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를 라이브로 보지 못해 심히 아쉬움을 금할 길 없으나...
정교함과 정확함이 복싱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게, 단식 경기인 복싱에서는 아주 극명하게 확인된다.
강한 것은 항상 더 강한 것에 의해 부수어져 왔고, 빠른 것은 절대로 더 빠른 것을 잡지 못했다.

전자는 프레이저가 포먼의 발 아래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린 것에서 확인할 수 있고
후자는 패터슨이 절대로 클레이의 잔영조차 잡을 수 없었다는 데에 그 예가 있다.

하지만 복싱에서의 강점은 언제나 두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본인의 강점과 같은 류이면서도 보다 나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복서가 언제고 존재할 것이라는 불안과
둘째로는 본 체급 이상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어놓는 순간 그 강점은 다시 원점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티토는 그의 자랑인 힘이 얼마나 무력한 것이었는가를 비홉의 앞에서 절감했고
이어진 윙키와의 대전에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방황꾼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숏블로가 없는 자, 인(in)에서 부드럽지 못한 자, 자신의 힘을 맹신하는 자,
월장을 단념하라.

1패로 인해 파블릭의 모든 것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터나
그의 단점, 숏블로의 부재라든가, 인에서 오밀조밀 하지 못하다는 점들.
분명 그의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미들-슈퍼 미들 라인에선 전혀 문제될 일이 없다.
왜? 그 라인에선 파블릭의 아우라를 깨부술 힘이 있는 선수가 전무하다 시피 했으니.

흔히 일류선수로 꼽히는 이들은, 숏블로가 완벽하다.
마가리토조차 느릴지언정 숏블로를 못 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동의할 수 없다면 마가리토의 주먹의 궤적을 잘 따라가봐라. 아름답기까지 하니까.

파블릭은 밀쳐내듯, 차단의 복싱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떨쳐내야할 것이 쥐처럼 재빠르고 영리한 상대를 만나니 헛손질만 하다가
끝난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물론 본인보다 작은 키의 합킨스의 힘까지
과소평가했던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