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를 둘러싼 사기 행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5일 값비싼 수입차를 미끼로 리스사와 차량 판매자, 구매자 등을 속이고 돈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수입차 튜닝업체 소닉(Sonic)의 직원 정모씨(34)와 관세사 김모씨(32)를 불구속 입건하고 해외로 달아난 업체 대표 김재량씨(34)에 대해 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김모씨(58) 등 4명 소유의 슈퍼카 16대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매장에 전시 및 위탁 판매 해주겠다고 속이고, 이 차들을 담보로 선금, 리스 등을 받아 110억원을 마련한 후 홍콩을 통해 해외로 잠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판매해 주기로 했던 차량은 대당 가격이 12억원에 달하는 부가티 베이런, 엔초 페라리를 비롯해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포르쉐, 파가니 존다 등 고가의 슈퍼카들이다.

김씨는 매장 전시 등을 통해 구매자를 확보한 후, 차량 리스업체인 효성캐피탈에 일부 차량의 등록증과 구매자의 정보를 제시하고, 20억원의 리스를 발생시킨 후 빼돌렸다. 게다가 동일한 차량을 싸게 판다고 속여 국내외 구매자들에게 수십억의 선금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미 리스회사 명의로 된 차량과 판매된 차량들을 해외로 빼돌리려 했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혀 실제 수출이 된 차량은 한대도 없는 상황이라고 경찰 측은 밝혔다.

김씨는 전시장에 차량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판매자에게는 “인증검사를 하고 있다” 등의 거짓말로 둘러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수입차 튜닝 전문업체 대표는 “수억에 달하는 슈퍼카의 경우 직거래가 쉽지 않아 판매를 원하는 경우 매장을 갖고 있는 곳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이 싼 차든 비싼 차든 위탁판매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리스업체 관계자는 “리스 사기 사건을 보면 상식적으로 리스를 발생시킬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담당자가 승인해준 게 대부분”이라면서 “리스업체 담당자가 도장만 찍어주면 수십억원의 리스를 쉽게 발생시킬 수 있는 현행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경향닷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