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되었습니다. 기대했고, 그에 걸맞게 초반에는 경기를 잘 이끌었습니다만 결국 마지막 고비를
못넘었습니다. 젊어서 체력좋은거야 좋은데, 그만큼 경험이 부족하고, 달아오르기 쉽다는 것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네요.

초반은 앞서는 하드웨어와 크게 꿇리지 않는 기량으로 잘 나갔습니다. 리드펀치에서 우세를 바탕으로
접근전에서도 포인트를 땄고, 기세도 앞서있었습니다. 시종일관 리드펀치에서는 앞서는 걸보면
기본바탕은 역시나 제가 기대를 걸만한 선수라고 생각되고요.

그러나, 초반에 너무 잘나간 것과, 상대방이 너무 노련한 선수였다는 것이 디아즈에게는 안좋은 결과를
불러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마르케즈에게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겠습니다. 늙은 생강이 어떠하다는
것을 후배에게 톡톡히 가르쳐줬죠.

두 선수 모두 연타에 자신감이 있는 만큼 정면으로 붙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화력싸움에서는
디아즈가 확실하게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발붙이고 화약고 열기 시작했을 때, 쟁여둔 화약은 디아즈쪽이
확실히 많아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단 화력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바로 스탠스를 전환하는 영리함과 침착함은 대단하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화력에서 밀린다는 감이 오자마자 카운터위주로 전환하고 차근차근 포인트를
따나가는데 디아즈는 상대가 전략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흥분을 가라않히지 못했습니다.

계속되는 다소 각이 큰 스윙을 고집하고 몇대 맞더라도 밀어붙이는데, 마르케즈 카운터가 맞아줄만한
주먹은 아니지요. 그것이 아래체급에서 올라온 선수라도 엄연히 메이드인 마르케즈표 카운터인데요.
중반에 페이스를 다운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밀고간 것이 오늘 경기를 갈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은
코치쪽에서 주문을 해서 좀 진정을 시켰어야 했다고 보는데...

좌우훅 위주의 연타에서 다소 무모하게 들어오는 상대에게 칼같은 어퍼위주의 카운터로 전환시키는 걸보면 확실히
영리한 선수입니다. 그리고 리드펀치를 다소 맞아주더라도 카운터를 맞출 거리까지 다가오도록 기다리는
참을성은 감탄사밖에는 안나올 정도네요.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꺼려질 정도의 집요함과 끈기입니다.

중반부터 디아즈의 리드잽은 들어가지만 후속타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마르케즈의 카운터 적중율이 높아지면서
불안하다, 불안하다 했는데 계속 꽂히던 어퍼가 결국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확실히 팩맨이 피하고 싶을 정도의
선수이고 3차전을 주장할 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디아즈가 제 생각보다 아래였다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훌륭한 기량의 소유자이고 장래성도 충분
하다고 보입니다. 다만 저는 별로 틈이 없다고 생각했던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시 눈좋고, 빠른 스피드의
선수가 카운터를 꽂을 틈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자신의 연타에 대한 자신감은 좋지만 너무 휘두른다는
단점은 보완했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기량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 뿐이지 훌륭한 것도 사실이므로 이번 경기가 많은 가르침이
되었으면 합니다. 중반에 리드잽을 계속 맞춰가면서도 접근전에서 어퍼를 허용하면서 경기를 내준것이니만큼
다시 붙었을때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경기운영을 한다면 판정으로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너무 실망하지
말고 다시 정진했으면 합니다.

이긴 마르케즈는 명불허전의 실력이었고 훌륭한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진 디아즈선수도 단점은 보이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한 선수입니다. 좋은 경기였고 일요일 하루 기분좋은 흥분속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르케즈 선수는 한이 될 것 같은 팩맨과의 시합을 잡을 수 있었으면 하고, 디아즈 선수도 앞으로 라이트급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기 바랍니다.

아무튼 멕시칸(메히꼬라 할까요? ^^;)들은 실망은 시키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