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년말 어째 기회가 생겨 필리핀에 갔었어.

놀러간게 아니라 세부(현지인들은 \'씨부\'라 읽드만...어감이 거의 ㅆㅂ...)나

보라카이 같은덴 아니었고, 남쪽에 있는 한 섬이었어.

이곳저곳 구경 댕기는데.

필리핀은 울 나라보다 길도 험하고 운전을 발로 하는지 위험하더만.

그래서 한국에선 안쓰는(못쓰는) 기사 아자씨랑 같이 댕겨써.

미스터 루벤이라는 이 43세의 아자씨.

조낸 과묵해.

선그라스를 끼고 몸 여기저기에 그림도 그려져 있어. 

소시적에 침 좀 뱉고, 다리도 떨고, 코도 좀 풀었나봐.

그 아자씨랑 온종일을 붙어다닐라고 하니까 참 답답하더군.

잘 못하는 영어로 이것 저것 물어봐써. 

나 : 영화 좋아하쇼?

그 : 별로

나 : ㅡ_ㅡ

나 : 음악 좋아하시남?

그 : 안들어.

나 : ㅡ_ㅡ

나 : 한국 드라마 본거 있소?

그 : TV 안봐.

나 : ㅡ_ㅡ

나 : 한국을 좀 아실랑가?

그 : 몰라.

나 : ㅡ_ㅡ

나 : 밥먹으러 갈껴?

그 : 밖에서 기둘릴게 너 혼자 먹어.

나 : ㅡ_ㅜ

나 : 가족들은 잘 계시남?

그 : 이혼해서 나 혼자 살어.

나 : ㅜ_ㅜ

...

빌어먹을. 

벽을 만난 느낌야. 나한테 무슨 불만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걍 암 생각없이 물어봐써.

나 : 파퀴아오 좋아해?

그 : 크허헝#$%&^%$#^^&*#@!!!

거품을 무는거 있지?

파퀴아오 야그를 하니까 기관총처럼 따따따따 말문이 트이더구만

필리핀에서 파퀴아오는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른 존재인가봐.

아자씨 말을 들으니 파퀴아오가 이긴 날 친구들과 술을 푸고
기분이 좋아 며칠동안 아예 일을 안했다더군.

(내가 잘못들은 거겠지? 이 무슨......ㅡ_ㅡㆀ)

암튼 파퀴아오 땜시 아자씨와 말문을 튼건 좋았는데.

침을 튀겨가며 파키아오 이야기에 열광하는 그를 보니 부럽더만.

우리 나라도 예전처럼 간지나는 챔프들이 많이 나왔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어.


p.s. 첵관 옮기고 3일차. 저녁에 약속이 있어 점심도 굶고 \'낮거리\'운동을 했더니 ㅎㄷㄷ...배고파..
p.s. 매트가 아닌 쪽마루에서 운동하는 것은 좋으나, 2분 1세트 운동을 3분 1세트로 바꾸니 역시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