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심한 차급은 중형 세단입니다. 각사가 사활을 걸고 ‘대표 모델’을 내놓고 있는데다,수익성도 괜찮기 때문이죠.

 GM대우자동차가 발표한 지난 달 판매대수 현황에선 충격적인 숫자가 있었습니다. GM대우의 대표격인 토스카가 단 496대 팔린 겁니다. 베스트셀링 차급에서 월 500대 이하로 판매된 것은 놀랄 만한 일입니다.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4673대)의 10%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GM대우의 경쟁사를 한 번 볼까요? 현대차는 첨단 편의장치로 무장한 쏘나타, 기아차는 혁신적인 외관의 K5, 르노삼성은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SM5를 내세워 각각 1만 대 안팎씩 판매했습니다.

 이 시장에서 토스카의 6월 시장 점유율은 단 1.6%(전체는 3만907대)에 그쳤습니다. 중형차를 구입하는 사람 100명 중 1~2명 만이 토스카를 산다는 얘기이죠.

<GM대우 토스카>

 토스카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모델입니다. 2006년 1월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국산 중형차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를 다는 등 첨단 장비로 무장했으니까요.

 토스카가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변신’에 실패한 탓입니다. 경쟁사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신형을 잇따라 쏟아냈지만,GM대우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지요. 토스카는 벌써 나온 지 4년 반이 넘은 \'구형 아닌 구형\'인 셈입니다.

 제원만 비교해도 금방 드러납니다. 차체 길이(4795㎜)와 실내 길이(2700㎜)가 동급 차량 중 가장 짧지요. 요즘 추세와는 맞지 않습니다.

 최고출력이나 토크와 같은 동력성능의 경우 쏘나타나 K5보다는 뒤져도 SM5와 비슷한 수준인데,연비가 지나치게 떨어집니다. 2.0 모델을 기준으로 ℓ당 10.9㎞에 불과하지요. 반면 쏘나타와 K5는 1ℓ 주유로 13㎞를 달릴 수 있습니다.

 다만 토스카의 추락이 그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7년까지 10% 이상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2008년 평균 9.3%, 작년 평균 4.2%에 그쳤으니까요. 지나치게 평범한 디자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 토스카가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분은 가격입니다.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저가형 모델이 2032만원인데,경쟁 차종보다 최대 150만원 가량 저렴하죠. 또 모든 소비자에게 기본할인 150만원을 적용하고 있습니다.(500만원을 깎아주는 대형차 베리스타를 제외하곤 최대치입니다.) 36개월 장기 무이자 할부도 지원하구요.

<토스카 뒷모습>

 GM대우가 \'토스카\'로 계속 경쟁하기는 힘에 부쳐 보입니다. 완전한 신차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GM대우는 후속 중형차를 내년 하반기에야 내놓을 계획입니다. 여전히 1년 이상 긴 시간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당분간 현대차와 기아차,르노삼성간 3파전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죠.

 토스카 후속으로는 GM그룹 산하 독일 오펠에서 생산하는 중형차 인시그니아를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네바 모터쇼 등 국제 모터쇼에서 자주 접했던 차인데,쿠페 스타일이고 차체도 상당히 큰 편입니다. 특히 편의장치가 많은 점이 눈에 띄더군요. GM대우는 토스카 후속을 내놓을 때 ‘시보레’ 브랜드를 달 계획입니다.

 GM대우의 ‘자존심’이던 중형 세단 토스카. 단종될 때까지 남은 1년여 시간동안 어떻게 견딜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