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전태풍은 시리즈 내내 반짝반짝 빛났다.

지난해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전주 KCC 유니폼을 입은 전태풍은 이상민의 이적 후 무주공산이 늘 KCC의 약점으로 꼽혀 온 KCC의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매워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정통포인트가드 보다는 듀얼 가드 성향이 짙은 전태풍은 한국농구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했고 이는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공격성향이 짙은 전태풍의 플레이스타일로 인해 KCC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큼 하승진의 높이를 활용하지 못했고 추승균 역시 볼이 좀처럼 오지 않자 답답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농구명문 조지아 대학 출신답게 전태풍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플레이스타일과 한국농구를 접목시켜 나갔고 점차 KCC의 중심으로 서기 시작했다.

시즌 막판 하승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자연스레 KCC의 중심은 전태풍에게로 옮겨졌다. 특히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준 전태풍의 활약상은 올 시즌 KCC가 건진 최고의 수확이었다.

전태풍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18.5점 7.3어시스트,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15.5점 8.3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삼성과 KT의 가드 진을 모두 압도했다. 하승진에 이어  KCC는 또 한 명의 ‘막을 수 없는’ 캐릭터를 배출해 냈다.

전태풍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리그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모비스의 가드 양동근을 상대로 물러섬이 없었다. 특히 순간적인 크로스오버 드리블과 여기에 이어지는 플로터, 어시스트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환상적이었다.

시리즈 내내 전태풍과 맞대결을 벌인 양동근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는 상대였다. 클래스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선수다. 너무 힘들었다”며 그의 기량을 극찬했다.

비록 전태풍의 활약상은 KCC의 우승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하승진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KCC를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시킨 전태풍의 저력은 곧 다음시즌 더 큰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전태풍은 6차전 패배 후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 하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비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코트를 떠났다.

자신의 이름처럼 KBL에 ‘태풍’을 몰고 온 전태풍이 KCC의 중심으로 우뚝 설 다음시즌에는 어떤 능력을 보여주게 될지 그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역시 전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