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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전에 현역 선수들중 레전드가 누가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하면서 모슬리를 떠올렸었다가, 이래저래 애매해서 보류하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모슬리... 라이트급에선 무적의 위용을 보였다. 마치 레너드를 보는 듯한 엽기적인 신체능력으로 쏟아붓는 좌우연타에, 준수한 위력의 레프트훅, 거기다 최종병기인 도끼로 찍는 듯한 라이트까지...(웃기는 건 레프트훅에 의한 KO가 더 많아 보인다. 일단 명중률이 더 높으니...) 거의 모든 선수가 KO로 나가떨어졌고 첫 타이틀전이었던 필립 홀리데이전에서는 감기에 걸린 상태로 졸전을 펼치고도 승리를 거두었다. 필립 홀리데이가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엄연히 챔피언이었던 선수인데... 이 정도면 적어도 동시대의 라이트급 선수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강자였다는 말이다.

모슬리의 공격력은 그 압도적인 신체능력에 기인하는 것으로써, 물론 테크닉도 준수하였지만 어디까지나 모슬리를 최강으로 만들어준 것은 마치 화질좋은 레너드 경기를 보는 듯한 엽기적인 스피드였다.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묵직하기까지 한 좌우연타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데 버틸 놈이 누가 있으랴? 게다가 펀치력만이라면 두란과 라이트급 올타임을 다툴 정도로 엽기적인 위력이었는데, 특히 라이트 펀치가 꼽혔다 하면 상대는 그냥 개다리춤을 추다 자빠졌다.

반면 모슬리의 수비능력은 그렇게 훌륭하지는 않았다. 전술, 작전수행능력도 비교적 모자랐다. 특히 직선타에 약해 라이트급 시절부터 원투를 꽤 많이 얻어맞는 편이었는데, 포레스트에게 죽도록 맞고도 일어난 것처럼 모슬리의 맷집이 워낙 좋았기에 라이트급 선수들이 아무리 때려보아야 표정도 안 변하고 날리는 모슬리 라이트에 누울 뿐이었다. 체급을 올려서 포레스트에게 두번, 호야에게 한번, 윙키에게 두번 이렇게 5연패를 한 것도(호야 2차전은 엄연히 호야 승리) 그 때문이었다. 자기보다 큰 A클래스 선수들과 싸우다 보니 공격루트가 다양하지 못하고(연타는 화려하지만 덩치 크고 잽이 좋은 상대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서툴었고 체급을 올려 신체능력의 잇점이 줄어들어 묻지마 섬광 라이트에 의존할 수도 없었다.

가상대결로 현대 선수들끼리 비교해 보자. 개인적으로 라이트급에서 메이웨더와 붙는다면 모슬리의 승리를 예상한다. 수비는 메이웨더가 두수는 위이나, 메이웨더는 모슬리만큼 엽기적인 신체능력에 멘탈까지 강하고 핵폭탄 라이트와 강철턱을 모두 갖춘 선수와는 싸워본 경험이 없다. 또 주다와의 일전에서 보였듯 상식을 넘어선 신체능력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뭐 그 경기야 주다가 병신짓해서 싱겁게 끝나버렸지만... 메이웨더가 모슬리와 같이 내추럴 슈퍼 페더, 내지 라이트라는 점도 모슬리에게 유리한 요소다. 모슬리가 자기보다 체구가 작거나 체구가 비슷한 선수들에게 보여준 강력함은(물론 당시의 라이트급 선수들 중에 A급이 드물기는 했다) 그야말로 괴물 수준이었다. 상대의 잽이나 원투가 아무리 좋아도 라이트급의 모슬리에겐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메이웨더의 유연한 상체 가드가 아무리 수비력이 좋아도 결정적으로 모슬리 주먹은 한대만 빗맞아도 게임이 끝나는 수준이기에 맷집약한 웨더가 숫자도 많고 엄청나게 빠른 주먹을 12R동안 계속 완벽하게 커버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모슬리의 10R KO승을 예상한다.

이처럼 내가 보기에 라이트급의 모슬리는 어느 레전드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강력함을 갖추었다. 그러나 레전드라 칭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업적이 있어야 하는데... 모슬리는 라이트급에서 강했긴 했지만 고작 B급이 대부분인 상대들과 30전 안팎을 치루었을 뿐이고, 체급을 올려서 A급 선수들과 싸워서는 상대전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 팬으로서 아쉬운 점은, 모슬리가 라이트급에 있을 때 A급이 많았더라면 모슬리가 스스로의 진가를 나타내는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호야나 티토 등 거물급은 당시 웰터에 있었고, 웰터에서 괴물이었던 헌즈가 체급을 올려서 단순한 공격루트와 일단 다가서면 해볼만한 수비가 드러나 그전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처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던 모슬리의 월장도 크게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

물론 최근들어 젊디젊은 코토와 호각으로 승부하고 마가리토를 잡는 등 회춘한 모슬리 영감이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호야전 이후 A급 라이벌들과의 대전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슬리가 앞으로 몇 년 안 남은 선수생활에서 젊은 A급과 상대해 압도적으로 잡아내는 모습을 한두 번만 더 보여준다면, 모슬리를 레전드라고 불러줄 수 있겠지만, 팬인 내 입장에서도 아직은 업적면에서 좀 부족하다고 본다. 턱이 망가진 바르가스나 정말 봐주기 안습했던 상태의 마요르가를 잡은 것은 자랑할 것이 못되고, 호야와는 1승 1패씩 주고받았으니 동시대의 라이벌들과 좋은 승부를 펼치기는 했지만 뭔가 \'레전드\'라고 불리는 선수들의 \'믿기지 않는\' 업적에는 크게 못 미친다. 포레스트-호야-윙키로 이어지는 5연패 중 2~3개만 이겼더라도...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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