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는 더 입원하라고 했는데…. "

" 용병도 알아 봐야 하는데…. "

남자농구대표팀 <U>허재</U>(44) 감독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형편이다. 허 감독은 소속팀 전주 KCC도 개인적인 건강도 모두 내던지고 지난 8일 오전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10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서다.

2008-2009시즌 플레이오프 챔피언에 오른 허 감독은 시즌을 마친 뒤 달콤한 휴식 대신 대표팀을 떠맡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U>유재학</U>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라 허 감독에게 지휘봉이 맡겨졌다.

허 감독은 부랴부랴 대표팀을 구성했고, 부상 악재 속에 교체를 거듭하며 팀을 추슬렀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할 팀들에 대한 분석도 들어갔다.

타 구단 감독들이 다음 시즌부터 변화되는 새로운 규정에 맞춰 팀을 재건하는 동안 허 감독은 소속팀 KCC에 투자할 시간도 없었다. 한 시즌 농사라고 일컫는 외국인선수를 물색할 시간에 일본과 대만 선수들을 분석했다.

허 감독의 일과는 새벽과 오전, 오후로 나뉜다. 허 감독이 KCC에 대한 업무를 보는 시간은 새벽이다. 대표팀 훈련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전까지다. 오전 10시부터 대표팀 훈련 뒤 오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는 일본과 대만에 대한 비디오 분석으로 시간을 보냈다.

허 감독은 " 지난 5월 1일부터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 며 " 외국인선수를 조금이라도 봐둬야 뽑을 수 있을 텐데… " 라며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허 감독은 대표팀을 맡으면서 휴식 시간도 반납해 병까지 도졌다. 평소 병원에 등을 지고 살아온 허 감독은 지난달 말 입원까지 했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대장 용종의 크기가 커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

병원에서는 수술 뒤 입원을 4~5일 더 해야 한다고 했지만, 허 감독은 병원에 있을 수 없었다. 대표팀 때문이다.

허 감독은 " 병원에서 입원을 더 해야 된다고 하는데, 나보고 대표팀 그만 하라는 소리지 " 라며 퇴원을 불사했다. 허 감독은 죽을 먹어야 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을 또 가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병원행 대신 일본행을 택한 것이다.

악재 속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허 감독의 얼굴에는 쓴 웃음만 계속됐다. " 선수들 컨디션이 그래도 많이 올라와 다행이야. 이번에 티켓을 따지 못하면 일본에서 돌아오지 않을 거야. 허허. "

출국 전 <U>인천국제공항</U> 내 식당에서도 사인 공세를 받을 정도로 여전한 인기를 보여준 허 감독의 대표팀에 대한 헌신이 악동의 이미지를 벗고 농구 대통령으로서 지금까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개인의 건강은 물론 소속팀까지 뒤로 하고 대표팀이라는 사명감을 내세운 허 감독이 웃으면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9-06-09 글/사진 서민교 기자(11coolguy@jumpbal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