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다 좋아합니다. 맨처음 등장(제가 주다를 처음 봤을 때)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가드를 내리고 반사신경만으로 상대 주먹을 흘리면서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특이한
궤적의 펀치를 날리는데 날카롭기가 비길데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마무리에서의 폭발력이란...

저는 코스챠 추와 경기한다고 했을 때, 정말 추가 질줄 알았어요. 그에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팬이었던 제 믿음이 흔들렸을 정도로 그 재능의 발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단발 스피드가
그야말로 섬광. 날랜 움직임에 매서운 펀치력까지.

하지만 재능이란, 같은 양의 축복을 어느 쪽에 더 많이 붓느냐와 마찬가지라는 말 처럼
육체적인 재능은 줬지만 멘탈쪽은 안준게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 (웨더는 둘 다 줌. 신은 없는 거?)
보다보면 참 편하게 권투합니다.

근데 이해가 가긴 하는게, 저라도 재능이 그 정도면 편하게 권투할 거 같거든요. 빠른 단발만
휘둘러도 대부분의 아해들은 저절로 넘어가는데 고민하고 싶겠어요? 어쩌다 만나는 발도미르,
메이웨더 이런 애들은 예외니까 넘어가고.

이런 재능이 넘치는 타입의 또 다른 문제가 \'인내\' 라는 단어와 별로 안친하죠. 별 다른 노력
없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려운 문제를 풀기까지의 괴로움이나, 해결될때까지의
지난한 노력의 과정, 소위 말하는 \'이빨 물고 버티는\' 쪽이랑 심하게 안친합니다.

그러니 재능으로 편하게 권투하다가 잘 안풀린다 싶으면 어느순간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포기해버립니다.
계속해서 반항하거나, 자신에게 동등하게 부딪혀오는 상대방을 재능만으로 억누르지 못하게되면
지레 포기해버리죠. 결과가 바로 안나오는 지난한 노력의 과정을 버텨내지 못하거든요.

그 동안 진 경기에서 추한테 맞고 넘어간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들을 보면 잘 안풀린다
싶으면 너무나 빠르게 무기력해집니다. 왼손 단발에 공격의 거의 대부분을 의존한다 싶으면
중간에 수건 던지기 뭣하니까 끝까지 간거지 마지막까지 필사적이랑은 거리가 멉니다.

이런 타입은 지도자 잘 만나야 합니다. 재능을 어떻게 발현시키고, 어떻게 사용하는가, 그 과정에서
노력이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엄하지만 때로는 어르고 달래가면서 조절해 줄 스승이 필수적이죠.
고종수, 김호감독이 다루는 거 보세요. 말도 못하게 엄하지만 달랠때는 달래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관리를 잘해서 일단 말을 듣게하면 확실하게 뭔가 보여줍니다.

그런데 주다는 아버지가 별로 엄하게 다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트레이닝도 하던 스타일에
맞춰가는 것 같고, 경기중에 세컨으로 나서서 하는 말이라고는 원투쓰리 붐붐붐밖에 없는 걸
보면 주다라는 원석을 보석으로 재탄생 시키는데에는 역량부족입니다.

아버지랑은 부자관계로 끝내고 트레이너좀 제발 제대로 된 사람으로 교체해서 뭔가 좀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이제 기존의 방식으로는 별달리 기대가 안되는 것도 사실이고
재능, 재능 하지만 그 재능 사그라드는 것도 순식간이니 제발 좀...

정신적인면에서 제어만 해준다고 해도, 최소한 마지막 순간에 원투쓰리 붐붐붐
말고 다른 말을 해줄 수만 있다고 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겁니다. 이번에 클로티한테
떡실신하면 정말 마지막인데, 이제는 제가 더 걱정이 되네요. 또다시 줘터진
얼굴앞에서 원투쓰리 붐붐붐만 봐야하는 주다 입장이.


멘탈이 짤방 아가씨 반만 따라 갔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