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평가일지 몰라도 90년대를 주름 잡던 복서 중
가장 카운터에 능한 선수를 꼽으라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나는 로이 존스 주니어를 꼽을 것이다.

로이 존스 주니어의 편집 동영상이 다른 복서에 비해 유독 화려한 이유는
그의 쇼맨쉽 때문도, 스피드 때문도 또 강한 파워 때문도 아니다.

다른 복서의 펀치가 나올 때, 그것을 흘리면서, 상대의 동작이 마지막을 향하는 그 순간에
로이 존스 주니어의 주먹은 상대의 급소, 이를 테면 턱이나 관자놀이를 정확히 겨냥하고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도 꽤나 독특한 궤적을 그리며. 그리고는 쿵, 게임 오버.
결론은 주먹을 날려서 맞추는 타이밍이 매우 좋았다는 얘기인데, 그걸 가능하게 한 건 결국
적절한 파워와 빠른 스피드일 테니 결국 처음과 통하는 얘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로이 존스 주니어는 그 완벽에 가까운 타이밍을 잃어 버렸다.
느슨해져버린 활 시위처럼 그는 더 이상 제 때에 튕겨 나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의 눈은 여전히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으나 몸은 반응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니 가드는 단단해질 수밖에 없고 주먹을 자주 던지지 않는 게으른 복서로 변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로이 존스 주니어가 세상에서 가장 근면한 사나이, 조 칼자게를 만났으니
승부는 처음부터 조 칼자게에게 기운 것이 사실이다.
만약 로이 존스 주니어가 지배적인 장면들을 심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한다면,
승리의 영광은 부단히도 주먹을 내밀 조 칼자게에게 돌아감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경기는 예상 대로 흘러갔다.
분명히 로이 존스 주니어의 주먹이 나올 타이밍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석상처럼 서있던 로이 존스 주니어.....
이런 건 완패다. 얼마의 충격을 받았든 안 받았든, 움직이지 못하는 복서는 그걸로 패배인 것이다.

이제 와서 세월무상을 논하기에는 로이 존스는 그의 바닥을 이미 드러낸지 오래였다.
타버와의 졸전, 존슨에게 받은 처참한 패배.....그는 이미 나락에서 해메인지 오래다....
그걸 알지 못한 건 로이 존스 주니어 자신 하나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