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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부터 검도를 해오며 훨씬 나이가 많은 분들과 대련도 해보고 시합도 해보았는데
일반인 고수 분들은 20대 젊은 친구들과 한수 겨룰 경우 처음엔 공격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판이 되는 공격만 살짝 살짝 피해가며 모든 공격을 흘려낼 뿐이다.

젊은 친구들은 환장할 노릇이다. 분명 내가 빠르고 사에(타격력)도 더 훌륭하며
기회도 잘 보는 것 같은데 결정적인 한판이 안나올까?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 젊은 혈기로 더욱 자신의 기력을 소진하게 되고,
방어가 소홀해 질 때 받아치는 한방(後의先)이 나오면 젊은 친구들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연이은 공격의 실패로 인한 자신감 상실로 인해 몸은 굳어지게 되고
이어 의표를 찌르는 공격으로 완전히 기가 꺾이게 된다.

체력소모와 파이팅을 감안하면 검도에서 보이는 노장의 운영능력을 볼 수 있는 경기가
복싱에서는 힘들 듯 싶었는데, 오늘 경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니시자와 선수의 맷집이다.
분명 1라운드엔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탐색전을 생각했던 듯 한데
재찬선수의 정타를 여러번 맞고서도 무너지지 않던 모습엔 솔직히 경악감 마저 들었다.

장정구 선수에게 맞서던 도카시키 카스오 못지 않은 느낌이었으니까

재찬 선수 오늘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 보여줬다.

다운되지 않고 계속 반격하는 니시자와 선수의 모습에 당황했던 것 같은데
조금 더 차분하게 경기운영을 하면 어땠을까.

기술, 스피드, 파워 모든게 압도적이었음에도 노장의 심리전과 운영의 묘에 말려들었을 뿐
분명 오늘의 경기는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 되리라 믿는다.

오늘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당당히 세계랭커로 우뚝 서길..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