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원은 검찰에서 공씨에게 돈을 요구한 사실은 시인했으나 “빌린 돈이고 갚을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빌린 돈’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았다. 더구나 현 의원은 1억원이라는 거금을 빌리면서 차용증도 쓰지 않았다. 또 돈을 은행 계좌를 통해서 받은 게 아니라 현금상자로 받았다.

현 의원은 돈을 받은 뒤 공직자 재산신고 때도 1억원을 채무로 신고하지 않았다. 통상 돈을 빌릴 때는 이자를 얼마로 하고, 언제까지 갚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현 의원에게 1억원을 준 공씨는 “이자나 변제기에 대해서는 들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노원 병

지역구주민들 뉴타운+중랑천 르네상스에 제대로 호구인증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빌린 돈’이라는 현 의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평소 돈을 빌릴 때에 차용증을 작성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인용했다. 나아가 “차용증을 작성해 주는 경우 정치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주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현 의원이 재산신고 때 1억원을 채무로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은 것과 유사한 이유에서 신고하지 않을 동기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돈을 현찰로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것이라는 시비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현금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을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자와 변제기일을 정하지 않았다는 공씨 진술에 대해서도 “현 의원이 직접 또는 보좌관을 통해 수차례 1억원의 변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음에도 공씨가 이를 신경쓰지 않고 흘려들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공씨의 실수’로 판단했다. 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동기도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문제의 소지를 키울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고 일축했다.

반면 함께 기소된 보좌관 김씨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2400만원을 선고했다. 공씨는 1억원 외에도 종종 현 의원 사무실에 들러 현금 봉투를 보좌관에게 전달했고 보좌관은 이 돈을 의원실비로 썼다. 재판부는 “불법 정치자금이기 때문에 김씨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현 의원이 공모했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