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발이 닿는 땅의 모든 곳, 바다 너머 지평선의 섬들까지,

거점마다 풀멘게의 길드마크가 박혀 있었다.

호미와 곡괭이를 벼리어 만든 무기를 각자 손에 들고 길드원들은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이젠 어디로 갈까?" 누군가가 물었다.

이젠 어디로 갈까?

5월 31일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거점전 날이었다.

공성에 실패한 전투길드들은 그 전 주부터 방향을 바꾸어 거점전으로 눈길을 돌렸고

중소형 길드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었다.

발레노스, 세렌디아 지역은 2군 전투길드들이 차지하고

중소형길드, 초식 대형길드들은 메디아 칼페온으로 쫓겨나 싸우는 상황

발렌시아서버의 거점전은 그런 모양새였다.

풀멘게는 이날 3개 거점을 확보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수였다. 사실은 이정도 크기, 이정도 동접자에 어울리는 수였다.

예전에는 7개 거점을 차지하기도 했으니, 거점전 꿀은 충분히 빤 셈이다.

허나 만약에 포병들의 경험이 충분히 쌓이고, 거점전 참여인원이 늘어난다면, 그 이상을 노려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머장 풀멘게(전 죠센징)는 뜻밖의 공지를 했다.

당분간 돈을 벌어야 해서 한달 정도, 혹은 그 이상 접속이 힘들 수도 있다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머장은 떠났다. 일급 갱신을 위한 부대장 한 명만을 남겨두고서.

풀멘게는 머장 개인의 카리스마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길드라고 할 수 있다.

분쟁 해결이나 길드의 정체성, 성채 설치, 길드간 외교까지 거의 대부분을 머장 개인이 해내고 있었다.

그는 76스택을 쌓고도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수없이 많은 전쟁이 걸려도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풀멘게를 만든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 떠났다.

돌아올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말끝을 흐렸다.

머장이 없지만 지금까지 풀멘게를 탈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이 발렌시아 서버에 풀멘게같은 길드는 더 없기 때문이다.

머장이 잠깐 없더라도 우리는 계속 해나갈 수 있다.

거점 세금 수금이 문제라면 세금이 없는 생산량 거점에서 싸우면 된다.

헬름 협곡에 태양이 떠오를 때 돌아온 간달프처럼

그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별 일이야 있겠나.

'서버 통합 공지 안내'

...

오랜만에, 풀멘게들이 레이드를 한다고 많이 모였다.

페리드를 잡으며 누군가가 말했다. '영정사진이라도 하나 박아놓자'

다들 웃었다. '그래 그거 좋다. 단체사진이라도 찍어두자'

'서버가 통합되면 어떻게 할까?'

'이제 다른 길드의 통베들을 만날 수 있겠다. 북따악딱딱따닥따닥'

'어휴 탄내'

'순혈디씨라고 하는 길드로 갈래'

'세렌디아나 메디아에서 파밍한 놈들은 어떨까?'

'1C나 디씨른처럼 일베+디씨 대통합 길드가 생길지도 몰라'

'난...'

난

조금 늦더라도

머장이 돌아와 준다면

그리고 이 발렌시아의 풀멘게는 풀멘게이고

이런 길드는 발렌시아말고 다른 서버에는 없다고

우린 지금껏처럼, 가늘고 오래 가는걸 목표로 계속 해나갈 거라고

그렇게 말해준다면

난

복잡한 마음으로 히어로즈 오브 스톰을 한다

화면 속의 노바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망스레 엉덩이를 씰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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