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찬희(53), 김태식(53)

‘돌주먹’ 김태식은 프로통산 17승(3패) 가운데 13차례 케이오(KO)승을 거둘 만큼 가공할 펀치를 자랑했다. 10경기 연속 케이오승을 거둔 적도 있다. 1980년 세계챔피언 루이스 이바라를 상대로 250여발의 훅을 날려 2회 케이오승을 거둔 장면은 지금도 국내 복싱 역사상 최고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박찬희의 권투는 달랐다. 세계적이었다. 의미없는 주먹이 없었다. 한국 최초의 세계적인 테크니션 복서로 꼽힌다. 1979년 멕시코의 영웅 미구엘 칸토를 전광석화 같은 연타로 제압하고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대학생 신분으로 챔피언이 돼 당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동갑내기인 이들은 1980년대 나란히 세계권투협회(WBA)와 세계권투평의회(WBC) 플라이급 세계챔피언에 올라 국내 프로복싱 황금기를 열었다. 유명우-장정구와 함께 국내 복싱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꼽혔지만, 현역 시절엔 맞대결 기회가 없었다. ‘제대로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한국권투위원회(KBC)는 28일 서울 강서구 88체육관에서 열리는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스트로급 세계챔피언 박지현의 3차 방어전 오픈경기로 둘의 깜짝 대결을 준비했다. 세계챔피언 출신의 복싱 프로모터 염동균이 대결을 제안했다. 둘의 나이를 고려해 ‘메서드 복싱’(method boxing·세게 때리지 않고 폼만 잡는 형태)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식은 “모처럼 매 좀 맞아야겠다. 설마 찬희가 많이 때리기야 하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찬희는 “옛날 실력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재미있는 모습으로 권투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