.co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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