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요즘 복싱을 배우는데,
예전같았으면 지루했을 런닝머신과 줄넘기 마저도 재밌습니다.

타격이랄 것도 없지만
타격이 아주 안좋아 쳤다하면 헤비백이 앞뒤로 움직입니다.
헤비백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스텝에 맞춰 원.투를 제대로 된 타이밍/거리를 맞춘다는게 꽤 어렵더군요.



요즘 권투를 배우다보니 문득 8년전 생각이 납니다.

그때도 막연히 권투를 배우고 싶어
동네상가수첩에서 체육관을 찾아
2개월인가 3개월치 관비를 한번에 내고 첫날 연습을 했더랬죠.

무턱대고 관비를 내버리는게 아니었습니다.
탈의실에 들어가는 순간 코를 찌르는 찌든 땀냄새를 전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뒤에 닥쳐올 비극의 전초였던 듯.

어쨌든, 줄넘기와 기본자세를 배웠던 거 같습니다.
고작 그거했다고 땀이 나더군요.
땀이 났으니 샤워를 해야겠죠?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지하의 샤워실.
맛이 간 백열전구가 위태롭게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물줄기는 왜 그렇게 약한지 더워진 몸을 쉽게 식힐 수가 없더군요.
다행히도,  샤워실에서 땀냄새는 나지않더군요.
대신 똥냄새가 났습니다.
아니 왜 대체, 샤워실에서 똥냄새가?!
주위를 살펴보니 저쪽 칸막이 뒤로 변기가 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변기를 보고나니
이제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칸막이 밑으로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건더기들......

아, 진짜 기겁을 하고 뛰쳐 집으로 돌아와
욕조에 앉아 벅벅 씻으면서
우리집 화장실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관비가 아까웠지만,
제가 워낙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고 
\'저, 똥 때문에 못다니겠어요. 환불해주세요.\'라고 차마 말할 수없어 그냥 안다니고 말았더랬죠.

지금도, 그 건더기가 똥인지 아닌지는 알 수없습니다.
똥이었다고 믿는게 맘이 편해질까요?


그렇게, 복싱과 인연을 못맺고 시간은 흘러
한달 전부터 다른 체육관을 다니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라고 해도될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
지금 체육관 다니기까지도 정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체육관은 지상에 위치해 있고, 창도 커서 우선 밝습니다.
시설도 그런데로 괜찮습니다.

그래도 탈의실과 샤워실은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쓰고 따로 관리를 하는게 아니어서 그런지
냄새는 좀 나지만, 견딜만 합니다.

하지만, 며칠전부터 백글러브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와, 진짜 어떤분 말대로 시체썩는 냄새가 나더군요.
물론 시체 썪는 냄새를 맡아본적은 없지만.

공용 백글러브에서 냄새를 추출해 농축하면
생화학 무기로 써도 될것 같더군요.

그래서, 오늘 오전 운동을 마치고 오자마자
가미 백 글러브를 주문했습니다.
기쁘군요!

누가 여기까지 다 읽을지 모르겠기에
요약하자면

1.예전 체육관 샤워실에서 똥을 만났다
2.공용 글러브 냄새는 쩐다
3.땀냄새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이정도입니다.

제가 유난스럽게 깔끔떠는건 아니겠죠?
그럼 안녕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