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07. 13 vs 정진기 경기 직후 (고양어울림누리)
프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넘어가려면 어떤 분야에서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하물며 권투는 상대를 파괴시키는 것이 목적인 스포츠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복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하다
키가 큰 것도 아니고 몸무게가 많은 것도 아니며 뼈도 가늘다
타고난 운동신경도 없고 성격이 모질지 못해 사소한 일에도 울음을 터트린다
남자라는 동물은 여자보다 강하기 마련이건만 \'권투선수 이전의 내 모습\'은 너무 약하다
냉정히 생각하면 뭇 여자들 보다 약했을 것 같다
"넌 권투에 대해선 바보 멍충이다"라고 장홍기 사범님은 수시로 말씀하신다
그 말씀이 아니더라도 내 생각에도 나의 몸은, 권투에 적합하지 않다
막노동 할 때도 지겹게 들었다
"무슨 권투선수가 힘이 이렇게 없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난 기계처럼 권투 근육과 노가다 근육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해야 했다
그래도 난 프로복서다
프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데 난 프로, 그것도 복서다
당당히, 프로복싱 슈퍼밴텀급 한국 랭킹 10위에 내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날 응원하고 권투 말고는 내새울 것이 없는 진짜 프로복서다
권투는 진실로 진실로 나에게 직업이다
권투선수로서 아무런 재능이 없는 내가 왜 프로복서가 될 수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맨시니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나에게 최후까지 싸울 용기가 있노라..!”
권투인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말이다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장렬히 산화한 고 김득구 선배님의 명언이다
그렇다
내 육체에는 권투선수 다운 재능이 없을지라도 내 혼은 권투선수의 그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말이 바뀌고,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즉, 생각이 바뀌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나는 약했지만 약한 자신 때문에 좌절하여 권투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도 프로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투지를, 근성을 가지고 권투계에 입문한지 일년도 채 되지 않아 프로테스트를 합격했다
이후 데뷔전부터 지금까지 프로통산 6전 6패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 전적에도 권투를 포기하지 않고 용감하게 다음 경기를 위해 체육관으로 향한다
난 비록 전패의 프로복서지만 한번도 부끄럽게 싸우지 않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패배를 거듭하며 누가 뭐라고 하든 성장하고 있다
노력도 해보고 실패도 해 봤지.
별 거 아냐. 다시 하면 돼.
다음엔 더 멋진 실패를 보여주자구.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il better.
- Samuel Beckett
사무엘 백케트가 지금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지만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6전 6패, 남들이 뭐라하든 내겐 별 거 아니다
오기가 생겨서라도 다음에는 더 강한 상대와 싸워서 더 멋진 실패를 보여줄 생각이다
▲ 2008. 11. 27 신도림역에서 번당 선생님이 (군인이라고! -_-+) 무료로 써주신 JEEP의 좌우명
용기란 것은 지극히 평범한 남자를 \'프로복서\'로 만들었다
더욱 더 용기를 내서 꼭 챔피언이 될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행복을 나눌 생각이다
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있고, 그 재능 덕분에 프로복서가 된 것 같다. ^^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