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묻지마 택지개발 떠맡아…구조조정 불가피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장기동의 한 모델하우스.15일 찾은 이곳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모 분양소장은 "시행사가 토지 잔금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내지 못해 위약금을 물고 택지 매매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중도에 계약해지된 필지는 전체 58곳 중 11개 블록.3년여 전 땅을 샀던 건설사들은 미분양 우려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계약금과 이자를 미련없이 포기했다. 때문에 1,2년 전 분양했던 일부 아파트단지만 듬성듬성 올라갈 뿐 대부분 땅이 황량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택지개발과 공공주택 공급을 맡은 공기업 LH가 개발 중인 택지지구 및 신도시 조성 등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1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LH가 전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신도시 등 개발지구는 총 414개지구(사업 규모 425조원)에 달한다. LH는 이들 지구의 개발을 위해 작년 말 기준으로 109조원을 금융권 등에서 빌려 썼고,하루 이자만 82억원에 달한다. 이대로 가면 2012년이면 하루 이자가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 상태로는 공기업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마저 우려된다. 

LH는 계획한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매년 25조원의 공사채를 발행,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올 들어 6월 말 현재까지 자금조달에 성공한 금액은 4조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 등 전국에서 개발 중인 신도시와 도시개발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이 보상 지연으로 중단되고 있다. 

이처럼 LH의 부채가 급증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한 데다 국토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기업도시 혁신도시 세종시 등 국가 주도의 개발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2000년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LH의 빚은 참여정부가 임대주택 100만호 사업 및 신도시 개발을 본격화한 2004년부터 급증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자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펼치면서 LH의 재무 상태는 악화됐다. 

서울대 안태식 교수(경영대학장)는 "LH의 빚이 전체 공기업 빚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불요불급한 택지개발사업을 조정하는 등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근/이정선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