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토니 애킨스</U>가 25일 경기 용인 마북리 KCC 농구단 숙소에서 구단 버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 | 김기남기자"한글 읽기가 너무 어려워요. 20문제를 30분에 풀어야 하는데, 시간이 모자라 6문제는 손도 못댔어요."

<U>프로농구</U> 전주 KCC의 포인트가드 토니 애킨스(29)는 지난 24일 치른 첫 귀화시험에서 50점을 받아 10점차로 떨어졌다. <U>이동준</U>(오리온스)의 형인 <U>에릭 산드린</U>(삼성)도 같이 시험을 치렀는데, 역시 50점으로 낙방했다.

2009~2010시즌 한국프로농구에 첫선을 보이는 \'하프코리안\' 애킨스는 요즘 코트에 있는 것보다 책과 씨름하는 시간이 더 많다. 두 달 전 입국해 KCC의 용인 마북리 숙소에서 지내고 있는 애킨스는 5주일 전부터 일주일에 나흘간, 하루 3시간씩 한국어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대학 이후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해본 적이 없어요. 공부하다 머리아프면 농구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애킨스는 벌써부터 다음 시험이 걱정이다. 귀화신청자에게는 3번의 필기시험 기회가 주어지는데, 애킨스는 2주뒤 두번째 도전에 나선다.

시험 문제는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일지라도 까다로워할 만한 수준이다. \'기원전 2333년 <U>아사달</U>에 도읍을 정하고 고조선을 세운 사람은 누구인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강화도 <U>마니산</U>에 있는 제단의 이름은\' \'<U>사물놀이</U>의 네 가지 악기는\' 등이 기출문제다.

"영광은 굴비, 보성은 녹차, 전주는 비빔밥, 금산은 인삼, 순창은 고추장…. 이걸 다 어떻게 외워요." 전주는 KCC의 연고도시이지만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다.

애킨스가 이처럼 귀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모든 절차가 완료될 경우 8월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킨스는 16세때 미국 주니어대표로 활약했고, 최근 7년간 유럽프로리그에서 뛰었을 만큼 최고수준의 포인트가드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LA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는 외할머니 손에 자라 한국어를 영어보다 먼저 배웠다. "오래 안쓰다 보니 한국말은 많이 까먹었다"는 애킨스는 "나는 한국인이다. 어서 국가대표팀에 들어가고 싶고,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며 조바심을 냈다.

애킨스의 한국이름은 \'전태풍\'. 성은 어머니의 것을 땄고, 이름은 그의 개인기와 스피드에 걸맞은 농구를 하라는 뜻으로 한국의 사촌동생이 지어주었다. "정말 맘에 드는 이름"이라는 애킨스는 "KBL에 데뷔하면 화려한 기술과 박진감 넘치는, 허리케인 같은 농구를 선보이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과연 애킨스가 2차시험에서 전태풍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농구이야기에 신바람을 올리던 애킨스는 이 물음에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유~,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 아이 호프 소(I hope so)."

< 용인 | 김경호기자 jerom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